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기자들의 거짓말, 도지사의 거짓말

김훤주 2013. 8.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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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경남도청 출입기자 둘과 그이들이 소속된 신문사 두 곳을 콕 집어 손해배상 소송을 내었습니다. 거짓말을 해서 도지사 홍준표의 명예를 갉아먹었다는 내용입니다.

 

저로서는 기자들이 거짓말을 했는지 아닌지를 명백하게 판단할 깜냥은 안 되지만, 그렇다 해도 홍준표 도지사가 적지 않게 거짓말을 해온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홍 지사가 문제 제기한 두 기자의 기사가, 그렇게 크게 잘못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홍준표 도지사의 거짓말이, 가벼운 내용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목도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7월 22일 MBC경남 ‘라디오광장’ ‘세상읽기’에서 한 번 얘기를 해봤습니다.

 

1. 홍준표 도지사의 보도매체 상대 소송 두 건

 

서수진 아나운서 : 오늘은 무슨 얘기를 준비해 오셨나요?

 

김훤주 기자 : 홍준표 도지사가 지난 16일 신문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기자 두 명에 대해 제각각 1억원을 내놓으라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겨레>신문 6월 21일치에 ‘홍준표 지사의 국정조사 피하기 꼼수’를 실은 최상원 기자와 <부산일보> 6월 26일치에 ‘홍준표의 거짓말…대학병원 “의료원 위탁 제안 없었다”’는 기사를 낸 정상섭 기자를 걸었습니다.

 

진 : 다른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으로 들고 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얘기를 듣는 줄 아는데요, 보도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주 : <한겨레>에 보도된 ‘홍준표 지사의 국정조사 피하기 꼼수’는 이렇습니다. 홍 지사가 원래는 정면 돌파식으로 일을 처리해 왔는데, 진주의료원 해산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해산 조례 재의 요구에 대해서나 국회의 국정조사 증인 출석 요구 등에 대해서는 회피해 가려는 얕은 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 : <부산일보> 정상섭 기자의 ‘홍준표의 거짓말… 대학병원 “의료원 위탁 제안 없었다”’는 어떤가요?

 

주 : 기자간담회,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 한겨레 인터뷰 등에서 “폐업을 앞두고 정상화하기 위해 3개 대학병원에 위탁경영을 맡아 달라고 했지만 3곳 모두 강성노조 때문에 거절했다”고 말했는데, 이를 해당 병원에 확인했더니 모두 위탁 경영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더라는 것입니다.

 

진 : 그렇다면 둘 가운데 어느 것이 거짓이고 어느 것이 사실인가요?

 

주 : 소송이 제기됐으니 법원에서 판결이 나겠지만, 제가 보기에 적어도 기자의 지적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나친 표현은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 : 이와 관련해 홍 지사가 18일 의미심장한 문장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남겼다고 해요. “언론의 자유는 진실보도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지 허위보도의 자유를 용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입니다.

 

 

주 : 홍 지사 본인은 이미 두 기자의 보도 내용을 두고 허위로 단정하고 있다는 뜻도 담은 것 같은데요, 그런데 정작 홍 지사 본인이 거짓말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진 : 어떤 내용들인가요? 최근에도 허위 사실을 말한 적이 있는가요?

 

주 : 바로 진주의료원 등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밝혀진 내용입니다. 경남도와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4월 12일 이사회에서 했다고 해왔지만 사실은 한 달 앞선 3월 11일 이사회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국회 국정조사에 확인됐습니다.

 

진주의료원을 담당하는 경남도청 국장은 그래서 “국회의원과 도민을 속이게 돼 죄송하다. 속일 의도는 없었지만 긴급한 사안이라 생각하고 좋은 의도로 봐주셨으면 한다”며 머리를 숙였습니다.(그렇다면 무슨 의도로 거짓말을 했을까요?) 

 

두 기자를 응원하는 경남도민일보 자유로운 광고.

진 : 밝혀진대로 이렇게 폐업 결정을 해놓고도 홍 지사가 윤한흥 부지사에게 전권을 줬다며 노조 쪽과 정상화 방안을 찾는 대화를 한 달 가까이 진행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나오기도 했었어요.

 

진 : 그밖에 홍 지사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주 :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된 것도 있습니다. 발언할 당시 그럴 의사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나타난 현실과는 어긋납니다. 경남 도민에 대한 첫 거짓말인 셈입니다.

 

진 : 그게 무엇일까요?

 

주 : 도지사 보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것이 모두 다 김두관 선수가 중도 사퇴한 탓입니다.)

 

2012년 7월 13일 “선출직으로 대통령 다음이 집권당 대표다. 항간에 경남지사 출마설이 있는데 경남 머슴아의 자존심을 망각하는 행위다. 또 경남지사 자리를 탐해서 경상도 머슴아로 살아가지는 않는다”면서, “마지막 70세쯤 되면 내 고향 창녕에서 군수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진 : 말 한 마디가 천금보다 무겁다는 얘기가 있기는 하지만 출마 여부를 둘러싼 말 바꾸기는 크게 비난을 받지는 않지요.

 

주 : 그렇습니다. 하지만 무겁고 중요한 것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24일 당시 새누리당 도지사 예비후보 신분이던 홍 지사는 “도청을 옛 마산으로 이전하고, 진주에 제2청사를 건립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을 때에도 지금 도청 자리 땅을 팔면 풍분히 가능하다고 받아쳤습니다. 또 당내 경선에서 이긴 뒤에는 4년 안에 꼭 옮기겠다고 다시 다짐했습니다.

 

진 : 그 뒤에 어떻게 됐나요? 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나오기라도 했는지요?

 

주 : 그렇지는 않은데요. 오히려 마산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도청 마산 이전 공약 실행 요구가 커지고 있는 국면에서 정작 경남 도정에서 자취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지난 15일 ‘도지사 공약·지시 추진상황 보고회’가 열렸는데 여기에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경남도 관계자는 “창원시의회가 청사를 창원으로 결정했지만 소송 중이고 마산 분리안도 현재 진행형이라 도청 이전에 대한 입장은 그 이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진 : 토호세력과 거리를 두겠다고 한 얘기도 지켜지지 않았다고요. 지난해 12월 27일 당선 직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공익변론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 왼쪽 이종엽 경남도믜원(통합진보당) 하귀남 변호사(통합민주당), 손건혁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창원대 교수).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홍 지사는 그 뒤에 “토호세력이라기보다는 토착비리세력이 더 맞다”면서 “확실하게 선을 긋겠다”고 한 번 더 밝혔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사장을 밀어내고 창원 토박이인 배한성씨를 경남개발공사 사장으로 앉혔습니다.

 

배씨는 2002년 창원시장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사전선거운동으로 기소돼 2004년 벌금 200만원 대법원 판결을 받아 시장직을 잃었습니다. 창원 토박이와 토호에게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평가되는데, 당시 배씨 아내도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서는 등 수사당국에 걸린 배씨 관련자가 기소된 사람만도 62명이나 됐습니다. 토착비리세력이지요.

 

진 : 아무래도 홍 지사가 사실과 다르게 한 말은 진주의료원 관련이 가장 많을 듯한데요.

 

주 : 홍 지사가 4월 7일 “직원 숫자가 140여 명에서 250명으로 늘었는데 노조원 친·인척을 비정규직으로 넣었다가 정규직으로 돌리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없습니다. 거짓말인 셈입니다.

 

또 홍 지사가 직접 거론한 것 같지는 않지만 1999년 8월 진주의료원 노조 조합원들이 원장을 감금 폭행했다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다시 따져봤더니 오히려 거꾸로 원장이 조합원들을 때리고 차고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진 : 그렇군요. 그런데도 이렇게 두 신문의 보도에 대해서, 그것도 명백하게 허위 보도라고 잘라 말하기 어려운 국면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왜 이랬을까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입을 막고 싶다는 생각은 어쩌면 도지사 정도 되면 누구나 하기 십상인데,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은 홍 지사의 독특한 언론관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런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홍 지사 언행을 몇몇 소개해 보겠습니다.

 

도청 마산 이전 공약을 발표했을 때 기자들 질문이 이어지자 "왜 시비를 거느냐"면서 인사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진주의료원 관련해 비판적인 언론과는 여러 이유를 들어 인터뷰를 거절했고, 4월 23일 ‘서민 의료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특정 기자의 질문에 “마음대로 쓸 거니까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공식 인터뷰에서 특정 언론을 두고 시정잡배처럼 막말을 쓰며 ‘완전 적대적’이라 한 적도 있습니다. 5월에는 경남도민일보와 MBC경남 등 지역 언론 3개를 콕 집어 인터뷰를 하지 말하는 메모가 발견됐습니다. 여기에는 도지사와 부지시의 지시로 짐작되는 내용도 들어 있었습니다.

 

비판적인 매체는 일단 배제하고 보자는 생각이라 할 수 있을까요? (어쨌든 제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도 남 못지 않게 홍 지사 비판 보도를 했는데도 소송 대상이 '아직은' 되지 않았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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