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남도는 비상사태다. 홍준표 도지사가 새누리당 공천으로 당선되자마자 ‘부채 청산’ 또는 ‘부채 축소’를 명분으로 삼아 사실상 비상사태를 만들어냈다.
독재자 박정희가 1970년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 보위’ 또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삼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민을 옥죈 데 견줄만하다.
경남문화재단·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경남영상위원회를 경남문화예술진흥재단으로 통·폐합하겠다는 방안을 통한 예산 절감 목표액은 5억8400만원이다.
갈수록 빚이 쌓이는 진주의료원 폐업은 부채를 더 이상 키울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더불어 경남도는, 지금껏 쌓인 부채 270억원도 진주의료원의 현재 보유 자산을 처분해 청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 싶다.
경남도의회에 출석해 앉아 있는 홍준표 도지사. 경남도민일보 사진.
경남도는 나아가 18개 시·군의 지역 균형 발전이 목적인 모자이크 사업을 줄줄이 취소했다. 시·군마다 200억원씩 모두 3600억원을 주게 돼 있던 지원금이 1355억원으로 줄었다. 경남도로서는 2245억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보람이겠다.
이런 보람의 뒷면에는 아픔과 괴로움이 있다. 이를테면 문화예술 관련 기관 3곳의 통·폐합은 무엇보다 정책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해치고 분야별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사람까지 줄이지는 않는다지만 그 또한 확실하다고 못 박기는 어렵다.
진주의료원도 간호사나 물리치료사나 간병인 같은 종사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치료받는 환자들도 물심양면으로 손해를 보게 됐다. 게다가 진주를 비롯한 서부 경남 지역 서민들은 진주의료원을 통해 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게 됐다.
경남도에 2000억원 이상 예산을 아낄 수 있게 해 준 모자이크 사업의 취소도, 해당 시·군에서 보자면 균형 발전을 위한 종잣돈 200억원을 떼어먹힌 셈이다. 200억원 모두 떼인 데도 있고 100억원만 떼인 데도 있다.
200억원 모두 찾아먹게 된 데는 경남에서 가장 부자 자치단체인 창원시밖에 없다. 군 단위 시골 지역은 그러잖아도 상대적 소외가 심한 데, 이번에 못 받게 된 정도가 시 단위 도시 지역보다 더하다.
이렇듯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게 마련이다. 부채 청산 또는 축소가 좋은 일이라면 일자리를 잃거나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거나 다양성을 잃거나 종잣돈 마련을 못하하는 것은 나쁜 일이다.
통·폐합, 폐업·휴업, 지원 취소 등 경남도의 비상사태에 버금가는 지금 상황을 반기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이런 정도는 다들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사진은 문화예술 관련 기관 통폐합과 진주의료원 폐업 무네를 다루는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모습. 경남도민일보 사진.
이런 양면성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보람은 누리되 괴로움(苦)과 아픔(痛)은 겪지 않는 사람들이다. 경남 도지사와 행정·정무 부지사 세 사람의 업무추진비를 들여다봤다.
선거를 치른 다음날인 2012년 12월 20일부터 지금까지 석 달 동안 7122만5000원을 썼다. 이 가운데 주로 도청 직원들 술밥 사는 데 쓴 돈이 2948만3000원이고 직원 경조비로 643만원이 나갔다.
‘언론’이랑은 418만3000원을 썼고 경남도의원들 술밥에는 511만8000원을 썼다. 모두 4521만4000원인데, 1년으로 환산하면 1억8085만6000원이 된다.
몇몇 실·국 업무추진비도 살펴봤다. 2012년 4/4분기가 올라 있는데 생각없이 골라잡은 기획조정실은 800만원을 웃돌았다. 경조비 45만원과 직원 간담회 805만1000원 등 전액이 내부 지출이다.
경제통상국은 전체 354만원 가운데 직원 사이 쓴 돈이 219만7000원이다. 청정환경국은 총액이 181만8000원인데 141만3000원이 내부용이다. 이 세 곳을 평균 내면 실·국·원 하나에 403만7000원이고 1년이면 1614만8000원이다.
이런 실·국·원들이 경남도청에 모두 30개다. 개별마다 특색이 있고 사정도 다르겠는데, 조금 거칠지만 단순화하면 이렇게 지출되는 돈이 1년에 4억8444만원이라고 추산할 수 있다.
경남도는 부채 청산 또는 축소라는 보람을 누리는 당사자다. 그런 보람에 따르게 마련인 아픔과 괴로움은 정작 다른 사람이 겪고 있다. 아픔과 괴로움을 다른 사람들한테 강요하려면 최소한 자기도 나눠 가져야 한다. 이른바 ‘고통 분담’이다.
직원들끼리 쓰는 돈이나 기자·도의원 술밥 사는 데 쓰는 돈만 줄여도, 문화예술 관련기관 통·폐합으로 절감되는 정도는 아끼고도 남을 것이다.
김훤주
※ 경남도민일보 3월 26일치 데스크칼럼에 실었던 글을 조금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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