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일주일 넘게 출장을 떠나는 바람에 집에서 혼자 밥을 해먹어야 할 때가 있었다. 우리 신문 '동네 사람' 코너에도 소개된 바 있는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앞 채소 파는 할머니로부터 상추 한묶음을 샀다.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식품관에서 파는 것과는 다른 재래종 상추였다. 넓이나 크기, 색깔도 일정하지 않았고, 너무 작아서 여러장을 겹쳐야 밥을 싸먹을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가격은 물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훨씬 쌌다.


잘 씻어서 큰 양푼에 담아보니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았다.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파를 넣어 쌈장을 만들었다.


상품 질·가격경쟁력 충분한 우리 전통시장


할머니가 해운동 집 뒷산 텃밭에서 직접 길렀다는 상추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백화점에서 비싸게 파는 '유기농 친환경' 상추보다도 열 배는 더 맛있었다. 상추의 약간 쓴 맛이 그토록 미각을 자극하는 줄을 처음 깨달았다. 김치에는 아예 손도 가지 않았다. 상추쌈만으로 밥 한 그릇을 비우고, 반 그릇을 더 먹었다. 저녁에도 그렇게 먹고, 또 그 다음날 아침에도 상추쌈만 먹었다. 그래도 물리지 않았다.


상추쌈.


그러나 아내는 우리 집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는 전통시장에 잘 가지 않는다. 모처럼 한 번 마음 먹고 제사장을 보러갔을 때 겪은 안 좋은 기억 때문이다. 채소를 팔던 할머니에게 가격을 묻고 그냥 지나치던 순간 뒤통수에 이런 말이 들렸다. "빌어먹을 년, 사지도 않을 걸 뭐할라꼬 물어보노?"


나 또한 올해 들어 단골 식당 세 곳에 발길을 끊었다. 한 곳은 횟집이었다. 그 집의 모둠회는 5만 원, 6만 원, 7만 원짜리가 있는데, 하필 그날은 일행 세 명이 모두 다른 곳에서 저녁을 먹고 와서 가장 작은 5만 원짜리를 시켰다. 그랬더니 종업원이 "세 명이면 최소한 6만 원짜리를 시켜야 한다"고 강요했다.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그러면 못판다"고 배짱을 부렸다.


또 한 곳은 생선조림을 아주 잘하는 집인데, 음식을 먹던 도중 쇠로 만든 수세미 잔해물이 나왔다. 주인에게 사실은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다 먹고 나오면서 그걸 보여줬다. 그랬더니 나에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걸 들고 주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머지 한 곳은 단골 고깃집인데, 주인 아들 친구라는 젊은 남자가 서빙을 하고 있었다. 고기를 먹은 후 국수를 시켰는데, 엄지손가락을 국물에 반쯤 담근 채 들고왔다. 게다가 국물이 튈 정도로 '탕' 하고 그릇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주방쪽 다른 종업원과 농담을 하면서 "배 째라"고 고함을 치는가 하면 큰 소리로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노래를 불렀다. 또한 식탁 사이를 지나다니는 동안 습관처럼 손을 올려 머리를 털었다. (결국 이 집은 몇 개월 후 폐업했다.)


주인·종업원의 무뚝뚝함과 불친절 없어야


<경남도민일보>에 '대형마트, 골목상권 장악 끝났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경남의 대형마트 판매액이 10년 만에 886%나 증가했다는 내용이었다. 비단 대형마트뿐일까? 골목마다 들어와 있는 대기업과 외국계기업의 편의점은 또 어떤가? 아이들의 코묻은 돈까지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이 싹쓸이해 간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서울 프랜차이즈가 지역의 외식산업까지 잠식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나도 정말 전통시장과 재래상가, 토속음식점만 이용하고 싶다. 상품 질이나 가격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문제는 불친절이다. 가끔 외지에서 온 손님을 모시고 우리지역 맛집에 간다. 외지 손님은 두 번 놀란다. 첫째는 음식의 맛에 놀라고, 다음은 주인과 종업원의 무뚝뚝함과 불친절에 놀란다.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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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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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geodaran.com 거다란 2014.03.31 0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포동 좌판 할매들은 우리가 먹다남긴 잡채를 우리가 일어서기도 전에 다시 잡채통에 넣더군요. 다음부터 다시는 그쪽 안갑니다

  2. Favicon of http://num.to/6973-6040-7688 비너스 2014.03.31 1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휴. 이런 일들이 있군요. 손님들이 발길을 차차 끊으면 달라지려나요.

  3. Favicon of https://bbore.tistory.com 보시니 2014.03.31 10: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기본적인 것만 지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텐데...
    모든 것을 대기업의 횡포로만 돌리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같군요.

  4. Favicon of http://1url.com/5z5 와코루 2014.03.31 1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어머니도 전통시장은 안가더라구요 이제.. 신뢰가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5. NOLF 2014.03.31 15: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통시장의 몰락을 가져오는건 개념없는 상인들의 문제가 큰 부분입니다.
    주차공간 확보나 상품권 발행은 시장 부활의 열쇠가 아닙니다.
    제 생각으로는 전통시장의 신뢰가 무너졌어요. 그래서 말라간다고 봅니다.

    봉투에 담을때 됫박 뒤집기로 조금 덜 주기,
    양 많아 보이라고 그릇 밑에 다른걸 채워서 뻥치기,
    보이는 부분만 1급품 올리고 밑에 불량품 깔아놓는 이른바 속박이,
    수산시장 특유의 저울 장난질은 유명하고

    그 외에도 개시손님 카드 꺼내면 대놓고 승질내기
    방금전에 사갔는데 물건 하자 있어서 교환해달라면 곱게 해결 안되고
    나물같은거 구경하면 묻지도 않고 포장해서 건네기
    호객이야 당연하다고 쳐도 사람은 왜 건드리는지 알 수가 없고
    단골이라고 자주 가면 어쩐지 물건 질이 점점 안좋아지고
    매대에는 생새우를 펼쳐놓고 산다하면 죽은새우 꺼내주는 등
    이러한 사람 뒷목잡게 만드는 전통이 문제입니다.

    물론 소비자들도 정직한 상인이 훨씬 많은거 다 압니다
    그런데 저런 장난질 한 번 당하면 정나미가 다 떨어지고 안가게 되죠.

    전통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젊은세대 장보는 마음 이해하기' 같은 교육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6. Favicon of http://sapporoboom.com/169 삿포로 2014.03.31 15: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통시장을 살려야 된다고 말은 많은데 정작 전통시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에 마인드는 변화되지 않은 거 같아요...

  7. 과일 2014.03.31 17: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부인과 전통시장에서 과일을 사러 간적이 있습니다.

    약간 순진해 보이는? 외모의 저희 부부는 진열되어 있는 과일을 보고 이거 한바구니주세요.

    하고 집에 와보니 저희가 달라고 했던 바구니 윗쪽 과일 이외에 나머지 과일은 다 상해있더군요.

    그리고 다른 시장에서 10000원에 사온 과일을 저희 어머니는 똑깥은 상점에 가서 6000원에 사오더군요...

    그리곤 다시는 전통시장을 가지 않습니다.

  8. 이명안 2014.03.31 1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두 자기가 하기 나름인거겠죠...
    무조건 전통시장만 강요할게 아니라 스스로가 변해야 살수있으니가요.
    작은식당들도 마찬가지구요,,,

  9. 서모양 2014.03.31 18: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산 서 제일 큰 재래시장인 ㅇ시장이 젤로 불친절하고 딴시장보다 비싸죠 또 거긴 조금은 팔지를 않아요 가족없는 사람은 장보러 재래시장가면 되려 눈치를 보게 되죠 이게 현실인게 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10. Favicon of https://legora.tistory.com @@  2014.03.31 1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래시장이 결코 저렴하고 인심좋지가 않은 현실에 서있는 우리에요
    그리고 품질또한 아닌경우가 많지요. 양심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흐릿해지는
    시대를 살고있어서인지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더욱더 그 흐름에 몸을 마음껏 맡기는것 같아요
    예의와 기본을 지키며 그들의 강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잘 해나갈수있는데... 참 안타깝죠
    저희 동네도 사람많은 할머니집이 있는데 매우 비위생적으로 음식을 다루는걸 알고난후
    가지 않고 있답니다

  11. 김효린 2014.03.31 19: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그렇진 않겠지만 저도 얼마전 반야월장날에 호박한개는안팔아요 물었는데 주인아저씨가 뭐?뭐?하며 반말로 짜증을 내는데 굉장히 불쾌하고 기분나빴던적이 있습니다 일욜에 대형마트 문닫고 시장공사해서 지붕달아도 저런 한분때문에 그시장 가기싫어지는건 어쩔수 없네요

  12. 김사장 2014.03.31 2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통시장 분들은 식당이나 마트이용할때 카드 현금영수증 발행해갑니다.
    그런데, 자기업소는 안되고
    ㅋㅋ 이상한 나라다.
    전통시장은 정부에서 엄청난 특혜를 주고 있죠. 세금부터 법규위반까지 눈감아 주죠.
    현금영수증이 꼭필요하고 카드 꼭 사용해야 하는데, 전통시장에서 안하죠,
    큰 이유는 세금때문이죠.

  13. 저도 2014.03.31 2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마트 쇼핑(?) 보다는..재래시장 쇼핑을 하고싶은 1人인데요..
    정말
    상인들 너무 무서워요..

    마트처럼 가격이 쓰여 있는 것도 아니라서..어쩔 수 없이
    주인을 불러서 가격을 묻게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안 맞으면 안살수도 있잖아요..
    안사고 나오면 뒤에서 궁시렁 거리는 소리가 다 들려요..-ㅛ-

    맨날 대형마트에 밀렸다는둥~
    재래시장이 더 싸고 좋다는둥~
    뉴스다, 신문이다..말은 많지만 상인들 스스로 서비스 정신(까지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가격만 좀 잘 보이게 해놨으면..)을
    바꾸지 않는 이상
    앞으로
    재래시장은 없어질 것 같아요.
    전국적으로 아주 유명한 몇개 재래시장 빼놓구요..~_~

  14. Favicon of http://talksoon.tistory.com 별밤똑순이 2014.03.31 2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예전부터 비슷한 공감대를 갖고잇어요.님의 의견에 동감해요. 근데 이런 면에서 한국이 부럽기도하네요 싱가포르는 거의 다가 불친절모드예요. 어떤 땐 무섭고,어떤 땐 기막힐 때도 있어요.ㅎㅎ 아주 간단한 영어단어도 못알아들으면서, 도리어 뭐라구??하면서 얼굴을 온텅 짜증으로 가득채우고 무시하듯 되묻죠. 동네장사하는 사람이 그런답니다.하하. 손님이 영어쓰는데도 중국어로만 일관해서,대충 뭘 물어보는 것 같아 영어로 답변햇는데,정확한 답이었어요. Tea!아주 간단하죠?근데 그걸 몰라서 짜증내고는 엄지손가락으로 젖병빠는 흉내내면서 '마실 꺼 '묻는 거란 식으로 또 그럽니다. 뭐 싱가포르 푸즈코드 음식점 어디서나 겪는 무대뽀죠.음식주문할 때도, 이건 뭐 원하는 대? 더 필요한 건 없고?무섭게 화내며 묻습니다. 우리나라 저~기 남대문 구석에가야 받늠 불친절이 여기는 기본이랍니다 하하하. 고승덕변호사의 60분의 기적 토크쇼보면,딱 D급종업원!그니까 필요해서 찾아도 안와주는 종업원!딱 그거죠.ㅎㅎ 비싼음시점 서비스도 그런 종업원도 많아요. ㅎㅎㅎ 그나와 와서 필요한 거 듣고는 소식도 없고,또 똑같은 말해야되거나 여점히 같은 문제를 다른 직원이 와서 빈복시키죠.딱 필요한 것만 해주는 c급종업원도 여긴 일 잘하는 거죠.서비스정신은 제로가 아니라 마이너스다!보면 될 정도!에요. ㅎㅎ 하도 공감이 가서 길어졌네요 하하

  15. 어쩌라고 2014.03.31 2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친절배짱장사는 거제도가 대한민국 최고입니다

  16. 3900칼국수 2014.03.31 2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900칼국수 23:43
    저도 생생정보통 3900원짜리 닭칼국수집 자주 갔는데요 입안이 헐어 백김치 갖고 가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전병 안시키지않았잖냐고 하더군요. 칼국수시켰는데 매운걸 못ㅇ석는다고 얘기했는데도 말입니다.그래서 안되느냐고 물었더니 도리어 저보고 왜 화내느냐고 합니다. 기가 차서 음식도 제대로 못먹고. 사장 불러 얘기하려다 다른 손님들 있어 계산대로 와서 사장한테 얘기하니 음시값이 너무 싸고 손님들이 김치를 여러번 갖다먹어서 남는게 없다고. 미안하단 말 한마디면 될것을 이리 응대합니다.다음에 오면 사장한테 얘기함 백김치 주겠다합니다. 그럴거면 싸다는 얘기를 하지 말고 값을 올리던지. 저도 그 칼국수집 끊었습니다

  17. bluetit 2014.04.01 0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래시장은 사람 따라 값 달리 부르는 관행만 없어도 갈 만할 텐데요. 깎는 거 진짜 못하는 저 같은 사람은 재래시장이 정말 싫어요.

  18. 슬열 2014.04.02 0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국 나가사끼인가?..
    메이저급 쇼핑몰이 들어온다니까
    상인들이 합심해서 부지를 사 들이고
    주변에 가로등설치및 도로정비를 자체 경비로 해결..
    대한민국의 민주 재래시장과는 확연한 사고의 차이를 보여줘서 부러웠슴...

    시장 현대화 계획의 일환으로
    씹대중 뇌물현시절 엄청난 국민의 세금을 쏟아부어
    일본과 겉모습만 유사한 시장을 만들어 줬더니

    그러면 뭐함?
    상인들의 개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을..ㅋ

  19. 음식 2014.04.03 1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식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1. 맛있는 곳이 거의 없다. 2. 트레이닝복 입고 서빙하는 곳이 많다. 3. 위생모를 쓰는 곳이 거의 없다. 4. 서빙할 때 그릇 아래를 받치지 않고 그릇 안쪽을 잡는다. 5. 젖가락, 숟가락 아래쪽이 위로 향하게 꽂혀있어서 젖가락, 숟가락에 여러 사람의 손이 거쳐갔다. 6. 원산지표시를 잘 안보이는 곳에 한다. 7. 셀프서비스를 관성적으로 하면서 맛, 서비스, 가격의 경쟁력이 있는 건 아니다.

  20. Favicon of https://mohaju.com 화살꽃 2014.04.05 14: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집앞에 있는 재래시장을 가끔 이용하다보면, 공감하게 된다죠(구독 신청 하고 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