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자연과 역사 문화가 함께하는 창녕 옥천 골짜기

김훤주 2014. 6. 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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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창원교통방송 원고입니다. 제 고향이기도 한, 창녕에 있는 옥천골짜기를 소개했습니다. 더불어 함께 있는 관룡사와 옥천사지도 들러보시라 권했겠지요. 나름 그럴 듯한 계곡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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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탁족도 하고 물놀이도 할 수 있는 데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창녕 옥천골짜기가 있는데요, 아주 크고 넓지는 않지만 그래도 깊이가 있어서 여기 들어서면 여름이라도 골짜기를 타고 시원한 공기가 흘러듭니다.

 

그리고 관룡사라는 오래 된 절도 있고 옛날 고려시대 스님 신돈이 태어나 자랐던 옥천사지도 바로 옆에 있습니다. 네비게이터에 관룡사를 찍고 가다가 그 화왕산군립공원 요금소를 지나면 나오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바로 옥천 골짜기입니다.

 

이쪽저쪽 펑퍼짐한 바닥이나 나무그늘 아래에다 자리를 잡으면 됩니다. 아직은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그거나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는 않을 텐데요, 7월 하순이나 8월 초순 휴가철이 되면 그야말로 들어갈 틈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습니다.

 

 

골짜기가 길게 이어지고 있으니까 도로에서 가까운 데 적당하게 놀 자리가 없다 해도 안으로 들어가보면 좋은 자리가 아직은 남들 차지가 되지 않고 남아 있을 것입니다. 함께온 일행이랑 이야기도 주고받고 아니면 아니면 카드게임 등 앉아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즐기기도 합니다.

 

또 어린아이들 데리고 가족끼리 나온 사람들은 물놀이 기구에 아이를 태워놓고 같이 놀거나 조그만 그물로 만든 반두를 서로 마주 들고 물고기를 잡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데 나오면 먹고 마시는 데서 더 큰 즐거움을 찾는 것 같은데요, 바리바리 먹을거리 마실거리를 미리 장만해 싸들고 가도 좋지만, 거기 동네 주민들이 파는 음식을 사 먹는 편이 좋은 점도 많습니다.

 

 

맨날 먹는 그런 고기 음식 말고 그 동네에서 나는 나물이나 동동주를 맛보는 새로움도 있고 잔뜩 싸들고 가는 수고를 하지 않는 간편함이 그렇습니다. 또 이렇게 찾아와 잘 놀면서, 물만 흐리고 골짜기만 더럽히고 가는 대신 지역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는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요즘 들어 공정여행이 뜨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어디 외국여행 나가야만 공정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찾아가는 사람도 좋고 지역 주민도 좋은 그런 공정여행은 이처럼 동네 골짜기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옥천 골짜기를 찾으면 바로 옆에 있는 옥천사 폐사지와 멀지 않은 위쪽에 있는 관룡사도 찾아야만 제대로 보람을 누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분 남짓 걸리는 관룡사 가는 길은 양쪽으로 심겨 있는 벚나무 가로수들이 풍성한 잎사귀로 줄곧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여기에 더해 개울물이 끝까지 동행해 주기에 거기서 나오는 청신한 바람이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을 곧바로 말려줍니다. 이렇게 걷다보면 주차장으로 쓰이는 너른 자리가 나오는데요, 여기서는 콘크리트길 쪽으로 가지 말고 오른쪽 돌계단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야 관룡사 명물 돌장승 부부 한 쌍을 만날 수 있거든요. 둘 다 커다란 왕방울 눈과 주먹코가 인상적인데요, 작은 오른쪽은 할멈이고 상투를 튼 왼쪽은 영감입니다. 돌장승을 지나면 곧바로 절간이 나타나는데, 이 관룡사의 주인은 이런저런 전각들이 아니라 뒤를 받치는 관룡산 병풍바위의 아름다운 퐁경입니다.

 

 

앞으로 나 있는 좁다란 돌계단과 돌문을 지나서 만나는 대웅전 약사전 원음각 같은 건물도 괜찮지만 마당에서 대웅전 뒤로 바라보이는 가까운 솔숲과 멀리 있는 바위들이 더욱 멋진 것입니다.

 

 

 

여기까지 걸음을 한 김에 관룡사 서쪽 요사채 뒷길로 500m쯤 떨어진 중턱 용선대까지 올라도 괜찮습니다. 통일신라 석조석가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는데, 사방팔방 트여 있어 바람도 시원하고 동쪽과 남쪽 아래 내려다보는 눈맛도 썩 시원합니다.

 

관룡사에서 약수를 한 모금 마신 다음 내려오는 길에는 옥천사 폐사지를 들릅니다. 제가 알기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제대로 망한 절터가 옥천사 폐사지입니다. 다른 폐사지는 절로 허물어진 데가 많아서 돌탑 석등 따위 석재가 층층이 쌓여 있지만 옥천사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랫돌 위에 제대로 놓인 윗돌이 하나도 없어서, 석등 몸통으로 짐작되는 돌덩이는 뒤집어져 있고, 석등 받침돌에는 정에 쪼인 자국이 뚜렷하합니다. 석탑이었을 돌덩이들은 이리저리 곳곳에 흩뿌려져 있고, 연자방아맷돌 또한 뒤집어진 채입니다.

 

고려 말기 개혁 정책을 추진했던 신돈이 임금의 신임을 잃으면서 처형을 당하게 되자, 그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었던 수구세력 권문세족들이 신돈에게 원망을 품고 이렇게 앙갚음을 한 것입니다. 시원한 시냇물이랑 자연과 더불어, 우리 역사와 문화까지 함께 엿볼 수 있는 그런 옥천골짜기였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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