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사람이야기

라디오에 소개된 '열두 명의 고집 인생'

기록하는 사람 2014. 3. 2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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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2일) 아침 MBC경남(진주) 라디오 '좋은 아침입니다'(연출 박흥준)와 10분여 가량 인터뷰를 했다. 강수진 아나운서가 묻고 내가 답하는 내용이었다. 아래는 그 전문이다. 시간 관계상 미처 라디오에선 말하지 못한 내용도 있다.


강수진 : 유명인을 인터뷰한 책이 출시되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습니다. 그들의 성공비결이 무엇인지, 어떤 철학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이 궁금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속에 있는 말을 모두 속 시원하게 털어놓는 건 아니죠. 질문자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어떻게 대답을 이끌어내느냐가 중요한데요, 이런 의미에서 상당히 주목받는 책이 출간됐습니다. 우리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고 그들의 철학과 식견을 숨김없이 담은 책인데요.. <김주완이 만난 열두 명의 고집 인생>이란 책입니다. 


저자인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Q. 강수진 : 책 제목이 <김주완이 만난 열두 명의 고집 인생>입니다. 책의 좌측 상단에 ‘유명하기에 오히려 잘 몰랐던 그들의 인생 비하인드 스토리’란 설명글이 있는데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지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김주완 : 예. 강기갑 전 국회의원, 강민아 진주시의원,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김오영 경남도의회 의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박완수 전 창원시장, 송정문 여성인권운동가, 이재욱 전 노키아티엠씨 회장, 조순자 가곡 인간문화재, 최충경 창원상공회의소 회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이렇게 열두 명의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Q. 이 책은 경남도민일보에서 발행하는 <피플파워>라는 잡지에 수록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걸로 알고 있어요. 그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나셨을 텐데, 이 중에 열두 명을 추려서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정을 한 건가요?


삶의 굴곡이 크고, 스토리가 많은 열두 분을 추렸습니다. 이 분들보다 더 훌륭하거나 유명한 분들도 있었지만, 인생 스토리 자체가 단조롭고 재미없는 분들은 제외했죠.


Q. 책 제목이 ‘열두 명의 고집 인생’이라고 되어 있는데, 고집 인생이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를 개괄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주체적이고 도전적으로 현재의 인생을 개척해온 사람들이란 의미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보통 공무원 출신들의 경우,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정년까지 잘 마치고 퇴직을 한 뒤, 또 선거에 출마하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박완수 전 창원시장의 경우 정년까지 13년이나 남아 있는 상태에서 김해부시장이라는 좋은 자리를 버리고 나와 한 번 선거에서 떨어지는 쓰라림을 겪고 재도전해 창원시장에 세 번이나 당선됐죠.


이 분은 공고 졸업 후 당시 가장 좋은 직장이라던 일본계 회사에 취직을 했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뛰쳐나와 대학과 행정고시에 도전했던 전력도 있어요.


그리고 인간문화재 조순자 선생의 경우,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린 나이에 야간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국악을 배웠고, 서울 태생이지만, 경남에 와서 유네스코 인류유산이 된 가곡이라는 분야를 개척해 예능보유자가 된 억척스럽고 고집스런 분이죠. 


Q. 강기갑 전 의원, 홍준표 현 경남도지사를 비롯해서 강민아 진주시의원, 송정문 경남장애인협회 대표 등 알려지지 않은 사람도 있어요. 판매부수를 생각하면 유명한 사람들을 위주로 구성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은 없으셨나요?


세속적인 출세 기준이나 지위를 기준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경남이라는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 중 강민아, 송정문 이런 분이야말로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재력이나 권력을 갖고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분들이 있다면, 비록 돈과 권력은 없지만 그런 주류 권력이 썩지 않도록, 그리고 돈없고 힘없는 사람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시는 분들도 지역의 소중한 인물자원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송정문, 강민아 두 분이 그런 쪽을 상징하는 인물이라 보고 그 분들의 삶을 기록한 거죠.



Q. 인터뷰 준비는 어떻게 하시나요?


일단 대상이 정해지면, 그 분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찾아봅니다. 그 분이 쓴 책이 있으면 책을 사서 읽고, 다른 매체에 인터뷰한 게 있으면 그것도 모두 찾아서 읽어봅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동안 언론에 많이 나온 유명한 사람도 정작 그 분이 어떤 집안에서 태어나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고, 어떻게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사람의 철학이나 가치관, 정신세계, 그런 가치관을 갖게 된 배경이나 이유, 이런 걸 알 수 있는 자료들이 거의 없어요. 예를 들어 상공회의소 회장의 경우 그동안 수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했지만, 대개 질문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방안을 갖고 있습니까’ 뭐 이런 질문밖에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거의 모든 인터뷰가 딱딱하고 드라이하죠.


어쨌든 그나마 그런 자료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좀 쉬운데, 그런 것마저 없는 분들도 있죠. 그러면 그 분을 알만한 사람들, 대학동창이라든가, 직장동료 이런 사람들을 찾아내서 전화를 걸어 ‘어떤 사람이냐’ ‘대학시절은 어땠냐?’ 뭐 이런 식으로 탐문조사를 하죠.


그렇게 그 사람에 대해 최대한 알고 가지 않으면 구체적인 질문를 할 수 없고, 그러면 내밀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가 없거든요. 


Q. 정치적으로 견해가 다르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터뷰하기 싫은 사람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에 괜히 곤란한 질문을 준비해서 던진다거나. 이렇게 하면 것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경우는 없으셨나요?


그런 경우도 있죠. 하지만 이 책에 담긴 사람들의 인터뷰는 정치적인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듣기보다는 그 사람을 탐구하는 게 목적이다 보니 거기에 집중하진 않았습니다. 인터뷰이와 적대적인 관계가 되면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기가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경우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부자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는데요. 저는 ‘부자에게 자유보다는 책임을 더 강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죠. 그리고 인터뷰 말미에 “자신만큼 어려운 환경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특유의 에고이즘”을 지적하기도 했고, 반대편까지 아우르는 화합과 관용의 자세가 더 필요하다는 충고도 했죠.


Q. 정치인들의 경우 단정적으로 대답을 하기 보다는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하시나요? 그냥 넘어가는 편인지, 아니면 분명한 답을 내놓을 때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스타일이신가요?


그런 편입니다. 예를 들면 김오영 경남도의회 의장을 인터뷰하면서, 청탁이나 뇌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지금까지 뇌물을 줄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냐, 그런 유혹은 어떻게 대처하느냐, 인사치레라도 돈을 주려던 사람은 없었느냐, 골프는 치느냐, 정말로 치는 방법도 모르냐, 왜 골프를 안 배웠냐, 의원이 되면 골프 접대도 많지 않느냐, 앞으로도 골프는 안 칠거냐? 이런 식으로 끝까지 물고 늘어진 일도 있었습니다. 


Q. 열두 명 중에 정치인이 5명, 경제인이 4명 그리고 다른 분야의 3명입니다. 이 중에는 시간을 오래 내기가 힘든 사람도 있었을 텐데, 시간에 쫓기듯 인터뷰를 하고 나면 한편으로는 괜히 만났다.. 이런 생각도 들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습니까?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은 딱 한 사람 빼고 최소한 두 시간 이상씩 인터뷰를 했습니다. 홍준표 도지사만 딱 55분을 했는데, 그것도 홍 지사 쪽에서는 언론과 했던 인터뷰 중 가장 오래 했다고 하요. 대개 이런 기관장들 인터뷰는 미리 서면으로 질문을 보내고, 비서실이나 공보실에서 답변을 대신 작성해주면 정작 인터뷰는 10분 정도 만나 차 한 잔하면서 사진만 찍는 걸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저는 그런 인터뷰는 안 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어르신들이 흔히 하시는 말로, 사람은 직접 만나봐야 된다고 하시죠. 선입견에 사로잡힐 수 있는 부분을 지적하시는 건데요.. 이 책에서 소개한 명사들 중에, 직접 만난 이후에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뀐 사람이 있다면요?


우선 강민아 진주시의원의 경우, 만나기 전에는 굉장히 깐깐하고 심각하고, 전투적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직접 만나보니 아주 밝고 명랑하고 장난꾸러기 같은 겁니다. 그래서 놀랐어요. 그리고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의 경우, 강인하고 저돌적인 이미지였는데, 직접 만나보니 의외로 세심한 면이 많았고요. 최충경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은 딱딱한 기업인 이미지를 연상했는데, 진정으로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고, 직접 악기를 연주도 하고, 심지어 요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요리학원까지 다니는 아주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이더군요.


박완수 전 창원시장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여동생과 쌍둥이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밝혀졌고요. 홍준표 도지사는 고려대 재학시절 우연히 은행에 돈찾으러 갔다가 한 눈에 반한 은행 창구 여직원을 꼬셔서 5년간 열애 끝에 결혼하여 지금까지 동반자로 살고 있는 순정파더군요. 그리고 넥센그룹 강병중 회장은 방송인 강호동 씨의 아버지와 사촌이고, 둘의 관계도 각별하다는....


Q. 많은 사람들이 유명인과 인터뷰를 한 책을 통해서 그 사람의 성공비결을 캐내길 기대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는 어떻습니까? 


네, 그런 말이 있죠. “성공한 사람 10명을 인터뷰하면 성공한 사람 10명의 머리로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10명의 성공 노하우가 담긴 책을 읽으면 그들의 성공 노하우가 나의 경쟁력이 된다.”는...


사실 이 책에도 기업가나 정치인들의 깨알 같은 성공 비결이 담겨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충경 경남스틸 사장 같은 경우, 네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어머니 밑에서 아주 어렵게 자랐고, 명문대학교를 나오지도 못했지만, 타고난 성실함과 사람과 인연을 중시하는 태도, 이 분은 군대에서 만난 동료와 인연이 되어 그의 여동생과 결혼을 하게 됐고, 그게 창업으로 이어지게 되거든요. 그리고 군 제대후 항해사 자격증을 따서 상선을 타고 외국 문물을 익혔던 것, 이런 것들이 성공 요인이 됐더군요.


Q. 이 책에서 소개하진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 좀 소개해 주시죠.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309일간 크레인 농성을 하고 내려왔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그리고 한국형 폭탄주의 원조라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이 기억에 남는데, 두 사람이 참 대조적인 삶을 살아왔더군요. 김진숙 지도위원의 경우 살아온 과정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나는데, 지금도 가장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들만 찾아다니는 게 참 안쓰럽더군요. 그러면서도 표정과 말투는 늠름하고 흔들림이 없어요.


Q. 끝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부탁합니다.


이 책에 담긴 상당수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서 소위 출세한 사람, 기득권 세력이라는 점에서 거부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리고 정치적으로 보수 쪽에 있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김주완이 왜 이런 사람을 조명하느냐는 사람도 있어요.


제가 일선 기자로 일할 때 우리 지역의 근현대사, 그러니까 지역의 역사를 발굴하는 취재를 많이 했는데요. 의외로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를 움직여온 중요한 공적 인물들에 대한 기록이 너무 없더라고요. 그래서 싫든 좋은 이 사람들이 당대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이들의 삶과 철학, 그리고 활동기록을 남기는 게 기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 책이 나름 중요한 역사 기록물이 될 것이라고 보고요. 많은 분들이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볼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김주완이 만난 열두 명의 고집 인생>의 저자,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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