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와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대표이사 고재윤)이 함께하는 청소년들의 습지 생태·문화 기행이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안동이었습니다.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은 이미 관광지로도 이름이 나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병산서원이랑 하회마을이 습지가 어떻게 연관이 있을까 싶을 텐데요, 아니나 다를까 떠나는 버스 안에서 한 학생이 이렇게 물었답니다. "선생님, 오늘 찾아가는 하회마을과 습지가 무슨 상관이 있나요?" 


1. 마주 보이는 저 강이 바로 습지 


습지라 하면 아이들은 한두 번쯤 찾아본 적이 있을 수 있는 창녕 우포늪처럼 이름난 존재를 떠올립니다. 물이 고여 있고, 물풀이 떠있거나, 나무가 자라고 있거나, 풀이 우거져 있거나 그런 광경을 먼저 그리게 됩니다. 


안경을 쓰고 펼침막을 말아쥔 채 손가락을 들고 있는 인간이 바로 저랍니다.


그러면서 무수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 저 강도 바로 습지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지냅니다. 아니면 아예 생각도 못하거나 합니다.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인간의 삶은 단순하답니다. 배부르게 먹고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느끼면서 사는 것이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의 기본이지요. 그런 삶의 한가운데에 습지가 있습니다. 


습지, 바로 거기에 풍요로움과 아름다움과 생명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병산서원과 하회마을, 그리고 건너편 부용대를 돌아보면서 안동의 명성이 습지와 밀접하게 관계돼 있음을 새삼 알게 되고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2. 하회마을의 아름다움을 글로 풀어내는 아이들 


습지의 또 다른 가치와 의미를 깨닫고 그 느낌을 표현한 아이들의 글이 멋진 시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회 마을과 부용대가 습지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오는 내내 궁금했는데 설명을 떠올리며 보니 한결 마음에 와 닿았다. 습지의 심미적 기능이 얼마나 큰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하회마을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넌 후 산을 올랐는데 오르면서 중간에 풍경을 보니 매우 아름다웠다. 낙동강 강물이 휘감고 있는 하회마을은 반사된 빛에 너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부용대에 올라 내려다본 하회마을.


이전에 부용대에 왔을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다시 부용대에서 마을을 내려다 본 경관은 그야말로 영화였다. 부용대에서 내려다본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휘감아 흐르고 넓게 펼쳐져 있는 모래사장 위로는 눈부신 햇살이 뒤로는 우거진 푸른 숲이 펼쳐져 있었다."(노기현 대방중학교 3학년) 


하회마을 제방을 따라 심긴 벚나무와 그 그늘.


"부용대는 하회마을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부용대와 하회마을을 가르는 낙동강은 급류여서 배를 타고 가는 내내 불안했다. 하지만 그 물이 너무나 맑고 깨끗해서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강지오 삼정자초등학교 6년) 


3. 만대루 앞에 저 강이 있지 않았다면…… 


"서원이라고 하면 딱딱한 건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병산서원의 첫 인상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움은 내 머리에서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이 아름다움이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자연이란 참 신기하고 소중하다."(신정환 율하초등학교 6학년) 


병산서원 윗머리 입교당에서 내려다본 만대루와 그 너머 풍경.


"만대루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산과 강을 배경으로 하는 병풍 같다고 했는데 지금은 만대루에 올라가지 못해서 좀 아쉬었다. 그래도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이 무척 멋있었다. 만약 만대루 앞에 강이 없었다면 그 아름다움이 지금보다 훨씬 못했을 것이다."(박소열 대방중학교 2학년)(우리가 이 날 만대루에 오르지 못한 까닭은요, 무슨 보수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나무가 살고 있는 만송정이 가장 인상 깊었고 마음에 들었다. 이곳의 소나무는 1900년대 다시 심었다고 하는데 강물이 휘돌아가는 모습과 그 옆에 위치한 소나무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박진우 창원 경일고등학교 2학년) 


만송정 마을숲에서.


4. ‘명나라 병사’가 ‘일본 순사’로 바뀌어 기억돼도 


아이들이 하루 동안 보고 느낀 것은 다만 눈에 담기는 습지와 자연의 아름다움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았던 사람 이야기,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 있답니다. 한 학생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는 오늘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병산서원과 관계가 있는 류성룡이 쓴 <징비록> 한 구절에 이런 내용도 나와 있다고 한다. '어느 날 일본 순사가 절벽에서 토를 했는데 먹을 것이 없었던 백성들이 토해놓은 음식물을 서로 차지하려고 했다.' 정말 전쟁의 비참함을 실감하게 해주는 이야기다." 


병산서원 뒷간.


9월 8일 이번 기행에서 서애 류성룡이 임진왜란의 원인과 경과 등을 기록한 <징비록>에 대해 얘기한 대목이 있습니다. 이렇습니다. 


"조선 조정의 요청으로 왜군과 싸우기 위해 명나라가 들어왔는데, 마치 점령군처럼 횡포가 심했습니다. 이를테면 명나라 군사들은 배터지게 먹고 마시고 했는데, 그 병사 하나가 술을 마시고 가다가 먹은 것들을 토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두고 조선 백성들은 서로 먹으려고 싸웠다고 하는 기록이 <징비록>에 있습니다." 


류성룡이 벼슬을 마치고 와서 살았던 하회의 마을길을 거니는 아이들.


그런데 이 학생 머리에는 ‘명나라 병사’가 ‘일본 순사’로 바뀌어 기억이 됐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이겠습니까! 전쟁의 비참함을 어떻게든 실감했으면 그만이지 않을까요. 


"임진왜란 때 불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복원된 것만으로도 멋있었다. 류성룡이 훌륭한 두 가지 이유를 듣고 나서 병산서원이 훨씬 새롭게 보였다. 류성룡의 훌륭한 점 하나는 이순신 장군을 살려줄 수 있게 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게 하는 <징비록>을 쓴 일이다. 


류성룡이 징비록을 쓴 옥연정사 앞 능파대에서.


류성룡이 없었다면 이순신이 없었을 것이고 이순신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벌써 일본 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풍경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건물도 새롭게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김예지 석동초등학교 6학년) 


5. 정자나무를 보면 그 마을 역사를 알 수 있고 


"나무를 보고 그 집이 생긴 연대를 측정하기도 한다 하였다. 왜냐하면 어떤 곳에 정착하면 나무를 심기 때문이란다. 충효당에서 본 만지송도 집을 지으면서 자손이 번창하라고 심은 나무라고 했다. 


강을 따라 심어져 있는 나무는 물과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다."(신유민 장천초등하교 5학년) 


하회마을을 만든 원동력은 낙동강에 있습니다. 낙동강이 휘돌아 흐르면서 강가에 이런 터전을 펼쳐놓았습니다. 그런데 함께 떠난 학생들 가운데 그 강이 낙동강이라는 사실을 아는 아이들이 드물었습니다. 


병산서원 배롱나무.


더욱 재미있는 것은, 지난 5년 동안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떠들썩하도록 이른바 4대강 사업을 했는데도 그 '4대강'이 무엇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아이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상금을 걸었는데도 그랬습니다.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4대강 이름을 알고 뿌듯해하는 아이들 모습이 재밌습니다. 


부용대. 아이는 풍경이 아니라 감동을 찍습니다.


병산서원 만대루를 거쳐 하회마을 양진당과 충효당을 둘러보고 솔숲 끄트머리 나루에서 강을 건너 부용대를 오르내리며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무한한 감동을 느꼈다면 그 또한 습지가 아이들에게 마련해준 귀한 선물입니다. 



오랜 세월 그 자리에서 그렇게 흐르고 있는 강물이 인간의 삶 깊숙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눈으로 마음으로 담은 하루였습니다. 나선 걸음이 보람 있었다고 여기는 아이들은 벌써 다음 기행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부풀어 있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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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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