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절간과 자연 따라 흐르는 문화유산 여행길

김훤주 2014. 6. 2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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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루트

 

경북 청도 운문사→18.9km 울산 울주 석남사→5.6km 가지산(석남터널 둘레)→11.1km 경남 밀양 호박소→2.7km 얼음골·얼음골옛길(남명초교)→3.5km 도래재→10km 표충사→10.8km 밀양댐→24.2km 밀양박물관→13.9km 표충비(표충사에서 밀양댐을 빼고 밀양시립박물관으로 바로 가면 →23.3km)

 

운문사와 석남사, 공통점과 차이점

 

오래 된 절이 대체로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청도 운문사는 보물이 많습니다. 매년 삼월 삼짇날이면 막걸리 열두 말을 마신다는 처진 소나무(천연기념물 제180호)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절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만세루(萬歲樓)를 비롯해 대웅보전(보물 제835호) 미륵전·작압전(鵲鴨殿)·금당·강당·관음전·명부전·오백나전 등 조선시대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운문사 금당 앞 석등(보물 제193호)은 아래받침돌과 윗받침돌 면마다 연꽃이 새겨져 있고, 꼭대기도 연꽃봉오리 모양 보주(寶珠)가 올려져 있습니다. 운문사 동호(보물 제208호)는 검은색 항아리로 이름이 감로준(甘露樽)이랍니다. 뚜껑 손잡이에는 불꽃 모양이 있습니다.

 

작압전 석조여래좌상과 석조 사천왕상.

 

고려 스님 원응국사의 업적과 행적을 적어넣은 원응국사비(보물 제316호)도 있습니다. 고려시대 석불인 석조여래좌상(보물 제317호)은 작압전(鵲鴨殿)에 석조사천왕상과 같이 모셔져 있습니다. 육각 대좌와 광배가 모두 온전한데, 광배 가운데에는 연꽃이 있고요, 테두리에는 불꽃무늬가 있습니다. 석조사천왕상(보물 제318호) 4기는 수법이 정교하고 사실적이라는 평을 받습니다.

 

운문사 옛 대웅보전(오른쪽)과 삼층석탑.

 

대웅보전(보물 제835호)은 조선 중기 건물이랍니다. 운문사에는 대웅보전이 둘인데 사람들은 무슨 뜻이라도 있나 궁금해 하지만 알고 보면 싱겁답니다. 원래 대웅보전이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져 비로전을 대웅보전으로 고쳐 써왔다는데요, 1994년 들어 원래 자리에 대웅보전을 새로 지으면서 옛 비로전에도 이름을 되찾아 주려 했으나 아직은 문화재청과 합의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운문사 새 대웅보전. 국화 화분이 나란합니다.

 

그러니까 보물 대웅보전은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시고 있는, 원래는 비로전이던 건물입지요. 보물 대웅보전(보광명전)에 있는 비로자나삼신불회도(보물 제1613호는)는 커다란 화폭에 비로자나불과 석가모니불·노사나불 등 삼신불을 중심으로 여러 권속을 함께 담았습니다.

 

운문사 만세루. 국화 화분이 군데군데 놓여 있습니다.

 

운문사 만세루.

 

이밖에도 보물이 더 있지만, 가을 단풍에 물든 아름다운 풍치는 따로 꼽아 마땅한 보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기도 효험이 있다는 암자들에는 한 해 내내 사람들이 끓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정갈함’이랍니다. 경내 마당에 남아 있는 막 끝낸 비질 자죽과 밀짚모자를 쓰고 울력을 하는 비구니들의 쉼 없는 움직임은 운문사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기만 합니다.

 

운문사 울력하는 스님들.

 

그리고 들머리 길게 이어지는 길 따라 들어선 소나무들은 서늘하고 시원하지요. 그 사이로 갈라져 내려오는 햇살은 바닥 솔갈비에 내려앉으며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전각 앞이나 옆 댓돌에 놓여 있는 신발들은 가지런하고요, 절간 여기저기 놓여 있는 화분들은 철 따라 꽃을 바꾼답니다. 그래서 운문사를 제대로 돌아보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립니다. 넓은 경내 곳곳에 촘촘하게 박혀 있는 보물이며 주변 풍경은 어느 것 하나라도 놓치면 아쉬운 것들이랍니다.

 

운문사 처진 소나무와 만세루.

 

운문사는 화랑정신과 <삼국유사>가 탄생한 역사의 산실로도 유명하지요. 운문사에 머물던 원광국사가 찾아온 화랑들에게 세속오계 가르침을 내려준 곳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고려 충렬왕 때 일연선사가 주지로 있으면서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이기도 하답니다.(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주차요금 2000원)

 

운문사에서 석남사 가는 길에서 만나는 가지산 골짜기는 늦가을이면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르릅니다. 가지산은 유별나게 소나무 같은 늘푸른나무보다 잎이 지는 활엽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방으로 둘러싼 그 활엽수들이 한꺼번에 만들어내는 단풍은 남다르기 마련입니다.

 

어떤 물감으로도 담아내기 힘든 천연색감으로 세상을 물들이는데, 여기 넋을 놓고 가다보면 금방 석남사가 나옵니다. 석남사와 운문사는 비구니 절간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두 절을 비교하면서 보면 그것도 재미있습니다.

 

석남사 일주문.

 

 

운문사 들머리에는 소나무들이 자리잡고 있어 약간 긴장감을 주는 반면 운문사 들머리에는 참나무나 서어나무 따위 활엽수들이 늘어서 있어 푸근한 느낌을 줍니다. 또 운문사 하면 먼저 정갈함이 떠오른다면 석남사는 어쩌면 ‘실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석남사 가는 길.

 

그리고 그 실용의 대표선수는 ‘섀시’라 할만하답니다. 경내에 들어서면 겨울 추위를 막기 위해 대웅전은 물론 여기저기 모든 건물에 달아놓은 섀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여름이면 선방마다 에어컨을 달고 사는 처지여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운치를 기대하고 찾는 사람에게는 썩 반갑지만은 않은 노릇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깔끔함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랍니다. 운문도 석남도 마찬가지로 깨끗하지만, 운문사에는 화분이 나와 있는 반면 석남사는 석탑 둘레 네모나게 공간을 내어 꽃을 심어 놓기 십상인 점은 서로 다릅니다.

 

석남사 삼층석탑 둘레 꽃밭.

 

울주 석남사 승탑(蔚州 石南寺 僧塔:보물 369호)은 꼭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뒤쪽 언덕 넓은 터에 놓여 있는데 석남사를 처음 세운 통일신라 시기 도의국사의 사리탑으로 다른 데서는 보기 어려운 모양을 하고 있답니다.

 

 

 

승탑 자리에서 보는 석남사 뒷모습.

 

전체적으로 팔각원당형(八角圓堂形)이며 아래받침돌에는 사자와 구름무늬, 가운데받침돌에는 코끼리 눈 모양 장식에 꽃무늬 띠를 새겼습니다. 또 연꽃 대좌 위에 놓은 탑신에는 서 있는 신장(神將)을 도들새김으로 넣어놓았습니다.

 

이 도의선사는 우리나라 남종선의 시조라 합니다. 도의선사가 귀국(821년)해 활동하던 당시 신라 불교의 주류는 교종인 화엄종이었답니다. 그래서 도의의 선종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그 뒤 세월이 3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나름 널리 퍼졌습니다.

 

아래 둥치에서 일제 송진 공출 자취를 볼 수 있습니다.

 

8세기 후반부터 신라 왕족의 중앙집권이 약해지고 지역마다 호족이 세력을 얻어나가는 시대 흐름과 맞물리는 것입니다. 대체로 중앙집권 세력은 교종에, 호족 세력은 선종에 기대었습니다.

 

석남사삼층석탑(石南寺三層石塔)은 울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5호입니다. 석남사에는 삼층석가사리탑도 있는데 헷갈리기 십상입니다. 대웅전 앞에는 삼층석가사리탑이 있고 삼층석탑은 극락전 앞에 있습니다.

 

 

삼층석탑이 원래는 대웅전 앞에 있었으나 1973년 삼층석가사리탑이 들어서면서 지금 자리로 옮겨졌습니다. 삼층석탑도 삼층석가사리탑도 모두 도의선사가 세웠다고 전해집니다.

 

다만 삼층석탑은 아직도 원래 모습 그대로고 삼층석가사리탑은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15층이었다 하는데 임진왜란 때 무너져 버렸고 이를 스리랑카에서 석가모니 진신사리 1과를 가져와 봉안하고 3층으로 새로 쌓았습니다.

 

석남사 석가사리석탑.

 

신앙하는 대상으로는 석가사리탑이 적격이겠지만, 아담하고 가지런하고 소박한 느낌은 삼층석탑 쪽이 좀더 낫게 풍긴답니다.(입장료 어른 1700원, 청소년 1300원, 어린이 1000원)

 

가지산, 호박소, 천황산, 얼음골과 얼음골 옛길

 

가지산은 경북 청도·경남 밀양·울산 울주에 걸쳐 있습니다. 이른바 영남 알프스의 한 부분입니다. 한겨울 눈에 덮인 모습이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고 붙은 이름이랍니다. 하지만 겨울만 멋지고 가을과 봄과 여름은 멋지지 않을 리는 없습니다.

 

멋진 모습을 보려면 지르지 않고 둘러가는 길을 골라잡아야 합니다. 속도를 숭상하는 새로 난 국도 24호선은 석남사 들머리에서부터 가지산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통째로 터널로 관통해 버린답니다. 이러면 빠르기는 해도 국도 터널 가운데 가장 길다는 가지산터널 4.5km 내내 콘크리크벽말고는 아무 볼 것이 없습니다.

 

석남터널 가까운 데 단풍.

 

대부분이 여기로 빨려 들어가기는 하지만 ‘뭘 좀 아는’ 이들까지 그렇지는 않습니다. 석남사 나오면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지방도 69호선을 고릅니다. 울산쪽 가지산 골짜기를 타고 올랐다가 석남터널 500m 남짓을 지난 다음 밀양쪽 골짜기를 타고 내립니다.

 

석남터널 가까운 데서 보는 가지산 단풍.

 

오르내리는 내내 가지산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고 그럴 듯한 지점에서는 멈춰서서 한참을 누려도 되거든요. 이렇게 해서 호박소에 닿습니다. 호박소 또한 가지산 자락에 듭니다.

 

호박소 일대 골짜기는 가파르지 않아서 느릿느릿 누리고 즐기면서 산책하기 알맞습니다. 골짜기에 들어도 좋고 산길을 걸어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거닐다가 적당하다 싶은 자리가 나타나거든 들어가 앉아 노닐면 그만입니다.

 

물줄기가 돌에 떨어지면서 깊이 파이는 바람에 절구처럼 만들어졌습니다. 바닥이 온통 돌이고 깊기도 하기 때문에 들어가면 빠져나오기가 어렵겠습니다. 옛날 사람들이 하늘이 가물 때 여기서 기우제를 지냈답니다. 사철 내내 제각각의 색깔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얼음골(천연기념물 제224호)은 가지산과 천황산 중간 어름에 있습니다. 여름에도 얼음이 맺힌다고 해서 이름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얼음골에는 얼음 말고는 별로 볼 것이 없습니다. 그나마 얼음조차 이제는 철재 칸막이 너머로 보이는 둥 마는 둥 합니다.

 

오히려 얼음골 들머리에서 마을을 거쳐 남명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옛길을 한 번 걸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세상이 편해지고 빨라지면서 가장 많이 변한 것 가운데 하나가 길입니다. 길에는 더 이상 사람이 없고 덩달아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도 사라졌습니다.

 

이 옛길은 새 길이 나면서 조용해졌습니다. 얼음골과 호박소로 이르는 아스팔트 도로가 놓이기 전에는 자동차들이 이 좁은 콘크리트길로 다녔더랬습니다. 지금은 동네 사람들 농사짓는 데 쓰는 차들만 가끔 지나친답니다.

 

얼음골 옛길.

 

얼음골 옛길 사과밭 사과들.

 

얼음골 옛길 사과밭.

 

고맙게도 옛길은 행정에서 쓰는 이름조차 ‘얼음골 옛길’로 돼 있습니다. 조금 느린 걸음으로도 1시간이면 족한 꾸불꾸불 이어지는 길에는 사람조차 드뭅니다. 길가 과수원 사과나무에는 올망졸망 얼음골 사과들이 부산스레 달려 있습니다. 아직 때 타지 않은 이 옛길이 그대로 오래 남으면 좋겠습니다.

 

길 끝에서 만나는 남명초교는 동상들이 재미있습니다.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과 책 읽는 소녀와 반공소년 이승복에 더해, 밀양 출신 임진왜란 승병장 사명대사가 있습니다. 정문 안쪽 책 읽는 소녀는 웃음이 야릇합니다.(들여다보는 책이 19금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사명대사에게 한가운데를 내어주고 운동장 한 쪽 구석으로 옮겨간 이순신은 표정이 순진한 중학생 같습니다. 뒤쪽 동천 물가에 빙 둘러 있는 솔숲은 품격이 신라 왕릉 솔밭 같이 대단합니다. 이 학교 아이들은 이것만으로도 크게 복을 받았습니다. 교실에 앉아서도 삼림욕을 할 수 있으니 말씀입니다.

 

 

도래재로 넘어가 만나는 표충사의 아름다움

 

표충사 가는 길은 빠른 길과 느린 길이 있습니다. 어디를 가도 잘 나 있는 도로는 사람들 바쁜 걸음을 덜어주기도 하지만 누릴 수 있는 운치는 그만큼 덜해졌습니다. 도래재를 타고 넘어 표충사 가는 길을 잡으면 옛길의 운치를 조금이나마 더 느낄 수 있습니다.

 

골짜기 양쪽으로 펼쳐지는 풍경도 썩 좋습니다. 도래재는 산내면 남명리에서 단장면 구천리로 넘어간답니다. 고개가 너무 높고 날씨도 변덕이 잦아 도로 돌아오는 일이 많아 도래재(回嶺)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지요.

 

표충사 수충루. 유교식 건물입니다. 일주문은 없습니다.

 

옛날에는 장터 나들이에 퍽 쓰임새 있는 길이었지만 이제는 여기 붙어 있던 이런저런 마을조차 사라졌고, 자동차는 그래도 드문드문이나마 넘어가지만 사람이 타박타박 넘는 경우는 없다시피 합니다.

 

도래재를 돌아 나와 표충사에 이르는 길에는 대추나무가 많습니다. 옛날에는 대추나무 한 그루에 자식 한 명을 대학 공부시켰다고 할 만큼 밀양 대추의 명성이 높았습니다.

 

절간 표충사(경상남도 기념물 제17호)에는 사명대사를 기리는 표충서원(表忠書院: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52호)가 있습니다. 영축산에 있던 표충사(祠)를 1839년 표충사(당시 이름은 영정사)로 옮겨오면서 서원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표충사에는 우리나라에서 향로로는 가장 오래 된 고려시대 청동함은향완(靑銅含銀香垸:국보 제75호)을 비롯해 표충사 삼층석탑(보물 제467호), 사명대사의 금란가사·장삼(중요민속자료 제29호), 표충사 석등(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4호), 표충사비(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5호) 표충사 대광전(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31호) 등등 숱한 문화재가 있습니다.(입장료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 주차요금 2000원)

 

표충사는 이처럼 유교조차 품어 안는 우리 불교의 유연함을 보여주는 한편으로 둘레 경관의 아름다움도 한껏 드러내 보여줍니다. 으뜸 전각인 대광전 맞은편 우화루(雨花樓)에 앉으면 경건함과 조용함 한가운데서 그 풍경을 온전하게 담을 수 있고요 시원한 계곡물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기둥에 기대어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거나 노래를 듣거나 졸 수도 있답니다.

 

우화루에서 바라보이는 단풍.

 

돌아 나오는 길에 사천왕상을 훑어보면 거기에도 재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사천왕 발밑에 험상궂은 남정네 대신 어여쁜 여인네가 깔려 있습니다.

 

왜일까요? 죄와 악은 원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죄와 악이 험상궂고 나쁘면 세상 사람 어느 누구도 죄와 악을 저지를 리 없다, 아름다움과 이로움과 편리함을 경계하라, 이런 따위가 여기 들어 있다고 한답니다. 사천왕 발 아래에 여자가 깔려 있는 모습은 우리나라 절간에 표충사까지 치더라도 몇 군데가 없습니다.

 

박물관·표충비에 깃든 아름다운 정신

 

 

표충사에서 나오는 길에는 밀양댐에 들를 수도 있습니다. 가을의 밀양댐은 단풍과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냅니다. 전망대에 서서 내려다보는 밀양댐 풍경은 원래 목적과 무관하게 사람이 만든 듯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답니다. 밀양댐도 이제는 제법 관광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밀양박물관은 보통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박물관답지 않게 규모도 내용도 실하답니다. 경남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박물관인데요, 영남루 근처에 있다가 2008년 지금 장소에 건물을 새로 짓고 옮겼습니다.

 

밀양십이경도.

 

사명대사 유물도 있고, 영남루에서 출토된 용머리 장식 망와 따위, 아랑 영정, 백범 김구·해공 신익희의 글씨, 김종직(金宗直)·노상직(盧相稷)·이익(李瀷)의 문집 책판을 비롯해 김홍도(金弘道)·장승업(張承業)의 그림과 밀양12경도 등이 나와 있습니다.

 

 

아랑 영정.

 

밀양 출신 독립 운동가들의 활동 내용과 밀양 지역 독립운동을 둘러볼 수 있는 밀양독립운동기념관도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나라 잃은 시기 많은 아름다운 밀양 사람들의 독립운동이 크고 또 많았음을 알게 해줍니다.

 

영남루 출토 용어밀 장식 망와.

 

주차요금은 받지 않으며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이고 1월 1일과 설날·추석, 월요일은 쉰답니다.

 

밀양 무안면사무소 소재지에 있는 표충비(表忠碑: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5호)는 사명대사비라고도 합니다. 나라에 큰 어려움이나 전쟁 같은 좋지 않은 일을 앞두고는 빗돌에서 땀이 흐른다고 해서 ‘땀 흘리는 표충빗돌’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마치 예고라도 하는듯이 비석에 물이 맺혀 흘렀습니다. 사명대사의 아름다운 나라 걱정이 지금까지 전해진 결과라 해서 민간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표충비가 흘리는 ‘땀’은 물기를 머금은 따뜻한 바람이 찬 비석에 닿아 표면에 이슬이 맺히는 결로(結露)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빗돌은 1742년 남붕선사가 경북 경산에서 가져온 휘록암이라 하는데요 휘록암은 쉽게 차가워지는 성질이 있답니다.

 

김훤주

 

※ 2012년 출판된 문화재청 비매품 단행본 <이야기가 있는 문화유산 여행길 경상권>에 실은 글을 조금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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