지역에서 본 언론

지역신문 활로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

김훤주 2015. 1. 3. 07:40
반응형

경남도민일보라는 지역 신문에 몸담고 있으면서, 또 경남도민일보가 공익 실현을 위해 만든 자회사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 운영 책임을 맡고 있으면서 하게 된 이런저런 생각들입니다. 짧은 생각(短想)이기도 하고 끊어진 생각(斷想)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실마리는 되는 셈입니다.

 

 

1. 지역신문에게 지역 밀착은 무엇일까요?

- 지역신문 앞에 놓여 있는 유일한 살길입니다. 그냥 하는 헛말이 아닙니다.

- 지역신문을 단순히 보도나 하는 매체로만 여기는 바로 그 순간 지역신문은 발전할 가능성을 잃어버립니다.

- 말하자면 지역신문이 살 길은 신문(인터넷신문이든 종이신문이든) 안에 있지 않습니다. 살 길은 신문 밖에 있고, 그 길을 헤쳐나가는 힘은 신문 안에 있을 때는 절대 생기지 않습니다.

 

경남도민일보 2015년 1월 2일치 첫 신문.

 

2. 지역신문이 붙어먹을 데는 지역밖에 없습니다.

- 지역 말고 다른 것은 이미 다들 다른 무엇과 붙어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3. 지역에서 누구랑 어떻게 붙어먹을까요?

- 여태까지 다른 보도매체랑 붙어먹지 않은 사람들하고 붙어먹어야 합니다.

- 그런 사람이 누구인지 잘 살펴야 합니다.

- 아울러 붙어먹는 대상을 사람으로만 한정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4. 지역 역사와 지역 생태 등은 무한한 거리를 품고 있습니다.

- 사람들은 뻔한 얘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 이미 익히 알려진 이야기도 색다른 시각에서 제기하면 재미있어 합니다.

- 역사든 생태든 지역 사람들의 삶이랑 연관을 지을 수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 과거에 묶이지 않는 현재화, 사람(또는 삶)과 일체가 되는 자기화가 필요합니다.

 

- 특히 역사에서는 '화려찬란했던 지난날 얘기'에서 멈추고 마는 경향이 큰데요, 반드시 극복해 내야 합니다.

 

- 나아가 하나를 더 꼽는다면, 그것이 역사가 됐든 문화가 됐든, 그것을 개별화까지 할 수 있으면 아주 좋다는 사실입니다.

(이를테면 중국에서는 외국인이라 꺾이고 신라에서는 신분이 낮아 자빠진 한 최치원의 행적을 갖고  오늘날 그런 처지에 놓인 특정 인간 개인과 동일화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5. 자기가 지역을 많이 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 내가 무엇을 안다는 것은 그것 말고 다른 것은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 내가 다른 사람보다 많이 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앎이 아무리 크다 해도 지역이 품고 있는 콘텐츠 그 자체보다는 언제나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 내가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늘푼수(늘품)가 없어집니다.

 

경남신문 2015년 1월 2일치 첫 신문.

 

6. 사람/역사/생태는 파고들어야 하고 이슈는 끝까지 붙잡아야 합니다.

- 사람에게는 누구나 아흔아홉 구비 절절한 사연이 있습니다. 사연을 얻으려면 먼저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 자연이나 역사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 있다 싶으면 그것이 제대로 드러나보일 때까지 깊고 넓게 찾아다니고 해야 합니다.

- 이슈를 놓치면 흐리멍텅해 보입니다.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엿바꿔 먹었다는 오해까지 받아야 합니다.

 

7. 지역밀착 보도는 지역밀착의 전부가 아닙니다

- 보도는 신문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유일한 활동이 아닙니다.

- 보도 말고도 지역신문이 할 수 있는 일-활동 또는 역할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8. 지역신문을 사랑방처럼, 보도 기사를 이야기처럼 

- 무엇보다 먼저 사람이 끓어야 합니다.

- 제대로 읽히려면 '살아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역 역사·문화·생태·사람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개발해 낼 수도 있습니다.

- 지금 지역신문이 지향할 수 있는 최선은 '독자 공동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경남일보 2015년 1월 1일치 첫 신문.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