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신문사 자문변호사가 보는 '불매운동'

기록하는 사람 2008. 6. 3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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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가로막은 가장 큰 장벽은 '조중동'

이번 촛불집회 과정에서 국민과 이명박 정부 사이의 '소통'을 가로막은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일까. 경찰이 쌓은 '명박산성'일까, 뉴라이트와 고엽제전우회 등 극우단체의 '맞불집회'였을까. 둘 다 아니었다.

촛불을 든 국민은 경찰과 싸우지 않으려 했고, 극우단체와는 아예 상대하려 들지 않았다. 경찰이 폭력진압을 해도 명령을 내린 경찰 수뇌부를 욕했지, 위험을 무릅쓰고 진압에 나선 어린 전경들을 오히려 안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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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옥을 지켜주고 있는 경찰버스들. /김주완

반드시 허물어야 할 진짜 장벽은 따로 있었다. '조중동'이라 일컫는 '몰상식 언론'이 그것이다.

경찰의 물대포 공세에 '샤워시켜줘서 고마워요', '이왕이면 온수를!'이라고 외치고, 경찰차에 잡혀가면 '닭장차 투어'라며 여유를 과시하는 촛불시민들도 유독 조중동에 대해서는 사옥에 쓰레기를 투척하며 극도의 증오감을 숨기지 않는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뿐 아니라 집에 있는 주부와 출근한 회사원, 청소년들은 인터넷에서 그 날 그 날 조중동에 광고를 낸 기업체의 이름을 확인하고, 전화를 걸어 "민심을 왜곡하는 신문에 계속 광고를 내면 귀 회사의 제품을 사지 않겠습니다"며 정중히 불매의사를 통보한다.

이른바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이다. 10년 동안 안티조선 운동을 벌여온 언론운동단체들도 미처 해보지 못한 창의적 방식이다. LG전자·아시아나항공·현대카드·진로·르까프·신일제약·보령제약 등 주요 기업이 광고를 중단하거나 중단을 검토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조중동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광고가 6월 들어 거의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불신도 더욱 높아졌다. <시사IN>이 지난 18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성인 남녀 1000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조선일보>가 '가장 불신하는 매체' 1위(19.5%)로 꼽혔다. 자기의 이념 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국민 가운데서도 '불신 1위'였다.

성난 민심을 그나마 차단해주던 조중동의 위기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었던 것일까. 이명박 정부가 엄호사격에 나섰다. 법무부 장관이 불매운동 단속을 지시했고, 검찰이 '업무방해죄'로 엄히 다스리겠다며 칼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앞의 <시사IN> 여론조사에서 절반 가까운 국민이 광고주 불매운동에 공감(48.8%)한다고 밝혔고,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41.3%였다.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과연 처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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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독자권익위원인 김종숙 변호사. /김범기

과연 소비자의 불매 의사 표현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는 걸까. 경남도민일보 독자권익위원인 김종숙 변호사(법무법인 미래로)를 만나 검찰이 적용하겠다는 업무방해죄가 어떤 죄인지부터 물어봤다. 
 
-업무방해죄가 뭡니까?

△형법 제314조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때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계'란 상대방을 속이는 걸 말하는 겁니다. 또 '위력'이란 사람의 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만한 힘을 말하는데, 폭행이나 협박, 그리고 사회적·경제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해서 업무를 방해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그러면 소비자가 전화로 불매 의사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욕설을 쓴 것도 해당되나요?

△단순히 욕설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업무방해죄 성립에 필요한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다만 지나친 욕설이나 폭언은 업무방해죄보다 모욕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욕죄는 친고죄이므로 당사자의 고소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죠.

-그렇다면 조중동 광고주에게 전화를 해서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통보한 소비자를 처벌하는 건 무리가 아닌가요?

△우선 소비자가 광고주에게 속이는 것은 없기 때문에 업무방해죄 성립에 필요한 위계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어보입니다. 또 소비자가 광고게재 중단요구와 함께 불매운동을 고지한다고 해도, 이를 가지고 경제적 강자라고 할 수 있는 광고주가 소비자로부터 의사를 제압받거나 혼란하게 되었다고 보기 힘들고 공포감을 느낄 정도의 협박을 받았다고 보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불매운동은 소비자운동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소 법적인 논란은 있어 보이지만, 특정신문 광고주 불매운동 고지만을 가지고 업무방해로 해석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겁니까?

△선량한 시민 개개인이 정중한 말로 단순히 광고게재 중단을 요구하며 불매 의사를 고지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소비자들이 광고주 회사의 정문을 막아 직원들의 출입을 어렵게 하는 등 집단행동을 하거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이고 계속적으로 전화를 걸어 폭언과 욕설을 함으로써 소비자운동의 목적이 아니라 정상적인 업무를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라는 게 입증되면 업무방해죄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욕설이나 폭언해도 위계 위력 입증 못하면 처벌 어려워

-광고주 기업의 이름을 공개하고, 불매 전화를 하도록 유도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은 어떻게 됩니까?

△글을 올린 것 또한 그 사실만으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한 위계와 위력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불매운동을 위한 인터넷 카페나 사이트를 개설한 사람도 처벌할 수 없나요.

△불매운동도 소비자의 권리이므로 개설했다는 자체만으로 업무방해죄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그 또한 구체적인 협박이나 모욕, 허위사실 적시 등이 있다면 모르지만….

-최근 조선일보가 자기들에게 광고를 싣는 '농심은 봐주고', 광고를 않는 '삼양식품을 죽이려 한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농심 불매, 삼양 구매'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조선일보는 그게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게 허위사실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요?

△진실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소비자들의 그런 주장이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판단에 의해 거대언론의 횡포를 바로잡겠다는 공익적 목적이라면 그 또한 위법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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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코리아나호텔을 지켜주고 있는 경찰버스들. /김주완

-그러면 검찰이 왜 신뢰저해사범 전담수사팀까지 꾸려가며 단속하려는 걸까요?

△검찰에서도 소비자가 순수한 의도에 따라 정중하게 광고게재 금지를 요구하거나 불매운동을 고지하는 행위를 업무방해나 다른 범죄로 처벌하는 데는 법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음을 알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실제 업무를 못하게 하려는 악의적 의도로 협박 및 모욕 또는 명예훼손 등의 방법을 사용하거나, 해당 광고주의 회사에 몰려가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범죄 성립이 가능한 행위를 미리 예방하려는 차원에서 수사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그러는 게 아닐까 하고 추측합니다.

-끝으로 이 불매운동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어떻습니까?

△언론사와 광고주, 그리고 소비자들의 주장이 아주 대립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 의견을 말하는 건 조심스럽네요. 다만 소비자 주권과 광고주의 기업활동 및 광고매체 선택권이 충돌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소비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은 절대 삼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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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지역신문 기자의 고민과 삶을 담은 책. 20여 년간 지역신문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지역신문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낸다. 이를 통해 서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지역신문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촌지, 살롱이 되어버린 기자실, 왜곡보도, 선거보도 등 대한민국 언론의 잘못된 취재관행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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