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블로거 간담회를 좋지 않게 보도록 만드는 글

김훤주 2012. 10. 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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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부권씨가 '경남도민일보 독자 모임'에 올린 글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정동영 전 민주당의장 간담회에 다녀왔지만 지금 현재 내 마음속은 온통 불만투성이다. 너무 배가 고프다. 창원호텔 중식당에서 했는데 왜 이런 곳에서 간담회를 열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물론 배가 고파서 그런 거다. 배만 불렀다면 이해가 충분히 됐을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음식이 여러 종류가 나오고 주 메뉴로 짜장면을 먹었지만, 대체 내가 뭘 먹었는지 모르겠다. 짜장면은 모기가 먹어도 배 고프단 소리 나올 정도로 양이 적었다. 그러면 맛이라도 좋으냐하면, 그게 글쎄 우리동네 2500원짜리 짜장면보다 훨씬 맛이 없다. 이런 걸 왜 피 같은 돈 만원을 내고 먹어야 했는지(우리가 품빠이로 만원 냈지만 계산은 더 나왔을 수도 있고 적게 나왔을 수도 있다), 너무 아깝다. 만원이면 차라리, 상남동 부엉이식당 가서 생선국 시켜놓고 호래기회 한 접시에 소주 곁들였다면 최고였겠다. 근처 중국집에서 짜장면 시켜놓고 간담회 했다면 5,000원씩만 거둬도 소주 반주까지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고 우리가 언제부터 호텔밥 먹었나? 앞으론 이런 데 가지 맙시다. 물론 이해가 완전히 안 가는 건 아니다. 조용히 대화 할 장소가 필요했겠지. 하지만 위에 말한 서민들 식당 가도 얼마든지 조용히 대화 가능하다. 아무튼 배가 안 고팠으면 이런 불평 안했을 테지만, ... 집에 들어오니 마누라도 없고 애들 둘도 안 보인다. 정지에 가보니 먹을 거라곤 눈 씻고 봐도 없다. 할 수 없이 계란 두 개 삶았다. 아, 배고파! 삶은 달걀이나 먹어야겠다. 사이다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ㅠㅠ"

정부권씨가 지난 21일 오후 5시 4분에, 페이스북 그룹 '경남도민일보 독자 모임'에다 남긴 글 전문입니다. 이 글은 최근 들어 제 마음을 가장 크게 다치게 했습니다. 마음이 상한 까닭을 하나하나 얘기해 보겠습니다.

2. 경남도민일보가 하지 않았는데도 주최했다 하고

먼저 정부권씨가 말한 정동영 전 민주당 의장 (블로거) 간담회는 정부권씨 말과는 달리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지 않았습니다. 경남블로그공동체가 주최했습니다. 경블공은 경남 지역 블로거들의 모임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다만 경블공 회장인 제가 기자로 몸담고 있는 일터일 따름입니다.

착각할 수는 있었겠습니다만, 잘못은 분명 잘못입니다. 제가 곧바로 짚었는데도 정부권씨는 아직까지 고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정부권씨의 글이 아무 불평불만을 담지 않고 있다면 이런 잘못도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기에 저는 다시 문제를 삼습니다. 바로잡고, 경남도민일보와 경남블로그공동체에 사과를 하시라고요.

정동영 의원과 블로거 간담회 자리. 창원호텔 중국관.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기는 하지만 정부권씨 글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무엇 때문에 창원호텔이라는 데에서 간담회를 했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음식이 맛도 없고 양도 적었다입니다. 뒤엣것은 따로 얘기하기로 하고 앞엣것에 대해 좀 얘기하겠습니다.

블로거 간담회를 주관한 당사자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7월 중순 정동영 전 의원이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는 말을 듣고 정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를 통해 "언제 한 번 블로거 간담회를 하자"고 제안을 했었고 그것이 메아리가 돼 돌아온 것이 이번 자리였습니다.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국장 한 분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정 전 의원이 오는 날짜는 이미 21일로 정해져 있었고요, 경블공 카페(http://cafe.daum.net/GBC119)에 안내글을 올린 때가 10월 10일이니 연락받은 날짜는 하루쯤 전이 되겠지요.

통화를 하면서 저는 (정 전 의원 다른 일정이 3시 30분에 있다니까)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해서 오후 2시 30분정도까지 공식 간담회 시간으로 잡아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고 장소는 민주당 쪽에서 잡아주는 대로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10월 17일 다시 통화를 했습니다. 장소는 창원호텔 중국관으로 하겠고 점심 값은 민주당 관계자가 내겠다고요. 저는 장소는 그대로 하시되 밥값은 그러지 마시라 했습니다. 무슨 법률 따지기 이전에 블로거들도 당당한 한 쪽 주체인 이상 자기 밥값은 자기가 내는 편이 합당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3. 자기 주관만 내세워 음식이 맛없다 하고

저는 정부권씨가 창원호텔 대신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서민들 식당'으로 꼽은 '상남동 부엉이식당'이나 '근처 중국집'을 가 보지 못해 모르겠습니다만, 이날 블로거들과 정동영 전 의원이 간담회를 한 창원호텔 중국관처럼 완전히 차단된, 방음까지 된, 스무 사람이 넘게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있으리라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참으로 형용 모순인데, 이런 정도 시설이 돼 있다면 처음부터 '서민들 식당'이라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시설이 돼 있다면 그런 서민들 식당들 주인들이 그야말로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거나요.

다음으로 맛도 없고 양도 적었다는 얘기인데요, 이 또한 저는 객관성이 전혀 없다고 여깁니다. 물론 이는 정부권씨 글에서 제시돼 있는 기준과 견줘봐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정부권씨는 먼저 '상남동 부엉이 식당'의 '생선국+호레기회'를 말했는데 제가 보기에 이날 창원호텔 중국관에서 나온 음식이 그 정도 분량은 충분히 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다음은 맛입니다. 맛은 아무래도 주관이 아주 센 영역이라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제가 호레기나 세발낙지 같은 종류를 싫어하고 거의 먹지 않는 데 견줘 말하자면, 제가 그 식당에 가서 '지금 정부권씨가 해놓은 것처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거기 호레기회를 두고 맛이 형편없었다고 말했겠습니다. 정부권씨 말이 객관적이지는 않다는 말씀입니다.

두 번째로 든 기준이 '우리 동네 2500원짜리 짜장면'입니다. 이것은 맛을 두고 한 얘기입니다. 정부권씨는 자기네 동네에 있는 <만날재 옛날 손짜장>을 자주 가는 줄 압니다. 여기 짜장면은 맛이 아주 좋습니다. 저도 그 주인(정부권씨한테 선배가 됩니다.)을 잘 압니다. 그런데 값이 4000원입니다.

여기 말고 '우리 동네 2500원짜리 짜장면'은 제가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정부권씨 성격에 그런 데가 있다면 입으로든 블로그로든 얘기하지 않았을 리가 없을 텐데 블로그 찾아봐도 없습니다. 있으면 좀 일러주시지요. 그에 더해 맛까지 좋다면 크게 홍보를 해도 되겠다 싶습니다.

간담회를 마치고 책-서평 블로거 흙장난님이 정 의원에게 책 선물을 하고 있습니다.


4. 이렇게 많이 나왔는데도 양까지 적었다 함으로써

그러니까 맛은 빼놓고라도 그날 창원호텔 중국관에서 나온 음식이 그렇게 분량이 적었느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날 오후 3시남짓까지 간담회가 이뤄지면서 하도 많이 먹어 배가 무척 불렀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런 포만감이 저 혼자만의 것일 수 있겠다 싶어서 그 날 나온 음식이 무엇무엇인지 한 번 알아봤습니다.

그날 자리를 주선한 민주당 경남도당의 담당 국장에게 물었더니 한 끼 1인당 2만8000원 하는 '점심 특선'이라 했습니다. 다시 창원호텔 중국관에 전화해서 '점심 특선'을 주문하면 무엇무엇이 나오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 오향장육 게살수프 유산슬 새우칠리 4가지"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같이 점심 먹는 사람이 넷 이상이면 "고추 잡채랑 꽃빵이 추가"된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에 나오는 음식이 "짜장면과 기스면 가운데 택1"이라 덧붙였습니다.

21일 정동영 전 의원 간담회 때 참석 인원이 스물을 넘었으니 나온 음식은 모두 여섯 가지입니다. 제가 창원호텔 중국관 쪽이랑 통화하면서 떠올려보니 나온 차례까지 다 음식 생각이 났습니다. 거기에 더해, 누군가가 블로거 몇몇이 요청하는 바람에 '이과두주'도 대여섯 병 나왔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가 나왔는데도 정부권씨가 그렇게 배가 고팠다면 정부권씨 개인 탓이라고 봐야 맞을 것 같습니다. 또 정부권씨는 앞엣글 가운데서 "짜장면은 모기가 먹어도 배 고프단 소리 나올 정도로 양이 적었다"고까지 했습니다. 참으로 황당한 표현입니다.

물론 짜장면(짜장면이 정부권씨는 주메뉴라 했는데, 이또한 착각입니다)만 보면 보통 중국집에서 나오는 짜장면보다 당연히 적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음식을 다섯 접시나 먹은 뒤끝에 나오는 것입니다. 많이 내놓아도 대부분 남기기 때문에 적게 내놓습니다. 이를 정부권씨가 몰랐거나 아니면 일부러 무시를 했다고 저는 봅니다.

5. 글읽는 이들에게 오해와 편견을 안길 엉터리 글

간담회 자리에서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는 정동영 전 의원.


저는 이번 정부권씨 글로 정동영 의원과 블로거들이 진행한 간담회에 좋지 않은 색깔로 덧칠되는 것이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으리으리한 호텔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만남을 괜히 한듯이 비치는 것이 매우 아픕니다. 사실은 으리으리하지도 않은 장소였는데도요.
 
제대로 따져볼 필요도 없이, 창원호텔이라면 창원에서 아주 좋은 으뜸 호텔로 꼽히지도 않거니와, 요즘 들어서는 이런 정도 호텔에서 만나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문제 삼는 자체가 이상한 노릇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이 글은 그런 식으로 비치도록 만들었습니다.

차라리, 이날 간담회의 본령과 관련해 비판을 하거나 했다면 이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날 제가 진행과 사회를 맡았는데, 진행을 잘못하더라, 사회가 동문서답만 하더라, 참가한 블로거들의 발언을 가로막더라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면 그야말로 진짜 '달게'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본질과는 아무 관련 없는 먹는 음식을 갖고, 그리고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전혀 터무니없거나 주관적인 생각과 판단으로 그날 치러졌던 간담회라는 행사를 완전 난도질해 놓았습니다. 게다가 행사 주체까지 잘못 적어놓았습니다.

이날 상황을 제가 나름대로 객관화해서 이렇게 올림으로써, 과연 누가 옳은지를, 아니면 둘 다 옳거나 둘 다 그른지를, 이 글 읽으시는 많은 분들께 여쭙습니다. 그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당사자 여러분께도 함께요.

6. 강요해 받진 않았지만 돌려준 1만원

어쨌거나 저는 정부권씨 이런 불만을 보고는 잘못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이렇게 불만인 행사를 진행한 당사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정부권씨가 낸 밥값 10000원을 정부권씨 알려온 은행 계좌로 정부권씨가 페이스북 그룹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에 글을 쓴 바로 그날 밤 돌려줬습니다.

정부권씨가 내기 싫은 밥값을 제가 강요하거나 해서 억지로 냈을 수 있다는 예단을 없애기 위해 한 마디 더 남깁니다. 그날 저는 참가한 블로거들을 향해 "5000원이든 1만원이든 사정 되는대로 주세요"라고만 했습니다. 시작할 때 한 번 끝날 때 한 번 말했습니다. 참석한 11명 가운데 일찍 떠난 둘은 밥값을 내지 않기도 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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