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 본사가 있는 두산중공업이 우리 경남도민일보에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두산중공업은 원래 한국중공업이라는 공기업이었으나 2000년 12월 두산재벌이 사들인 다음 바꾼 새 이름입니다.
저희 신문 광고고객부 직원한테 들었는데, 앞서 저희 신문 창간 9주년 축하 광고 대금 때문에 만난 두산중공업 홍보 관계자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광고 주고 말고는 광고주 마음에 달렸으니까 제가 무어라 할 처지는 아닙니다만, 한 달 보름 전에 두산중공업 작업장에서 하청업체 젊은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졌는데, 이와 관련된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사고를 일으킨 문제 지게차. 민주노총 경남본부 제공
걸어가는 이 노동자를 지게차가 뒤에서 덮쳐 10m 가량을 더 진행했습니다. 물건을 들어올려 앞이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지게차를 운전해 생긴 결과였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신호수를 둬야 한다는 산업안전 관련 규정을 어기지 않았으면 처음부터 일어나지도 않았을 어처구니없는 사고였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첫 보도는 한참 늦은 20일 화요일치에 경남지역 하청노동자 기본권 및 건강권 보장을 위한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기사로 이 산재 사망사고가 나갔습니다.
게다가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에서 ‘두산중공업’이라 이름을 밝혔으나 기사에서는 그냥 ‘대기업’이라고만 나갔습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필이면 19일치 경남도민일보에 두산중공업 전면 광고까지 들어갔습니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광고 압력 때문에 기사가 나가지 않았으리라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광고고객부에 알아봤더니 광고 압력은 없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외부 인사로 짜인 지면평가위원회서도 문제 제기가 됐는데 원인이 데스크 판단 잘못으로 결론을 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경남도민일보에서는 두산중공업 작업장 하청 노동자 산재 사망 사고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사설과 칼럼과 기사로 줄이어 다뤄졌습니다.
23일치에는 금속노조 마창지역금속지회 이김춘택 사무장의 칼럼 ‘어느 하청 노동자의 죽음’이 실렸고 26일치에는 ‘잇따른 작업장 지게차 사고 왜?’가 나갔습니다.
뒤이어 27일치로 나간 사설 ‘사람 죽고 나서 실수?’에서 경남도민일보는 민주노총의 말을 빌려 “대기업이 안전관리를 협력업체에 떠넘긴 것도 문제, 이런 대기업을 제대로 감독 못 하는 노동부의 저자세도 문제”라 짚었습니다.
그런 다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위험한 작업장의 안전관리는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일차적 노동조건이어야 한다. 사람 죽고 나서 ‘실수’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과 생명권이 얼마나 하찮게 취급되는지 여실히 드러난다.”고도 꼬집었습니다.
두산중공업 이미지 광고
두산중공업이 배알이 뒤틀렸나 봅니다. 제가 보기에 손꼽히는 대기업다운 모습은 전혀 아닙니다. 먼저 안으로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할 텐데 싶습니다.
지금 경남도민일보에는 두산중공업 광고가 실리지 않고 있습니다. 6월 19일인가, 건설의 날 즈음해 경남의 다른 일간지에는 두산중공업 광고가 크게 실렸지만 말입니다. 아마 앞으로도 실리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두산중공업은 담수화나 발전 설비를 주로 만들어내는 공장입니다. 그러니까 신문 독자가 직접 소비자인 경우는 없습니다. 그래서 신문이나 방송에 내는 광고도 죄다 이미지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잘 됐다 싶습니다.
‘쫀쫀한’ 마음씨가 얄밉기도 합니다만, 작업장 하청업체 안전 관리조차 제대로 못하면서 세계 1위 담수화 운운하면 되겠느냐 싶었고, 그러니까 광고비 아껴서라도 작업장 환경 개선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알아봤더니, 두산중공업이 경남도민일보에 주는 광고 대금이 한 해 1000만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랍니다. 그래도 제게는 서너 달 생활비가 되겠지만, 그 돈으로는 그 넓디넓은 작업장을 제대로 안전하게 할 수 없을 것 같아 은근히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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