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경남의 김상헌 기자가 취재 현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지난해부터 3월까지는 라디오 광장을 진행했었고 저는 금요일 저녁마다 한 차례씩 10분 남짓 스튜디오에서 김 기자랑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4월에 자리를 옮겼는데요, 그래서 저도 그만둘까 하다가 일단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새로 박정희 PD가 프로그램을 맡고 진행은 서수진 아나운서가 한다고 들었습니다. 저랑 얘기를 나누는 상대는 그러니까 서수진 아나운서가 되는 셈입니다.
대신 요일이 옮겨졌습니다. 제가 나가던 금요일은 이제 꼬박꼬박 NC다이노스 야구가 나가기 때문에 월요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달 29일 했던 이 불량식품 관련 얘기가 김상헌 기자랑 진행한 마지막 방송이었던 셈입니다.
1. 학교 앞 문구점 먹을거리 못 팔게 하겠다는 박근혜 정부
2008년 멜라민 식품 파동 당시 문구점 점검에 나선 경남교육청 간부들.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상헌 : 새 학기가 되면서 불량식품이 크게 관심사가 되고 있네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불량식품을 성폭력·학교폭력·가정파괴 사범과 동렬에 놓고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뿌리 뽑겠다고 한 데 대한 구체적인 실행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훤주 : 먹을거리가 아주 중요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요. 사람이든 짐승이든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고 나아가 먹는 것은 그 자체로서 커다란 즐거움이기도 하거든요.
헌 : 그런데 이렇게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으니, 한편으로는 먹을거리를 갖고 장난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겠지요. 정상적으로 하지 않고 그렇게 할수록 더 크게 돈벌이가 되니까요.
주 : 경찰은 전국적으로 부정·불량식품을 6월 15일까지 집중 단속하고 있고요, 시청이나 군청은 학교 주변 음식점이나 판매점을 상대로 위생·지도 점검을 진행했습니다. 또 식약처는 개학 초기 식중독 예방을 위해 ‘학교집단급식소, 식재료공급업체, 학교매점, 도시락제조업체’ 5055곳을 점검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71곳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사실을 적발해 해당 시·군·구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고 했습니다.
헌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1일 불량식품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어요. ‘불량식품과의 전쟁’입니다. 대선 당시 ‘국민안심프로젝트’로 함께 묶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죠. 그 종합 대책 가운데 하나가 학생안전지역 안에 있는 문방구점에서는 먹을거리를 팔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죠.
주 : 물론 지금 당장 하지는 않고요, 문구점 등에서 식품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오는 6월에 제출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내년부터는 마찬가지로 학생안전구역 안에 있는 수퍼마켓이나 편의점, 분식점, 음식점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반면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학습준비물 생산유통인협회, 경제민주화 국민운동본부 등은 이 조치가 부당하다는 기자회견을 27일 열었고요.
2. 어린 시절 추억이 서려 있는 학교 앞 문구점
헌 : 어른들한테는 학교 앞 문방구점이 추억의 대상이기도 하죠? 초등학교나 중학교 다니던 시절 문방구점 드나들면서 군것질하던 기억도 있고 쫄쫄이, 쫀디기, 뽑기도 있고요. 짓궂은 아이들은 문구점에서 물건 따위를 슬쩍 훔친 기억도 있을 거고요.
학교 앞 문구점에서 물건을 사고 있는 아이들.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저는 국민학교 때 운동선수를 했었는데요, 그러면 일찍 나와야 했거든요. 이른 아침 가게에서 오뎅을 먹었던 기억, 추위에 떨면서 친구 기다리는데 문구점 주인이 방에 들어와 있어라 해서 온 몸이 따뜻해졌던 기억, 한여름에 아이스케키 10개를 한꺼번에 사먹고 배탈이 났던 기억 등등이 있지요.
헌 : 아이스크림도 아닌 아이스케키를 10개씩이나……. 그러니까 김훤주 기자도 문구점 불량식품 피해를 입은 적이 있네요. 사실 문방구점에서 파는 음식들은 대부분이 불량식품이죠. 이를테면 불에 구워 먹으면 더욱 쫄깃하고 고소한 쫀디기 같은 것……. 이 불량식품을 박근혜 정부가 근절하겠다고 나섰고 그 대책 1호가 문방구점에서 파는 것들입니다.
주 : 저는 이치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느 정도는 불량식품이 돌아다닐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단속해도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불량식품 가운데 문방구점을 통해 유통되는 비율이 어느 정도나 될까 가늠해 보는 것입니다.
헌 : 문방구점을 통해 유통되는 불량식품 비율이 확인된 바가 있는가요?
주 :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 확인도 어려울 겁니다. 불량식품이 워낙 종류도 많고 생산·유통 경로도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헌 : 정부에서는 무엇을 불량식품이라 하는지요?
주 : 이번 국세청 발표에서는 불량식품을 일러 사전적으로는 비위생적이고 품질이 낮은 식품을 의미하지만 통상적으로는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모든 식품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매우 포괄적이고 추상적이고 주관적입니다.
그래서 다시 말하기를, 좁은 뜻으로는 인체에 해로운 식품이고 넓은 뜻으로는 소비자를 속이는 모든 식품이라 했습니다. 이런 정도 규정이면 정확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대형 마트는 괜찮고 학교 앞 문구점은 안 되고
헌 : 문방구점 주인들이 크게 반발하는 까닭이 가장 크게는 형평성 문제죠? 같은 불량식품이라도 문방구점에서는 안 되고 다른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는 왜 되느냐는 것이지요.
오곡 분말 가운데서도 보리 현미 찹쌀만 국산입니다. 죄다 합해도 비율이 고작 0.1%입니다.
주 : 그렇지요. 같은 불량식품인데도 대형 마트에서 파는 묶음 상품은 판매 금지 조치가 안 되고 문방구점에 대해서만 판매 금지를 하느냐는 얘기입니다. 또 이미 한 달에 한 번 꼴로 단속이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소비·유통이 아니라 생산되는 부분에서 단속을 해야 실제로 불량식품이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상류 저수지에 넘치도록 쌓여 있는 불량식품은 그대로 두고,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수도꼭지만 막는 격입니다.
헌 : 문방구점들의 어려운 사정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죠? 대형마트가 크게 늘어나 2000년대 들어 문방구점이 1만 곳 넘게 사라졌을 정도라는 얘기입니다. 옛날에는 신학기 문구점이 호황을 맞았지만 지금은 대형마트가 신학기 할인 행사를 크게 하기 때문에 망했습니다. 지금 문구점은 문방구가 아닌 아이들 기호 식품을 팔아 겨우겨우 유지하는 현실입니다.
주 : 대형 문방구 전문 취급점이나 홈플러스나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대형 매장 문구 코너에 가서 삽니다. 싸기도 하고 물품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탓에 문구점이 죽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식품 판매조차 막으면 문을 닫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헌 : 불량식품을 단속하려다 불량정책만 내놓은 꼴이 됐네요. 같은 동네에 있는 수퍼마켓이나 편의점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측면도 있고요.
주 : 어쨌든 학생들을 불량식품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정책이겠는데요, 그렇다면 저는 불량식품의 근원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봅니다. 학교 앞 문구점은 불량식품의 근원이 아닙니다. 그것이 돌아다니는 수많은 실핏줄 가운데 하나일 따름입니다.
헌 : 그렇게 뿌리뽑으려면 어떻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4. 법령을 고치고 대규모 과자회사들을 막아야
주 : 저는 우리나라 식품 또는 위생 관련 법령이 불량식품이 돌아다니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봅니다.
헌 : 좀 뜻밖으로 들리는데요,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가요?
다섯 가지 우리 쌀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성분 표시를 보면 그게 1%밖에 안 됩니다.
주 : 예, 2009년부터 학교 주변 200m 안에서는 고열량·저영양 식품인 이른바 ‘정크푸드’와 화투·담배·술 등을 일절 못 팔게 됐는데요, 물론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정크푸드의 범위는 과자·초콜릿·아이스크림 등 간식은 1회 제공량당 500㎉ 또는 포화지방 8g을 초과하는 것을 말하고, 햄버거·피자 등 식사 대용 식품은 1회 제공량당 열량 1000㎉ 또는 포화지방 8g을 초과하는 것을 말한답니다.
시중 유통 햄버거의 83%, 컵라면의 88%, 사탕의 81%, 콜라·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의 65%가 퇴출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헌 : 그런데요?
주 : 정크푸드는 비만 등 안 좋은 증상을 유발합니다. 비만은 질병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질병 유발 요인인데도 우리나라 법령은 생산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학교 주변 200m 안에 들지만 않으면 무제한으로 판매가 이뤄집니다. 그런데도 불량식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단속 대상도 아닙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대한민국 법령이 불량식품의 생산과 유통을 조장하고 있는 꼴입니다. 이런 문제를 다룬 책들도 많이 있죠? 이를테면 올해 들어 나온 <식품 사기꾼들>이라는 책이죠.
건강 성분을 조금 넣어놓고는 설탕 덩어리와 다름없이 만든 음식을 건강식품으로 팔거나,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기능 식품을 넣은 다음 비싸게 판매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법령이라는 것입니다.
헌 : 정부가 법령을 통해 비만 등 질병을 불러오는 불량식품을 합법적으로 팔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셈이네요. 비마을 두고 말하자면, 이렇게 비만을 부추기면서도 정부는 어린이 비만 예방을 위해 엄청난 금액을 쏟아부었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 발표인데요, 2012년까지 5년 동안 6360억원을 투자해 ‘어린이 영양관리 및 비만예방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근본은 그대로 두고 겉으로 나타난 증상만 다스리는 꼴입니다. 게다가 그런 일은 대규모 과자 회사가 하도록 책임을 지워야 마땅합니다. 정부 예산을 들일 일이 아니고 말씀입니다.
주 : 그러면서도 허위 과장 광고를 대규모 식품 회사들이 할 수 있는 빈틈까지 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밀가루의 경우 100% 수입한 밀을 갖고 만드는데, 포장지에는 100% 국내에서 만든 밀가루라고 적습니다.
원료가 수입산인 점을 감추려고 교묘하게 이렇게 광고했고 이것을 법령이 용인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중국산 배추와 고춧가루를 갖고 국내에서 만든 김치도 이런 수법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해남 땅끝마을 고구마’라고 크게 써 놓은 과자도 실제 들어간 고구마가 0.5%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도 이런 표현이 가능합니다. 이런 경우는 매우 흔한 편입니다.
지금은 이렇지 않을 것입니다.
2010년에는 그랬습니다.
제가 오늘 드리는 말씀의 요지는요, 학교 앞 문방구를 통해 유통되는 불량식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실제 문제가 되는 불량식품은 대규모 식품회사들이 엄청난 규모로 찍어내는 인스턴트 과자나 탄산음료, 아이스크림들이다, 이런 진짜 불량식품에 대한 규제 방안이 없는 한 불량식품 근절 대책은 빵점짜리다, 이렇게 되겠습니다.
헌 : 크게 공감이 되는 얘기입니다. 바로 그런 정부 정책 탓에 아이들 비만이 늘어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경남 지역 초·중·고등학생 가운데 비만학생 비율이 2011년에는 13% 됐거든요. 2008년 10.8%, 2009년 11.8%, 2010년 12.7% 등 해마다 높아지고 있어요.
바나나맛 우유랑 바나나 우유랑이 서로 다른 것이라는 사실도 안 지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옛날에는 바나나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바나나 맛을 내는 화학 성분으로 그 맛만 내도 바나나 우유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바나나가 들어간 우유만 바나나 우유라 할 수 있답니다.)
주 :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문구점 쫀디기 단속하지 말고 해태·롯데·오리온이나 크라운 같은 대규모 제과회사에서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불량식품을 불량식품으로 규정하고 단속하라는 말씀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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