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너무 알려졌어도 또 가고픈 함양 화림동

김훤주 2014. 7. 16.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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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 저녁 7시 20분 즈음에 했던 창원교통방송 원고입니다. 다들 잘 아는 장소이고 누구나 손쉽게 즐기는 골짜기이기는 합니다. 7월 하순 8월 초순 나들이하시면 너무 붐벼서 제대로 누리고 즐기지 못하기 십상입니다. 그러므로 시기는 조금 조절하시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이번 여름도 찜통 같이 무덥겠구나 생각하며 보니까 한창 무더위는 그래도 내달 15일까지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여태 겪었던 여느 해보다 무더위에 시달리는 기간이 좀 적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본격 무더위가 시작되는 이번 주말도 좋고 아니면 좀더 기다렸다 휴가철이 무렵 해서 들러도 좋은 데입니다.

 

함양 화림동 골짜기입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계곡으로 물도 풍성하고 바위들 하얀 빛도 대단하고 둘러싼 산과 들도 빼어납니다. 이런 데를 골라서 옛날 사람들은 정자를 앉혔습니다. 꽃 화자 수풀 림자를 써서 화림동인데요, 그렇다고 꽃 피는 봄만 좋은 것이 아니라 네 철 모두 아름답고 그럴 듯합니다.

 

 

여기를 일러서 팔담팔정(八潭八亭), 여덟 개 여울이 있었고 거기마다 정자를 들여앉혀 정자도 여덟 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장 위에서부터 거연정(居然亭) 군자정(君子亭) 동호정(東湖亭), 셋이 남았고 가장 아래쪽에 있는 농월정은 2003년 10월 까닭 모를 불에 타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 남아 있는 세 군데 정자와 취근 불타버린 농월정 가운데 퍼질고 앉아 놀기 가장 좋은 데를 꼽으라면 누구나 농월정을 꼽습니다. 물이 많고 시원할 뿐만 아니라 골짜기 이곳저곳 자리잡은 바위들도 아주 널러서 그야 말로 두루 나대도 걸리적거리는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농월정. 함양군 사진.

 

더욱이 둘러싼 나무숲도 괜찮습니다. 물가에 나와 놀다보면 새까맣게 살갗이 타기 쉬운데요, 여기는 그늘과 물이 공존하기 때문에 그토록 새까맣게 그을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하고는 뚜렷핫게 구분되는 장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농월정 물가를 따라 먹고 마시는 음식점이 여러 개 잇달아 있다는 점입니다. 풍경을 구경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음식점이 썩 반갑지는 않겠지만, 적당하게 놀고 즐기려는 대다수 탐방객들에게는 이런 음식점들이 그다지 나쁜 존재가 아닙니다.

 

이렇게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고 쉬고 할 수 있는 물과 바위와 숲과 그늘과 음식점이 공존하는 농월정 일대입니다. 대신 번잡함은 피할 수 없습니다.

 

동호정.

 

농월정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넓이에서만 조금 빠질 뿐 물과 숲의 아름다움과 배어남은 조금도 쳐지지 않는 데가 앞에 말씀드린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입니다.

 

가장 높은 데 있는 거연정은 바로 아래 군자정이나 좀더 아래 동호정과 마찬가지로 도드라져 있지는 않습니다. 자연석 위에 일부는 주춧돌을 깔고 기둥을 세운 다음 건물을 세우고 지붕을 올렸습니다. 이런 정자를 둘레 우람한 나무들이 감싸고 덮습니다.

 

이렇게 감싸안은 데로 들어가면 멋진 풍경이 새삼 펼쳐집니다. 물길이 조각한 바위들이 하얗고 가볍게 빛납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줄을 이어 서 있는 위쪽에서부터 물은 촬촬촬 소리내어 흐르고 그 옆 한 쪽은 고여 있습니다. 거연정은 바깥에서 보는 모습도 괜찮지만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눈맛이 더 좋습니다.

 

군자정에서도 거연정과 같은 느낌을 제대로 누릴 수 있습니다. 길 가면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 같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와 계곡과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을 보면 거연정이든 군자정이든 옛날 사람들이 거기 정자를 앉힌 까닭이 저절로 알아지는 그런 명당입니다.

 

동호정 앞 너럭바위.

 

동호정은 거연정이나 군자정에 견줘 정자도 좀더 크고 그럴 듯합니다. 골짜기 너럭바위와 물이랑 어울리는 품이 한층 격식이 있어 보입니다. 거연정이나 군자정이 어쩌면 평상복 차림 같은 느낌을 준다면 동호정은 제대로 차려 입은 정장 느낌을 주는 그런 정자입니다.

 

동호정 마주보는 개울은 여울져 흐릅니다. 개울을 마주보며 서 있는 소나무는 은근히 씩씩해 보입니다. 개울과 소나무를 아우러는 너럭바위는 또 엄청나게 너릅니다. 한 100명은 한꺼번에 들어서도 넉넉한 그런 크기입니다.

 

개울을 건너면 또 솔숲이 이어집니다. 흘러가는 개울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소나무숲입니다. 이런 솔숲에 들어가 앉으면 한여름에도 더위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틈이 난다면, 가까운 운곡리 은행마을에 있는 운곡리 은행나무를 한 번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엄청납니다. 1000살 은행나무를 마주하는 감흥은 또 더할 나위 없습니다. 마을 가운데 떡 자리잡았는데, 사람들이 영역을 마련해 울타리까지 치는 정성까지 들일 정도로 잘 생겼고 씩씩하고 싱싱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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