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홍준표 행패 보면 김두관이 생각난다

김훤주 2013. 1. 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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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준표 '도지사'는 김두관이 만들었다

지난 주 18일 금요일에도 어김없이 MBC경남 라디오광장에 출연해 김상헌 기자랑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주고받은 내용은 홍준표 신임 경남도지사의 인사였습니다.


모조리 자기 옆사람들로 자리를 채우는 안하무인이었습니다. 자기를 뽑아준 주권자인 경남도민들은 별로 생각지 않고 선거 운동에 따른 논공행상 또는 보답이 전부였습니다.

홍준표 본인으로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경남에 사는 유권자가 볼 때는 행패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주고받는 내내 저는 김두관 전임 도지사가 떠올라 괴로웠습니다.

경남서 한 출판기념회 당시 모습. 경남도민일보 사진.


왜냐하면, 그이가 중도 사퇴를 하지 않았다면 홍준표를 도지사로 뽑는 재선거가 없었을 테니까요. 재선거가 없었다면 저렇게 지금 새누리당의 홍준표 선수가 개판 치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됐겠지요.

김두관의 사퇴는 그이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었습니다. 자신만의 힘으로 도지사가 됐다면 사퇴도 자기 마음대로 하면 되겠지만, 당시 무소속이었던 그이는 민주당은 물론 민주노동당·진보신당 같은 진보정당들과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당선됐습니다.

그런데도 김두관은 자기를 밀어줬던 세력들이 대부분 반대하고 말리는데도 도지사를 사퇴하고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갔습니다. 이는 ‘도지사직을 끝까지 수행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그이의 행보는 도지사 재선에도 당연히 나쁜 영향을 끼쳤습니다. 자기자신의 출세를 위해 약속을 어기는 사람을 밀어줄 유권자는 없었습니다. 김두관 탓에 야권 후보는 좀더 그렇게 비쳤습니다.

홍준표 현 지사가 지금 부리는 행패의 뿌리는 김두관 전 지사에게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두관 탓에 앞으로 적어도 경남에서 야권 도지사가 20년 안에는 나오기 어렵게 됐다’는 말이 당시 떠돌았는데, 이를 홍준표가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러니 저리도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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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남발전연구원 원장도 홍준표 핵심 측근


김상헌 :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홍준표 신임 도지사 인사를 두고 말들이 무성하던데, 여기서 이야기를 한 번 시작해 보죠. 홍 지사는 김정권 전 국회의원을 경남발전연구원 원장으로 내정을 했죠?

김훤주 : 그런데 경남발전연구원은 경남도의 정책 연구 전문기관인데, 원장 내정자는 정책 전문가가 아니라 경남도의원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직업 정치인이라는 면에서 가장 먼저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김정권 내정자는 홍준표 지사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를 할 때 무리를 하면서까지 사무총장을 시켰던 측근이라는 점에서 전문성이나 능력과는 무관한 자기 사람 챙기기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됩니다.

김상헌 : 정책연구 전문기관이라면 당연히 도지사 개인의 생각이나 뜻을 그대로 따라서는 안 되고, 도지사의 정치철학이라든지 정책비전을 갈고 닦아 도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원장이 정치색이 강한데다 도지사 최측근이라면 연구 활동이 객관성이나 현실성을 잃기 쉽다는 얘기죠.

김훤주 : 그렇습니다. 정무부지사나 특보 같은 정무직 인사라면 몰라도, 나름대로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자리는 상대적 객관성을 인정받고 독립성이 있어야 마땅한데 김정권 내정자는 그렇지 않거든요. 최종 학력이 김해 인제대학교 경영대학원으로 석사 출신이지만 제대로 된 연구 논문이 없을 뿐 아니라 여태까지 펴낸 책 다섯 권도 모두 '정치 에세이'입니다. 경남발전연구원 인사 규정에 '원장 자격은 행정과 연구 능력을 모두 겸비한 사람'으로 돼 있습니다.

3. 물 건너 간 '인사 청문회' 약속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모습.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상헌 : 홍준표 지사가 경남발전연구원을 비롯한 출자·출연기관 수장들에 대해 도의회 차원에서 인사 청문회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러면 김 내정자를 두고도 그런 절차가 진행이 되나요? 국회에서 하는 것처럼?

김훤주 :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국회 청문회는 공개가 원칙인데 도의회에서 하는 것은 비공개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도의회 인사 청문회의 법적 근거가 없어 자칫 잘못하면 정앙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이유를 댔습니다. 또 과거 이력이나 재산 내역까지 다루지는 못하고 도의회 해당 상임위원회인 기획행정위에서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큽니다.

김상헌 : 그러면 원래 도입 취지인 선거 공신을 위한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 방지와 전문성·도덕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을 텐데요. 전국 처음이다 보니 도민들 기대도 나름 크고 또 의미는 있겠지만 용두사미가 되고 말지도 모르겠군요.

김훤주 : 저도 그렇게 봅니다. 경남도의회는 오늘 운영위원회에서 이런 인사 검증 회의를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하고 다음 주에 간담회를 할 것 같은데요, 이름도 '인사 청문회'가 아닌 '경남도 출자·출연기관장 임명 전 의견 청취' 정도로 정리되고 김 내정자 자기 소개와 해당 도의원들의 자유 질의로 이어질 예상입니다. 이 과정에서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검증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임명 자체가 무산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가재는 게편이거든요.

4. 줄줄이 이어지는 제 사람 챙기기 낙하산

김상헌 : 경남발전연구원 원장 말고 다른 기관장이라든지 자리 인사도 줄줄이 있는 줄 아는데요. 구체적인 내용을 좀 일러주시지요.

김훤주 : 프로축구 경남FC 사장에는 안종복 남북체육교류협회장이 내정됐다는데요 안 회장은 홍 지사와 같은 대학 출신으로 친분이 두텁다고 합니다. 선거캠프에서 핵심이었던 오태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보좌관은 정책단장, 정장수 김정권 국회의원 보좌관은 공보특보, 박재기 동영산업 대표는 중소기업특별 보좌관에 임명했습니다.

국회나 중앙부처랑 업무 협조 등을 임무로 하는 서울본부장에는 홍 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으로 일했던 나경범씨가 임명됐고 남해대학 총장에는 홍 지사 보좌관 출신(엄창현, 선거 당시 정책보좌관)이 추천됐다고 합니다. 선거 논공행상 또는 줄줄이 측근 챙기기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상헌 : 마찬가지 이번 선거를 도왔던 한나라당 출신으로 진주의 최구식 전 국회의원은 산청세계의약엑스포 집행위원장으로 임명했죠? 지난 7일 취임식이 있었어요. 최구식 의원이라면 한나라당을 탈당해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진주갑 선거구에 출마까지 했다가 낙선했는데,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일어났던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말썽을 빚었었죠?

김훤주 : 바로 그 때 홍준표 지금 도지사가 한나라당 대표로 있다가 12월 물러났는데, 물러날 때 크게 영향을 끼친 사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이었거든요. 그래서 최구식 전 의원이 이번 선거에서 공이 있기도 하지만, 홍 지사 본인까지 포함해 명예회복을 노렸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인사는 "토호들과 거리를 두겠다"고 한 홍 지사 본인의 발언과도 어긋날 개연성이 적지 않습니다.

김상헌 : 홍 지사가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지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많은 일이 일어났군요. 그런데 경남발전연구원 원장처럼 도지사가 임명권을 행사하는 기관장이 우리 경남에 얼마나 되는가요?

5. 이렇게 심을 수 있는 산하기관이 무려 23곳

경남도민일보 자료. 산청엑스포 결성 이전이어서 여기는 빠져 있습니다.


김훤주 : 경남도가 일부 또는 전액 자본금을 댄 법정 출자·출연기관은 15곳입니다. 그리고 경남도가 지원금을 주는 데는 기타기관으로 분류하는데 여기도 8곳이 됩니다. 모두 스물세 곳인데, 여기에서 기관장이나 임원으로 일하는 사람은 모두 서른 명입니다.

김상헌 : 적지 않은 숫자군요. 어떤어떤 데가 있어요? 경남발전연구원 말고? 거창대학이랑 남해대학은 도립이니까 당연히 포함될 테고, 경남개발공사, 경남무역, 경남문화재단, 경남람사르환경재단 등도 경남도가 소유권이 있을 것 같고…….

김훤주 : 창원시랑 공동 투자한 창원경륜공단도 있고요, 경남 글자가 들어가는 데로 경남신용보증재단, 경남테크노파크, 경남로봇산업진흥재단, 경남청소년종합지원본부, 경남FC, 경남체육회, 경남장애인체육회, 경남교통문화연수원, 경남생활체육협의회, 경남자원봉사센터,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는 가온소프트, 산청의약엑스포,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마산의료원과 진주의료원 정도네요.

6. 정무부지사는 얼마 안 가 출마할 수도 있는 사람으로

경남발전연구원 원장 인사에 사람들 눈길이 쏠리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홍 지사가 이번에 첫 삽을 이렇게 뜨니까 나머지 이런 산하기관 인사도 정치 코드로 흐를 것이 뻔하고 그러면 홍 지사 개인의 정치적 행보를 위한 줄 세우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서울에서 한 출판기념회 모습.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상헌 : 그러면 함안·의령·합천 선거구 출신인 조진래 전 국회의원을 정무부지사로 앉힌 데 대해서는 별 이야기가 없는지 모르겠네요? 선거캠프 상황실장을 지냈고 홍 지사 고등학교 동문 후보로 알려져 있는데요.

김훤주 : 사실 말 그대로 정무직이라면 누가 해도 비슷할 것으로 저는 봅니다. 정무직은 도지사 대리인 정도로 봐야 합당하니까, 홍 지사랑 잘 통하기만 하면 되겠지요. 그렇다 해도 함안·의령·합천 선거구 현역인 조현룡 새누리당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만약 이 때문에 재선거가 치러진다면 신임 조진래 정무부지사가 열 일 제쳐 놓고 여기 출마할 인물이라는 점은 문제로 짚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상헌 : 그렇게 해서 느닷없이 중도 사퇴하고 선거에 나갈 경우 업무 연속성이 훼손된다는 얘기군요. 게다가 이번에 홍 지사는 도의회와 언론 관련 협력·조정이라는 정무부지사 본연의 업무에다가 예전에는 행정부지사 영역이던 경제 관련 업무를 정무부지사 몫으로 떼어냈잖아요?

김훤주 : 그래서 업무 연속성 훼손 가능성이 더 크게 거론된다고 저는 봅니다. 지난 3일 조직 개편에서 홍 지사는 기업지원단·재정점검단·투자유치단·고용정책단 네 개 공무원 조직을 정무부지사가 관할하도록 바꿨어요. 우리나라 열여섯 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이런 경우는 유례가 없습니다. 정무부지사가 노동·농업·복지·여성 등 개별 업무에 관심을 두고 집중해서 살펴보는 일은 있었지만 말입니다.

7. 정무부지사 업무 영역 유례 없는 확장도


김상헌 : 왜 그랬을까요? 서울에서 새로 온 행정부지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 영역을 축소하려고 그랬나요? 아무래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지 않나요?

김훤주 :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행정부지사를 홍준표 지사가 원하는 사람으로 데려오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요. 여태까지 행정부지사는 행정안전부에서 보냈지만 이번에는 기획재정부 소속으로 재정·예산 전문가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큰 소리를 친 적이 두어 차례 있는데요, 이번에 임명돼 온 윤한홍 행정부지사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으로 서울시 기획·행정과장을 역임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청와대로 따라 들어가 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 행정자치비서관을 지낸 사람이거든요.



김상헌 : 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홍 지사와 행정부지사 사이가 좋지 않다는 불화설이 나오는 까닭이 거기 있었군요.

김훤주 : 예, 행정부지사가 충분히 하고도 남을 일을 조직개편에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정무부지사에게 맡기는 바람에 나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8. 김해연 도의원 관련 사건은 매우 거시기하다


김상헌 : 그나저나 이번 주 최대 이슈는 아무래도 김해연 경남도의원 사퇴인 것 같습니다. 지난 17일 목요일 김 의원은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했지요. 진보신당연대회의 소속인데, 정당도 떠나기로 했어요.

김훤주 : 참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촉망받고 유능한 도의원이었는데, 공고를 나와서 대우조선에 입사해 노동조합운동을 하다가 거제시의원을 거쳐 도의원이 되고 나서 활동을 더 잘해서 동료의원들 사이에서 으뜸으로 여러 차례 꼽혔는데, 한 순간 잘못으로 한꺼번에 모두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김상헌 :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더니, 지난 연말 창원 중앙동 유사성매매 업소에 갔다가 현장에서 경찰에게 적발돼 성매매 알선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그 책임을 지고 사퇴를 했군요.

김훤주 : 제가 우연하게 기자회견 하루 전날 거제에 갔었는데요, 거기서 만난 거제 사람들은 거의 이른바 멘붕 상태였습니다. ‘우째 이런 일이……’ 하는 식이었고, 함정을 파놓고 김 의원이 빠지도록 만든 세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의원으로서는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걸음한 것은 사실이고 그렇다면 그에 걸맞게 책임을 져야 하고 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우세했습니다. 아깝고 안타깝지만 잘못은 잘못이고 책임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죠.

김상헌 : 사퇴 기자 회견에서 김 의원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억울한 심정도 살짝 비쳤죠? 실망을 끼쳐드려 죄송하다, 한 순간의 판단착오 같은 표현이 잘못을 인정한 대목이라면,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 같은 부분은 김 의원의 다른 심정이 좀 묻어 있는 것 같아요.

김훤주 : 그렇다 해도, 김 의원이 이른바 유사 성매매 업소에 들어간 것이 사실이라면, 다른 목적이 있었거나 실수로 들어갔다고 해도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김 의원이 진보신당 소속이 아니고 새누리당 소속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씀입니다.

김상헌 : 김해연 도의원은 거가대교를 비롯한 민자 사업과 관련해 대기업들의 부실과 비리를 파헤치면서 경남은 물론 전국적으로 커다란 관심을 끌었어요. 그래서 김 의원을 두고 ‘김민자’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었는데요. 이제는 다시 그런 활동을 보기가 어렵게 됐군요.

김훤주 : 치밀한 현장조사와 자료 조사를 통해 대우건설을 비롯한 시공회사들이 9000억원 넘는 부당 이득을 챙겼고, 거가대교 통행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근거를 제시해 감사원 감사에서도 나름 인정이 되기까지 했지요.

김상헌 : 그나저나, 김해연 의원 사태를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는지 한 번 물어볼까요?

김훤주 : 저는 김해연 도의원이 했던 얘기 속에 해답이 있는 것 같아요. 자료 조사를 왜 그토록 꼼꼼하게 하느냐고 어떤 기자가 물은 적이 있는데 답이 이랬습니다.

"살기 위해서 합니다. 제가 문제제기를 하는 대상은 대우, 현대, 롯데 등 재벌입니다. 주도면밀하고 재력이 있으며 여론의 뒷받침도 받을 수 있는 곳이죠. 하지만 저는 혼잡니다. 백 가지를 잘하다가도 한 가지 잘못하면 내려앉습니다. 한 번 실수하면 꼬투리 잡아서 죽이려 들지 않겠어요?"

저도 이처럼 강한 상대와 맞설수록 더욱 자기자신한테 철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할 요량이면 맞서지도 말고 싸우지도 말든지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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