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가을에 본 순천만, 겨울은 어떨까?

김훤주 2012. 12. 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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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경남도민일보와 경남풀뿌리환경교육센터가 주관하고 경남람사르환경재단이 후원하는 2012년 생태·역사기행 여덟 번째 걸음은 경남을 벗어나 전남의 순천만으로 향했습니다. 순천만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갈대밭이 있습니다.

순천만 갈대는 멀리 높은 데서 보면 둥글둥글 몽글몽글하답니다. 갯가를 따라 갈대들이 그런 동글몽글한 모양으로 줄이어 있습니다. 순천만은 또 탐방객을 위해 잘 가꿔져 있는 갈대밭이기도 합니다. 갖은 시설이 들어서 있고 걸리는 시간대에 따라 탐방할 수 있는 길도 여럿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침 9시 조금 넘어 경남도민일보 앞을 출발한 일행은 버스를 타고 달린 끝에 오전 11시 30분 정도에 순천만에 가 닿았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행은 먼저 가까운 밥집에 들러 점심을 먹었습니다.


순천만에 오면 순천만에서 나는 것들로 만든 짱뚱어탕이나 서대회덮밥을 먹어봐야 한다는 말을 들은 터이기에 그 둘을 절반씩 주문했답니다. 짱뚱어탕은 다른 생선국과 달리 생선가시 같은 건더기가 없었습니다. 짱뚱어를 잘게 간 다음 들깨를 넣어 만든다고 했습니다.

건더기가 없는 걸쭉한 국물이라 낯설게 여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다들 고소함을 느끼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서대는 여수나 순천 지역에서 많이 나는데 가자미 종류라고 합니다. 입 안을 칼칼하게 만드는 서대회덮밥이었다고요.

다음은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입장료(어른 개인은 2000원)를 내고 들어가면 자연생태관 천문대 등이 늘어서 있고 지역 농·특산물을 전시해 놓고 파는 데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데는 나올 때 둘러봐도 되고 마땅찮으면 들르지 않아도 된답니다.

순천만에 들렀으면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에 맞춰 갈대밭 누리기를 가장 먼저 해야 맞겠지요. 안내판에는 1시간 코스, 2시간 코스, 3시간 코스 따위가 적혀 있는데 이날 기행은 오후 4시 안팎 돌아가는 시각까지 3시간 넘게 여유가 있으니 마음 편하게 한껏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순천만은 사실 언제 찾아도 좋다고 합니다. 봄에는 연둣빛으로 솟아나는 새로움이 이미 져버려 서걱대는 갈색 사이로 보여서 좋고요, 여름에는 그 온통 푸른 갈대의 출렁임이 좋고요, 가을에는 다시 조금씩 푸른빛을 벗어가는 한편으로 꽃을 날리는 품이 그럴 듯하고요, 겨울에는 차가운 날씨 가운데 더이상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벗어버린 갈대들이 바람에 몸을 맡기는 풍경이 좋다는 얘기랍니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가운데 여름철 풍경이 좀 빠진다고 하는데, 그래도 '덜 좋다'고만 하지 '나쁘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조금은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일행은 흩어져 깜냥껏 순천만을 즐깁니다.

이런 가운데 대부분이 꼭 들르는 데는 순천만자연생태공원 들머리에서 나무 데크를 따라 건너편으로 야트막한 산을 타고 올라가야 만나는 용산 전망대입니다. 여기 가면 순천만이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바람도 시원합니다. 가는 길에 조금은 땀을 흘리지만 여기 바람이 날려줍니다.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조용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이런저런 소리를 냅니다. 저기 내려다 보이는 풍경 속에 들어 있을 갖은 생물들 또한 나름 소리를 내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행동을 하리라 싶습니다.

데크를 따라 갈대밭 사이를 걸을 때는 그냥 갈대만 보고 사진만 찍을 일은 아니랍니다. 바닥을 눈여겨보면 온통 뻘칠을 한 짱뚱어들이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콩게 뻘떡게 칠게 같이 갖가지 크기와 모양을 한 게들과 그이들 거품 내뿜으며 살아가는 모습과 게 구멍도 볼 수 있습니다.

가만히 귀까지 기울이면 바닷물이 들거나 나면서 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답니다. 이 때는 밀물이었는데, 물이 썰며 빠질 때만 소리가 나는 줄 알았으나 물이 밀며 들 때 내는 소리도 그럴 듯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갈대열차.


순천만에는 이밖에 열차도 있고 배도 있습니다. 어른 기준으로 4000원을 내면 탈 수 있는 생태체험선은 35분 남짓 순천만 일대를 돌아보고요, 마찬가지 어른 기준으로 1000원을 내면 탈 수 있는 갈대열차는 가까운 데 있는 순천문학관까지 30분 걸려 오간답니다. 그러니 이를 누리고 싶으면 이런 정도 돈을 여벌로 더 준비하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순천문학관까지 걸어가는 길도 괜찮습니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열차가 다니는 길로는 걸을 수 없도록 돼 있었는데, 그렇다고 그 걷는 길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순천문학관도 좋았습니다. 여기에서 '무진기행'의 소설가 김승옥과 '오세암'의 어린이문학가 정채봉을 만나리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했었었습니다.

순천문학관 정채봉관.


순천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인연을 만들었던 그이들이 여기 있었습니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안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없도록 해 놓았지만 바깥에서는 자전거를 마음껏 탈 수 있다는 점도 좋아보였습니다.

사람들 바글거리는 공원에서는 안전 문제 때문에 안 되겠지만 바로 바깥 주차장 끄트머리에는 돈을 내고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시설이 있었습니다. 그림처럼 자전거를 타고 미끄러져 들어오는 청춘 남녀 한 쌍이 그렇게 좋아 보인다는 생각을 더 하게 만들었습니다.

생태·역사기행 일행이 깜냥껏 즐기거나 말거나 했다는 점은 나중에 판명이 났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 길어 지겨웠다는 이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던 것입니다. 곳곳을 둘러본 사람도 있었던 반면, 오랜만에 바깥으로 나온 김에 함께 걸음한 일행이랑 정자에 올라 맥주 캔을 따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는 이도 있었습니다.

혼자서 또는 둘이서 나무 아래 그늘 긴의자나 정자에서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노라는 이도 당연히 있었고요. 어쨌든 이렇게 한나절 좋게 보낸 다음 오후 4시 즈음이 돼서, 다들 조금씩 무늬가 다른 나른함을 안고서 창원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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