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경상도서 당일치기 가능한 장흥 물축제

김훤주 2014. 7. 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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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고속도로를 달려보면 안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답니다. 부산과 전남 영암을 잇는 남해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차량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경상도에서 볼 때, 창원을 지나 진주·사천까지는 자동차들이 많지만 섬진강 건너 전라도로 접어들면 사정이 달라진답니다. 그래도 광양까지는 거기 있는 공단 때문에 화물차라도 조금 다니지만, 순천서부터는 자동차가 뜸하다 못해 한적하다고나 해야 할 지경이 되고 맙니다.

 

아무래도 정치권에서 불을 지핀 지역감정 탓일 텐데, 이처럼 사람과 문물이 오가지 않으면 세월이 흘러도 이런 장벽은 오히려 더욱 높아지고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같은 대한민국 구성원이면서 서로 통하지 않는 현실은 하루빨리 바뀌어야 옳습니다.

 

토요시장 주무대.

 

교류와 소통, 이해와 친밀은 이쪽에도 좋고 저쪽에도 좋습니다. 넘나듦과 오고감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이로움을 줍니다. 저희 경남도민일보가 '이웃 고을 마실가자'를 통해 경상권뿐만 아니라 전라권 지역의 명소와 명물까지 적극 소개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답니다.

 

경상권, 수도권보다 가깝고 인구도 적지 않아

 

지난 시기 전라권 자치단체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만 목을 매달았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 살기 때문이지요. 역사를 들여다볼 때, 전라권에는 영남에 대한 피해의식이 크든작든 있을 수밖에 없기에 경상권으로 눈을 돌리지 않은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이런 가운데 경남·부산·울산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구가 900만으로 수도권 다음으로 많고 거리는 오히려 더 가깝다는 데 착안한 것입니다. 지금 전라도에서 영남과 교류·소통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자치단체는 장흥군입니다.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이 성공을 이어나가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이같은 영·호남 교류가 꼽힙니다. 장흥군은 지난해 부산 시민을 세 차례 초청했습니다. 토요시장과 지역 명소를 둘러보게 하는 목적이었습니다. 표고버섯과 한우, 싱싱한 키조개와 미역, 염산 처리를 하지 않은 김 등이 호평을 받으면서 올해는 다달이 넷째 토요일마다 부산 사람들을 초청하고 있습니다.

 

장흥 물축제 킬러콘텐츠 세 가지

이런 장흥군이 올 여름 '제7회 정남진 장흥 물축제'를 마련하고 경상도로 손짓을 보내고 있습니다. 중요 프로그램들이 모두 오후에 열려 경남에서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습니다. 장흥은 탐진강과 장흥댐이 있으며 앞바다 득량만은 깨끗하기로 유명합니다.

 

8월 1일부터 7일까지 이레 동안 진행되는 장흥 물축제는 '물과 숲 - 휴식'을 테마로 잡았습니다. 올해 축제에서 핵심(killer contents)은 '지상최대물싸움' '맨손물고기잡기' '천연약초힐링풀장' 세 가지랍니다. 행사장은 토요시장과 생태습지 사이 무지개다리 가까이에 모두 마련돼 있습니다.

 

 

맨손 물고기 잡기. 그런데, 맨손이 아닙니다. 하하.

 

천연약초힐링풀장은 편백·표고버섯·헛개·동백·석창포·매실·다시마 일곱 가지 성분 진액을 풀어 만든 풀장으로 축제 기간 쉬지 않고 운영된다고 합니다.

 

맨손물고기잡기는 2~7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이벤트와 더불어 진행됩니다. 뱀장어·잉어·붕어·메기 등 탐진강에서 자라는 물고기는 모두 잡을 수 있습니다. 살아 펄떡이는 물고기의 생생한 움직임을 손맛으로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지상최대물싸움은 '안면 몰수'하고 체면도 던져버리고 벌이는 한 판 '아水라장'이랍니다. 물대포, 소방차, 물풍선, 바가지, 물총 등을 갖고 벌이는 물싸움으로, 일상을 벗어나는 '일탈'의 즐거움을 줍니다. 2~7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뙈약볕이 가장 좋을 때 이리저리 튀어오르는 물방울, 물 속 사람들의 활기찬 몸짓과 아우성은 구경하는 이들까지 즐겁게 만들어 주지요.

 

6일 오후엔 지역색 뚜렷한 지역 주민 무대도

 

얼음물통.

 

 

이밖에 풀장 두 곳을 더 운영하며 뗏목·우든보트·카타마란·수상자전거·줄배·카누·워터볼·바나나보트 등 탈것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또 축제 첫날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날마다 팝오케스트라 공연, 라틴음악 콘서트, 전남 청소년 문화존 공연, 대학생 뮤지컬 갈라쇼 등이 볼거리로 나오고 6일에는 지역 주민이 꾸미는 무대도 선보입니다.

 

노래·춤·악기 연주 등에 재능이 있는 지역 주민이 등장해 장흥을 찾은 이들을 위해 흥겨움을 한 보따리 풀어놓는 지역색 뚜렷한 프로그램으로,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맨손물고기잡기를 하는 두 시간(오후 3~5시)만 빼고 내내 치러진답니다.

 

 

 

아울러 전시 프로그램도 내실있게 마련돼 있습니다. 물과학관·힐링치유관·장흥전통차관·장흥문학관·건강안전도시관·다문화복지체험관·향토산업관·향토음식관·읍면홍보관이 그것입니다.

 

토요시장, 편백숲 우드랜드, 천문과학관

 

축제 기간에는 그 자체로서 명물인 토요시장도 거르지 않고 나날이 문을 엽니다. 축제로 시원함도 누리고 토요시장 싱싱하고 오염되지 않은 장흥 특산물도 장만하는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돈도 줍는 보람이 여기에 있습니다.

 

물축제에 간다고 해서 물축제만 하지는 않습니다. 장흥에는 편백숲 우드랜드도 있고 정남진천문과학관도 있습니다. 우드랜드는 편백나무로 특화된 억불산(해발 518m)에 있습니다. 입장료 2000원(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을 내고 들어서면 편백나무가 심긴 비탈을 따라 열린 탐방로가 나옵니다.

 

끝에는 풍욕(風浴)을 하는 '비비에코토피아'(오전 9시~오후 6시, 3000원)가 있습니다. 부직포옷으로 갈아입고 편백의 기운을 온몸으로 누리는 장소랍니다. 사방을 둘러싼 대나무 울타리는 아늑한 느낌을 안겨줍니다.

 

 

비비에코토피아에서 산마루까지(3.7㎞)는 '말레길'이 나 있습니다. 마루를 뜻하는 전라도말이 '말레'랍니다. 별로 비탈지지 않은 말레길에는 계단이 없습니다. 그래서 장애인도 휠체어를 타고 오를 수 있습니다. 

 

편백소금집도 있는데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 합니다.(금·토요일은 24시간, 어른 1만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 아토피 피부질환이나 고혈압 치료에 좋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자란 편백나무로는 여러 가구와 소품도 만든답니다. 목재문화체험관·목공건축체험장·편백 톱밥 산책로 등이 들어서 있습니다. 토요일 오후에는 경매시장이 약식으로 열립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낯이 설기는 해도, 경매에 참여해 보면 편백 제품을 싸게 살 수도 있고 은근히 재미도 있습니다.

 

억불산 자락에는 정남진천문과학관도 들어서 있습니다. 낮에는 태양 관측을 하고 밤에는 별자리 관찰을 합니다. 8월 전라도 밤하늘에서는 직녀성이 있는 거문고 자리와 견우성이 있는 독수리 자리를 잘 볼 수 있습니다.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하며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랍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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