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창원교통방송에 나간 여행 소개입니다. 지금도 그럭저럭 괜찮지만, 좀 있다 단풍이 들면 그지없이 좋은 탐방루트입니다.

 

오늘은 가을 단풍으로 이름 높은 두 절간, 울산 석남사와 경북 청도 운문사 나들이길을 소개하겠습니다. 오래 된 절이 대체로 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청도 운문사는 보물이 무척 많은 편이랍니다.

 

삼월 삼짇날 막걸리 열두 말을 마시는 처진 소나무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가장 큰 만세루(萬歲樓)를 비롯해 대웅보전 미륵전·작압전(鵲鴨殿)·금당·강당·관음전·명부전·오백나전 등 조선시대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운문사 처진소나무(천연기념물)과 바로 옆 만세루.

 

운문사 단풍 든 모습.

 

밀짚모자 쓰고 울력에 나선 운문사 비구니 스님들.

 

운문사 금당 앞 석등은 아래받침돌과 윗받침돌 면마다 연꽃이 새겨져 있고, 꼭대기도 연꽃봉오리가 올려져 있습니다. 고려 스님 원응국사의 업적과 행적을 적은 빗돌, 고려시대 석불 석조여래좌상, 석조사천왕상도 있습니다.

 

운문사 작압전에 들어 있는 돌부처와 석조사천왕상.

또 운문사는 대웅보전이 둘인데 원래 대웅보전은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시고 있는, 전에는 비로전이던 건물이고 새 대웅보전은 1994년 세워졌습니다.

 

운문사.

 

하지만 운문사에서 으뜸가는 보물은 가을 단풍에 물든 아름다운 풍치입니다. 운문사를 둘러싼 호구산 단풍도 멋지고 운문사 마당 안에 심겨 있는 은행나무라든지 이런 것들의 단풍 또한 아주 멋집니다. 그리고 들머리 길게 이어지는 진입로 소나무들의 행렬도 장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운문사의 으뜸 이미지는 ‘정갈함’입니다. 경내 마당 비질 자죽과 밀짚모자를 쓰고 울력을 하는 비구니들의 쉼 없는 움직임은 풍경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전각 앞이나 옆 댓돌에 놓여 있는 신발들은 가지런하고요, 여기저기 놓인 화분들은 철 따라 꽃을 바꿉니다.

 

운문사와 석남사를 이어주는 가지산 골짜기는 단풍이 유별나게 멋집니다. 가지산은 소나무 같은 늘푸른나무보다 잎이 지는 활엽수가 많습니다. 어떤 물감으로도 담아내기 힘든 천연색감으로 세상을 물들이는데, 여기 넋을 놓고 가다보면 금방 석남사가 나옵니다.

 

석남사와 운문사는 비구니 절간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그래서 두 절을 비교하며 보면 그것도 재미있습니다. 운문사 들머리에는 소나무들이 자리잡고 있어 서늘한 느낌을 주는 반면 운문사 들머리에는 참나무나 서어나무 따위 활엽수들이 늘어서 푸근합니다.

 

석남사 진입로.

 

운문사 하면 먼저 정갈함이 떠오른다면 석남사는 어쩌면 ‘실용’이라 할 수 있고 그 실용의 대표는 ‘섀시’입니다. 겨울 추위 여름 벌레를 막기 위해 대웅전을 비롯해 모든 건물에 달아놓은 섀시가 눈에 들어옵니다.

 

석남사.

 

머무는 스님께는 좋은 일이겠으나 구경삼아 나들이나온 이들에게는 썩 반갑지 않은 노릇입니다. 그렇다고 깔끔함에서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모두 깨끗하지만, 운문사는 화분이 대세인 반면 석남사는 석탑 둘레 네모나게 공간을 내어 꽃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승탑은 꼭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뒤쪽 언덕 넓은 터에 있는 도의국사의 사리탑이라 하는데 온전하게 다치지 않고 남은 모습도 장하지만 거기서 바라보는 석남사 절간 뒤꼭지가 남다르게 그윽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랍니다.

 

석남사 승탑.

 

석남사에는 삼층석가사리탑과 그냥 삼층석탑도 있습니다. 삼층석가사리탑은 대웅전 앞에 삼층석탑은 극락전 앞에 있습니다. 삼층석탑은 원래 그대로고 삼층석가사리탑은 15층이었으나 임진왜란 때 무너졌다가 1973년 스리랑카에서 석가모니 진신사리 1과를 가져와 봉안하고 3층으로 쌓았습니다.

 

석남사 대웅전 앞에 있는 석가사리삼층석탑.

 

신앙하는 대상으로는 석가사리탑이 적격이겠지만, 아담하고 가지런하고 소박한 느낌은 삼층석탑 쪽이 좀더 낫습니다.

 

석남사 일주문.

 

돌아오는 길에는 우거진 숲을 감상합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단풍이 정말 멋지게 들 텐데요, 경북 청도·경남 밀양·울산 울주에 걸쳐 있는 가지산의 멋진 모습입니다. 이를 보려면 질러 가지 않고 둘러가는 길을 골라야 합니다.

 

속도를 숭상하는 새로 난 국도 24호선은 석남사 들머리에서부터 가지산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통째로 터널로 관통해 버린답니다. 이러면 빠르기는 해도 국도 터널 가운데 가장 길다는 가지산터널 4.5km 내내 콘크리크벽말고는 아무 볼 것이 없습니다.

 

석남터널 가까운 데 단풍.

 

하지만 우리는 ‘뭘 좀 아는’ 사람들입니다. 석남사 나오면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지방도 69호선을 고릅니다. 울산 쪽 가지산 골짜기를 타고 올랐다가 석남터널 500m 남짓을 지난 다음 밀양쪽 골짜기를 타고 내립니다. 이렇게 하면 자동차로 달리는 내내 아름다운 단풍을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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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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