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전파를 탔던 창원교통방송 원고입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의령으로 발길을 한 번 돌려볼까 합니다. 사람들은 의령에 무슨 대단한 볼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래서 의령 사는 사람들조차도 의령에 볼 것이 뭐 있느냐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알고 보면 곰탐곰탁 즐길거리가 곳곳에 박혀 있는 데가 바로 의령이랍니다.

 

아시는대로 의령은 의병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592년 임진왜란이 터졌을 때 천강 홍의장군 곽재우 의병장이 가장 먼저 의병을 일으킨 고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령 나들이는 의병장 곽재우의 승전지인 정암진, 솥바위 나루에서 시작이 됩니다.

 

임진왜란 당시 왜적들은 부산과 양산 밀양 일대를 손에 넣으면서 서울을 향해 거침없이 북진을 하는 한편으로, 군사들 먹일 양식을 빼앗기 위해 창원·함안을 거쳐 낙동강과 남강 물길을 따라 곡창지대인 전라도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정암진 바로 옆에 있는 정암철교. 1935년 들어섰고 한국전쟁 때 폭파된 아픔이 있습니다.

 

그것을 의병장 곽재우가 막아낸 자리가 바로 정암진 일대입니다. 당시 왜적은 강을 안전하게 건너기 위해 가로지르는 경로를 깃발을 꽂아 표시했는데, 그 깃발을 곽재우 장군이 늪지대로 들어가도록 바꿔 꽂은 다음 거기 빠져 허우적대는 왜군을 향해 건너편 언덕에서 활을 쏘아대 물리쳤던 것입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모르고 찾아가도 정암진 일대 풍경이 그럴 듯하지만, 알고 찾으면 더욱 멋진 데가 바로 정암진 일대입니다. 남강 물 속에 의령쪽으로 바짝 다가서 있는 정암은 물에 잠긴 부분이 옛날 가마솥처럼 다리가 셋 달려 있다 해서 솥바위라고 합니다.

 

정암루 아래 쪽에 있는 의령 여씨 관련 비각.

 

이를 두고 이야기 지어내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를 중심으로 사방 30리 안에 3대 부자가 나는 좋은 기상을 지녔다고들 하는데, 그 세 부자가 바로 우리나라 재벌 그룹 삼성·금성·효성 창업자라고 합니다.

 

정암, 솥바위. 왼쪽 몇몇은 기도 드리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이야기 덕분에 더욱 많은 이들이 찾는데요, 그렇지 않더라도 솥바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높다랗게 자리잡은 정암루에서는 강물과 들판과 강가 습지 나무들이 시원하게 어우러지는 풍경을 제대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또 이 언덕배기 둘레를 감싸고 있는 오래된 나무들도 아주 좋습니다. 이리저리 구부러지면서 얽히고 설켜 실제로는 세 그루인데도 마치 하나처럼 붙어버린 그런 신기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치성을 드리는 나무이기도 한데 그래서 나무둥치에는 새끼줄이 감겨 있기 일쑤이고 때로는 마른 북어나 막걸리가 차려져 있기도 합니다.

 

막걸리가 열두 병 맥주가 한 병입니다. 북어는 몇 마리일까요?

 

다음으로 옮겨가는 데는 탑바위입니다. 의령 정곡면 죽전 남강변 바위벼랑에 일부러 사람이 쌓아올린 것처럼 보이는 높이 4m가량 되는 바위더미인데요, 곧 쓰러질 것처럼 위태위태해 보이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또 거기서 내려다보이는 남강 굽이치는 흐름이라든지, 맞은편 함안 백산 들판 너른 품새를 오롯이 누릴 수 있는 눈맛이 아주 좋습니다. 그런 다음 바로 아래 조그만 절간 불양암에 들르셔서 약수 한 모금 마시고 난간에 기대어 들판과 강물을 한 번 더 바라보셔도 괜찮겠습니다.

 

탑바위에서 바라보는 함안 백산 들판.

 

그러고 나서는 성황리 소나무를 찾아나섭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로 곧게 자라지 않고 두 그루가 서로 맞닿을 듯이 옆으로 비스듬히 드러누운 자태가 그윽하면서도 씩씩합니다.

 

아래에서 쳐다보면 소나무 잎사귀가 하늘을 가리듯이 하고 있는데요, 자리를 깔아 놓고서 팔베개를 하고 누우면 통째로 솔향을 온 몸 가득하게 받아들이며 머리를 헹궈낼 수 있는 그런 자리라 할만합니다.

 

성황리 소나무 밑둥치.

 

이런 멋진 나무는 유곡면 세간리에도 있습니다. 바로 의병장 곽재우 생가가 있는 이 마을에 들어서면 마을 한가운데 오래된 느티나무가 기역자와 니은자를 붙여놓은 것처럼 휘어져 있습니다.

 

곽재우가 의병을 모집할 때 여기에다 북을 달아놓고 두드렸다고 해서 한자로 매달 현(懸) 북 고(鼓), 나무 수(樹) 해서 현고수라 합니다. 600살이 넘었다고 하는데 아직도 동네 사람들한테 아낌과 사랑을 받으면서 예전보다 더 푸르고 윤이 나는 잎사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현고수.

세간마을에는 현고수 말고 오래된 나무가 한 그루 더 있습니다. 마을에서 살짝 떨어져서 복원돼 있는 곽재우 생가 앞에 우뚝 솟은 은행나무랍니다. 세간 마을 주민들은 여기 매달린 은행 열매를 주워 팔아 쏠쏠하게 돈을 장만한다고 하는데요, 그 정도로 왕성한 생명활동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곽재우 생가 앞에 자리잡은 세간리 은행나무.

 

아기 낳은 산모가 젖이 모자라면 여기서 기도를 올리기도 할 만큼 크고 우람한 나무입니다. 조금씩 물들기 시작하는 지금 봐도 아름답고 멋집니다만, 조금 더 지나 완전히 노랗게 물들었을 때는 그 엄청난 색감만으로도 세상 붕붕 떠다니는 것 같은 황홀감을 확실하게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돌아나오는 길에는 충익사까지 들르시면 더욱 좋습니다. 의병들 기상을 닮아 아주 잘 생겼다는 평을 받는 모과나무라든지, 배롱나무와 감나무를 비롯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해지는 그런 나무들이 충익사 마당에도 많이 심겨 있기 때문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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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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