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전통시장과 토속음식점의 불편한 진실

기록하는 사람 2014. 3. 3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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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일주일 넘게 출장을 떠나는 바람에 집에서 혼자 밥을 해먹어야 할 때가 있었다. 우리 신문 '동네 사람' 코너에도 소개된 바 있는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앞 채소 파는 할머니로부터 상추 한묶음을 샀다.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식품관에서 파는 것과는 다른 재래종 상추였다. 넓이나 크기, 색깔도 일정하지 않았고, 너무 작아서 여러장을 겹쳐야 밥을 싸먹을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가격은 물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훨씬 쌌다.


잘 씻어서 큰 양푼에 담아보니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았다.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파를 넣어 쌈장을 만들었다.


상품 질·가격경쟁력 충분한 우리 전통시장


할머니가 해운동 집 뒷산 텃밭에서 직접 길렀다는 상추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백화점에서 비싸게 파는 '유기농 친환경' 상추보다도 열 배는 더 맛있었다. 상추의 약간 쓴 맛이 그토록 미각을 자극하는 줄을 처음 깨달았다. 김치에는 아예 손도 가지 않았다. 상추쌈만으로 밥 한 그릇을 비우고, 반 그릇을 더 먹었다. 저녁에도 그렇게 먹고, 또 그 다음날 아침에도 상추쌈만 먹었다. 그래도 물리지 않았다.


상추쌈.


그러나 아내는 우리 집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는 전통시장에 잘 가지 않는다. 모처럼 한 번 마음 먹고 제사장을 보러갔을 때 겪은 안 좋은 기억 때문이다. 채소를 팔던 할머니에게 가격을 묻고 그냥 지나치던 순간 뒤통수에 이런 말이 들렸다. "빌어먹을 년, 사지도 않을 걸 뭐할라꼬 물어보노?"


나 또한 올해 들어 단골 식당 세 곳에 발길을 끊었다. 한 곳은 횟집이었다. 그 집의 모둠회는 5만 원, 6만 원, 7만 원짜리가 있는데, 하필 그날은 일행 세 명이 모두 다른 곳에서 저녁을 먹고 와서 가장 작은 5만 원짜리를 시켰다. 그랬더니 종업원이 "세 명이면 최소한 6만 원짜리를 시켜야 한다"고 강요했다.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그러면 못판다"고 배짱을 부렸다.


또 한 곳은 생선조림을 아주 잘하는 집인데, 음식을 먹던 도중 쇠로 만든 수세미 잔해물이 나왔다. 주인에게 사실은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다 먹고 나오면서 그걸 보여줬다. 그랬더니 나에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걸 들고 주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머지 한 곳은 단골 고깃집인데, 주인 아들 친구라는 젊은 남자가 서빙을 하고 있었다. 고기를 먹은 후 국수를 시켰는데, 엄지손가락을 국물에 반쯤 담근 채 들고왔다. 게다가 국물이 튈 정도로 '탕' 하고 그릇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주방쪽 다른 종업원과 농담을 하면서 "배 째라"고 고함을 치는가 하면 큰 소리로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노래를 불렀다. 또한 식탁 사이를 지나다니는 동안 습관처럼 손을 올려 머리를 털었다. (결국 이 집은 몇 개월 후 폐업했다.)


주인·종업원의 무뚝뚝함과 불친절 없어야


<경남도민일보>에 '대형마트, 골목상권 장악 끝났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경남의 대형마트 판매액이 10년 만에 886%나 증가했다는 내용이었다. 비단 대형마트뿐일까? 골목마다 들어와 있는 대기업과 외국계기업의 편의점은 또 어떤가? 아이들의 코묻은 돈까지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이 싹쓸이해 간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서울 프랜차이즈가 지역의 외식산업까지 잠식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나도 정말 전통시장과 재래상가, 토속음식점만 이용하고 싶다. 상품 질이나 가격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문제는 불친절이다. 가끔 외지에서 온 손님을 모시고 우리지역 맛집에 간다. 외지 손님은 두 번 놀란다. 첫째는 음식의 맛에 놀라고, 다음은 주인과 종업원의 무뚝뚝함과 불친절에 놀란다.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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