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의령 사람들은 좋겠다 잣나무 둑길 있어서

김훤주 2014. 7. 2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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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창원교통방송에서 얘기했던 원고입니다. 이번에는 여름철에도 걷기 좋은 의령 잣숲 둑길을 소개해 올렸습니다.

 

의령에 가면 아주 걷기 좋은 길이 하나 있습니다. 잘 가꿔져 있고 양쪽으로 잣나무가 심겨져 있어 줄곧 그늘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햇볕 따가운 여름에도 좋고 어쩌다 비가 조금씩 내릴 때도 큰 불편 없이 걸을 수 있답니다.

 

시작은 가례면 운암리 평촌마을 은광학교 있는 데서 조그만 개울 가례천을 따라 내려가면 마주치는 의령천 제방이 되겠습니다. 여기서 의령읍 중동리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곽재우 장군을 모시는 충익사까지 3.5km가량 멋진 길이 이어집니다.

 

 

우레탄으로 만든 자전거길과 흙을 깔아 만든 사람 걷는 길이 나란히 나 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양쪽으로는 나이어린 잣나무가 5~6m 높이로 죽 늘어서 있습니다. 지금은 어리지만 세월이 흐르면 나중에 나름대로 장관을 이루겠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여기는 의령 사람들한테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사람들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집니다. 한 중년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뒤이어 한 청년이 반바지 차림으로 달리기를 하며 얼마 안 있어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여자가 두 팔을 휘저으며 재게 걸어가는 식입니다.

 

게다가 쉼터이기도 합니다. 길가에는 긴의자가 마련돼 있는데요, 이런 데서는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마주 앉아 한가롭게 얘기를 나누고 있기가 일쑤입니다. 줄곧 이어지는 의령천도 풍경이 그럴 듯합니다.

 

 

곳곳에 바위가 나와 있고 그 언저리를 따라 물이 흘러갑니다. 건너편 산자락에는 붉은 줄기 내비치는 소나무가 곳곳에서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고 은사시나무는 푸른 잎을 매단 채 굵지 않은 하얀 줄기를 내어보입니다. 또 물고기가 많은 모양인지 천변에는 왜가리와 백로들이 날아듭니다.

 

게다가 3km 정도 되는 자리에는 퇴계 이황(1501~1570)을 모시는 덕곡서원도 있습니다. 덕곡서원은 밖에서 봐도 멋지고 안에 들어가 서원 건물 앞에서 내려다보면 앞이 툭 트여 풍경이 좋고 시원합니다. 여기 잠시 들렀다가는 도로 다리를 건너서 구름다리로 올라갑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구름다리는 걸을 때마다 출렁거립니다. 작으나마 색다르게 즐길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남산 꼭대기로 이어지는 길도 있고 충익사로 곧장 나아가는 길도 있는데요, 지금은 날씨가 무더우니까 산길로 드는 대신 충익사로 바로 빠지는 편이 낫겠습니다.

 

 

충익사는 망우당 곽재우 장군을 비롯해 의병으로 떨쳐 일어났던 여러 장령들을 기리는 곳입니다. 충익사 뜨락은 아주 잘 가꿔지고 있습니다. 의령이 의병의 고장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둥치 굵은 배롱나무들은 한창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한두 그루가 아니라 곳곳에서 꽃들을 터뜨립니다.

 

모감주나무나 가문비나무들도 좋습니다. 나이가 500살이 넘었다는 둥치 굵고 아주 의젓한 모과나무도 한 그루 놓여 있는데 이 나무가 참 대단합니다. 어쩌면 임진왜란 당시 난리와 곽재우 장군 생전 모습을 몸소 겪고 봤을지도 모릅니다. 또 커다란 뽕나무도 있는데요, 나이가 280살 넘었다 합니다.

 

500년 넘게 됐다는 뽕나무.

이렇게 거닌 다음에는 충익사 전시관이나 아니면 새로 만들어진 의병박물관을 들러봐도 좋겠습니다. 아울러 잘 갖춰진 화장실에 들어가 손과 얼굴을 씻어도 괞찮겠습니다.

 

적당하게 걷고 나면 배가 출출하기 마련입니다. 의령은 소바와 소고기국밥이 명물입니다. 충익사 바로 옆에 도로만 건너면 의령전통시장이 있는데요, 여기 일대 가게들에서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또다른 명물인 망개떡을 조금 장만해도 좋겠습니다. 많이 달콤한지라 아이들이 좋아하거든요.

 

의령 잣나무 숲길 들머리를 찾아가시려면 자동차 네비게이션에서 ‘은광학교’를 찍으시면 되겠습니다. 나중에 자동차 있는 데로 돌아갈 때는 택시를 타면 되겠습니다.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대중교통 편 버스나 택시를 활용하는 수도 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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