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남의 동네에 가야 우리 동네가 보인다

김훤주 2008. 7. 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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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름만에 서울에 다시 갔습니다. 케이티엑스를 타고 서울역에 내리기는 저번 6월과 마찬가지였지만 이번에는 지하철역이 있는 정면 대신 반대편으로 나갔습니다.

나가서 손으로 만든 신발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는 즈음 염천교에서 오른쪽으로 꺾지 않고 곧바로 가로질러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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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본 종로구 쓰레기통

그래서인지 제가 가는 길거리에는 지난 6월에 봤던 것(http://2kim.idomin.com/247)과는 또다른 담배꽁초 쓰레기통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행정 단위가 달라서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번에 본 담배꽁초 쓰레기통은 아마도 서울 중구 것이고 이번 쓰레기통은 서울 종로구 소속이지 싶습니다. 제가 짐작하기에 이렇게 다른 까닭은, 쓰레기 관련 업무는 기초자치단체마다 따로 하게끔 돼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두 가지 쓰레기통을 놓고 보면 저번 중구(로 짐작되는) 쓰레기통이 이번 종로구 쓰레기통보다 훨씬 낫습니다. 중구 쓰레기통은 위쪽 표면 기울기가 무엇이든 쉽게 얹어놓을 수 없도록 가파르게 돼 있었지만 이번 종로구 쓰레기통은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중구 쓰레기통은 가는 꽁초 굵은 꽁초 모두 들어갈 수 있는 크기 구멍 하나밖에 없지만 종로구 쓰레기통은 여러 크기 구멍을 다 뚫어놓았습니다.

가는 꽁초밖에 못 들어가는 구멍, 굵은 꽁초도 들어갈 수 있는 구멍, 그리고 담배꽁초 말고 다른 잡다한 조그만 쓰레기(이를테면 종이컵)도 잘만 꼬깃꼬깃 접으면 집어넣을 수 있을 듯한 구멍까지 말입니다.

두 쓰레기통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을지는 이렇게 그림을 나란히 놓고 보면 금방 판가름이 납니다. 두말 필요없이 중구 쓰레기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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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본 중구 쓰레기통

굵기가 가늘든 아니든 담배꽁초만 넣을 수 있게 하면서 그밖에 다른 쓰레기는 아예 넣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지요.

반면 종로구 것은 이른바 ‘다용도(多用度)’를 꾀한 것 같은데 결과를 두고 보면 실패했다 싶습니다. 좀 더 많이 지저분하지 않습니까?

제가 사는 마산에는 이런 담배꽁초용 쓰레기통이 이렇든 저렇든 아예 없습니다. 자기가 익숙해져 있는 터전을 떠나 길든 짧든 여행을 하면 이렇게 낯선 물건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한 고장에 붙박이로 살면 쓰레기통이 세상 모든 것이 그 동네에 있는 쓰레기통이랑 똑같으리라 여기고 세상 모든 가로수도 자기 동네 가로수 생김새랑 다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이처럼 남의 동네에 한 번 가 보면 우리 동네에 살 때는 그다지 잘 보이지 않던 우리 동네가 보이는 법인가 봅니다. 여행이 주는 작은 보람 또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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