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착하고 예쁜 연이 살던 자리, 안동 제비원

김훤주 2014. 1. 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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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쓴, '경북 탑 탐방 - 맑게 머리 속까지 헹궈내는(http://2kim.idomin.com/2511)'과 관련이 있는 글입니다.

 

제비원은 성주풀이에 나오는 성주의 본향이랍니다. 성주는 집을 짓고 지키는 수호신으로 식구들 건강과 화목을 돌보고 집을 재해로부터 지켜주기도 합니다. 여기서 집은 단순히 개별 가정만 뜻하지는 않습니다. 씨족공동체나 지역공동체로 범주가 쉬이 넓어지지요.

 

이런 성주신앙은 우리 문화 여러 뿌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성주신은 처음으로 집 짓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쳐 그것을 여러 사람들에게 가르쳐준 목수의 신입니다. 또 아내의 얘기를 귀담아듣고 아내를 소중하게 여기며 집안을 화목하게 만드는 가장의 신이기도 합니다.

 

 

성주는 나아가 솔씨, 소나무까지로도 확장해 나갑니다. 성주의 본향이 안동 제비원인 까닭도 제비원 솔씨에 근거가 있습니다. 그렇게 읊는 전설이나 민요가 많거든요.

이를 반영하듯, <영가지(永嘉誌)>에서 “아득하게 높다란 지붕 추녀가 반공에 나래를 편 듯하다.”고 표현한 제비원 누각을 지은 목수가 죽어서 제비가 되어 날아갔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로 알려진 안동 봉정사 극락전(국보 제15호)을 비롯한 목조 문화재가 많이 남아 있는 까닭도 제비원 솔씨 성주, 이런 때문이라 합니다.

 

 

성주풀이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무당이 부르는 노래(巫歌)이고, 다른 하나는 보통 지신밟기에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내용은 비슷하다지요.

 

성주의 본향이 안동 제비원임을 밝힌 다음 제비원에서 솔씨가 날아들어 커다란 소나무로 자랐고, 이를 갖고 집을 지었으니 매우 번창하리라는 줄거리를 따릅니다. 제주도에서 함경도까지 조선 팔도에서 어느 곳 없이 성주풀이를 할 때면 한결같이 이렇게 노래합니다.

 

제비원에는 전설도 있습니다. 주인공 이름은 제비를 떠올리게 하는 연이 처녀랍니다. 행실이 착하고 예쁜 연이는 여덟 살에 부모를 여의었습니다. 제비원에서 심부름을 하며 지냈겠지요. 연이는 힘들게 일하면서도 글도 익히고 미륵불에 늘 정성으로 기도했답니다.

 

제비원 미륵불은 엄청나게 크지만 이 삼층석탑은 없는 듯이 조그맣습니다.

이런 연이를 이웃 마을 부잣집 총각이 좋아하게 됐는데 그만 상사병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죽은 총각은 염라대왕한테 사정해 연이의 공덕을 빌려쓰고 되살아나면 재물로 연이한테 갚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갑자기 엄청난 재물이 생긴 연이는 부처한테 시주합니다. 연이 재물은 제비원 누각 공사에 쓰이게 됐습니다. 5년에 걸쳐 지어진 법당은 당연히 제비가 날아가는 모양처럼 잘 빠졌겠지요.

 

그런데 완공하던 날 기와를 얹던 와공(瓦工)이 높다란 지붕에서 떨어져 죽었고, 육신은 묻히고 영혼은 제비가 되어 훨훨 날아올랐습니다.

 

연미사 중수비.

 

오래 사나 짧게 사나 좋음과 나쁨이 없는데, 어쨌든 연이는 착하게 살다가 서른여덟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또 연이 영혼은 제비원에 깃들었습지요. 이때부터 사람들은 절간을 연비사(燕飛寺) 또는 연미사(燕尾寺)라 했고요, 연이가 살던 곳을 제비원이라 이르게 됐습니다.

 

어떻습니까? 역사가 오랜 제비원에 하나쯤은 있을 법한 얘기 아닌가요?

 

김훤주

※ 2012년 문화재청이 발행한 비매품 <이야기가 있는 문화유산 여행길 경상권>에 실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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