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마산 가포신항, 정부가 만든 ‘돈 먹는 하마’

김훤주 2013. 5. 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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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마산해양신도시는 가포신항 준설토 처리장’(http://2kim.idomin.com/2323)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마산 앞바다에, 섬을 인공으로 만들어 신도시로 만든다는 계획(그리고 실행)에 대해, 그 터무니없음을 짚었더랬습니다.

 

그나마, 그게 독자적으로 타당성이 있어서 시작된 사업이 아니라, 가포신항이라는 것을 만들려 하다 보니 뱃길을 내기 위해 바다 밑을 준설해야 하고, 그렇게 준설해서 나오는 뻘흙(준설토)을 갖다 버릴 데가 없어서 대책으로 뻘흙을 퍼부어 만드는 마산해양신도시가 됐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6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가포신항이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운영이 되겠는지 한 번 짚어봤습니다. 한 마디로 잘라 말하자면, 지금이라도 당장 문을 닫는 편이 훨씬 낫다, 입니다. 4월 15일 MBC경남 라디오 광장 ‘세상 읽기’에서 다뤘습니다.

 

1. 갈수록 줄고 있는 마산항 물동량

 

 

서수진 아나운서 : 2004년 옛날 가포해수욕장 자리에서 착공한 가포신항이 7월 개장을 앞두고 6월까지 완공을 위해 공사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박 유치 등 영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현황부터 짚어보죠. 가포신항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고 있나요? 1997년 해양수산부에서 수립한 마산항 광역 개발 기본 계획 수립이 시초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김훤주 : 그 계획을 바탕으로 해양수산부와 옛 마산시가 마산항 개발 서항·가포지구 개발을 협약했습니다. 2003년 12월입니다. 가포동 612번지 일대 바다를 메워 신항을 조성하고 3만톤급 대형 선박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항로 수심 12.5m로 바닥을 준설하는 내용입니다.

 

진 : 돈도 꽤 많이 들었죠? 민간자본 2110억원, 국비도 1155억원 모두 합해 3265억 원이 투입됐다고 들었거든요.

 

주 : 사업 주체는 2004년 민관 합동으로 만들어진 주식회사 마산아이포트입니다. 지분율이 25%인 현대산업개발이 대주주고요, SK건설이 16%, 고려개발과 한일건설이 각각 15%, 송천건설 5%와 원아종합건설 4%가 있고요 경남도와 창원시도 10%씩 지분이 있습니다. 자본금은 580억원이고요, 정부에 기부 채납한 다음 50년 동안 운영권을 갖습니다.

 

가포신항 건설 현장.

 

진 : 사업 개시는 언제지요? 애초 계획은 2011년 준공 2012년 개장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주 : 원래는 그랬지요. 지난해 말로 한 차례 연기됐다가 이마저도 못 지켜지고 아직 완공도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올해 6월 완공 7월 개장으로 새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만, 문제는 영업입니다. 면적 40만9000㎡ 규모에 컨테이너 부두 2개 선석, 다목적 2개 선석, 관리 부두 등을 갖추는데요, 이를 이용할 선박회사나 화물업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 : 실제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어느 정도 되나요? 마산항에서? 진해 등지에 부산신항이 개장돼 있는데, 그 영향은 없는가요?

 

주 :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예측부터 잘못됐습니다. 아무 근거 없이 터무니없이 많게 물동량을 잡은 것입니다.

 

진 :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면?

 

주 :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의 마산항 선박 입·출항과 화물수송 실적 자료가 있습니다. 컨테이너 물동량이 2004년에 6만1994TEU로 가장 많았다가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2008년 2만5055TEU로 감소하고 2011년 7892TEU로 가장 저조했습니다. 2012년에는 8470TEU만 처리했을 뿐이고요, 2006년부터 12년까지 마산항 컨테이너 처리량은 합해도 12만 9061TEU밖에 안 됩니다.

 

경남도민일보 그림.

7년치를 합해도, 2020년 예상 물동량 39만 2000TEU는커녕 개장 첫해 예상치인 15만 6000TEU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2. 막무가내로 밀어부친 가포신항 건설

 

진 : 7년치를 합해도 개장 첫 해 예상치보다 적다니 심각하군요.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요?

 

주 : 그래서 당시도 해양 물류 전문가나 시민사회단체에서 반대했습니다만 무시당했습니다. 마산항 컨테이너 물동량 급감은 부산신항 때문입니다. 2006년 개장한 부산신항이 포트세일즈를 강화하면서 화물업체와 선박회사들이 물류비가 적게 드는 부산신항으로 옮겨갔습니다.

 

진 : 그렇군요. 부산신항은 가포신항 계획 이전에 이미 착공돼 있었지 않았나요? 그런데도 가포신항 물동량 예상치가 그렇게 많이 나온 까닭은 무엇인가요?

 

주 : 부산신항은 1990년대 초반 계획돼서 가포신항 계획이 세워지기 전인 1997년 착공돼 있었습니다. 가포신항과 부산신항은 경쟁관계인데도 정부는 두 신항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만 내놓았습니다.

 

물론 전혀 적중하지 않았고요, IMF 직후라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얘기가 그래서 당시에도 무성했습니다.

 

진 : 그렇다면 부산신항은 가동률이 어느 정도인가요? 부산신항이 포화상태가 되면 가포신항으로 물동량이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모두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부산신항조차 가동률이 50%에 못 미친답니다. 컨테이너 부두 45선석 가운데 20선석이 가동되고 있답니다. 50% 넘게 놀리는 셈인데요, 이를 채우려고 포트세일즈를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그러니까 부산신항이 넘쳐서 가포신항까지 차례가 오는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진 : 그렇다면 창원시가 됐든 마산아이포트가 됐든 대책을 내놓아야 마땅하지 않나요?

 

주 : 사실상 대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업 주체인 마산아이포트는 물동량 확보가 안 되는 까닭을 개항 초기 현상이라 얼마 안 가 개선될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은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부산신항 물류비가 싼 편이어서 특단의 대책 없이는 물동량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기술도 인력도 모자라고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고요.

 

진 : 창원시는요? 창원시는 마산아이포트와 더불어 항만업체들과 마산지방해양항만청 등과 협의체를 꾸려 가포신항 활성화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하죠?

 

3. 대책도 없이 해마다 40억~60억원 물어줘야

 

주 : 그렇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습니다. 다만 40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정부와 민간사업자가 이미 쏟아부었기 때문에 물리기 어렵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뚜렷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만 하고 있습니다.

 

진 : 여러 모로 갑갑한 상황이네요. 사업 주체가 마산아이포트로 돼 있는데, 나중에 적자 나면 마산아이포트가 모두 책임을 지나요? 아니면 MRG인가 뭔가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해 주도록 돼 있는가요?

 

주 : 돈 먹는 하마 수준인데요, MRG로 최소운영수입을 나랏돈으로 보장해 주게 돼 있습니다. 개장하고 나서 14년 동안요. 마산아이포트가 책임진다 해도 경남도와 창원시 지분을 합치면 20%가 되기 때문에 그만큼 세금이 새어 나가는 셈이고요, MRG까지 더해지면 최악의 경우 14년 동안 해마다 40억~60억 원이 새어나가는 셈입니다.

 

마산해양신도시 건설 현장. 바다 위 둑이 있고 그 안으로 준설토를 집어넣습니다.

 

진 : 이밖에도 마산 해양신도시 문제도 있죠? 아무 쓸모도 없는 가포신항을 만든다면서 거기서 나오는 준설토를 소화해 내기 위해 마산 앞바다에 인공섬을 하나 만드는 거죠?

 

주 : 여기에 3500억 원이 든답니다. 2016년 완공 예정인데요, 이 섬을 창원시는 마산아이포트로부터 제 값을 다 주고 사들일 텐데, 이런 경우 지금 부지 활용 계획대로라면 3500억원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결국은 세금으로 민간 업체 배를 채워주는 격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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