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가라앉지 못해 죽어나가는 물고기들

김훤주 2012. 10.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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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다를 망치는 사람은 누구일까?

땅은 농민이 망치고 바다는 어부가 죽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딱 그 짝이다 싶습니다. 땅에다가 농사를 지르면서 갖은 농약이랑 화학비료를 뿌려대 농토 숨통을 막아버리고, 바다에서 고기를 잡거나 기른다면서 갖은 사료를 뿌리거나 쓰레기를 만들어서 바다를 어지럽힌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여름 통영에 있는 섬 연대도를 찾아가는 길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통영 달아공원 바로 아래 항구에서 배를 타야 연대도에 갈 수 있는데, 거기 항구에서 일행 한 사람이 말해준 내용입니다. 바다물고기가, 거북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지 못하고 둥둥 뜨는 바람에 죽어나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가까이 밧줄로 부두에 매여 있는 배 둘레를 가리켰습니다. 허옇게 떠 있는 저것들이 무언지 알겠느냐고 말입니다. 저는 말했습니다. "아니, 저건 스티로폼이 가루가 된 찌꺼기잖아요?" 그이는 바로 그렇다고 했습니다.

멀리서 찍고


잡아당겨 찍었습니다.


2. 스티로폼 가루를 들이마시는 물고기들

저렇게 둥둥 떠 있는 스티로폼 가루를,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바닷물과 함께 들이마셨다가 앞에 말한 그런 괴로움 속에 죽음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저 스티로폼은 보시는 그대로 물에 가라앉지 않고 뜨게 돼 있습니다. 가면서 보니까 바다 곳곳에 그런 스티로폼 가루 찌꺼기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저게 물고기 몸 속으로 들어가면 소화도 되지 않고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도 않고 그대로 남아서 물고기에게 엄청난 부력(浮力=뜨는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한 번 물 위로 떠오른 물고기가 이번에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게 만든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저 스티로폼들은 누가 무엇 때문에 썼을까요? 말할 필요도 없이 고기잡이로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바다에 표시를 하기 위해 저런 스티로폼을 띄우기도 하고 그밖에도 제가 모르는 여러 쓸모로 저것들을 써먹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저것들이 가루가 나지 않도록 관리하지 않거나 못하거나 한다는 데에 있고, 또 저것들이 쓸모를 다하고 나서도 제대로 걷어내지 않거나 못하거나 한다는 데에도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고기잡는 사람 개인개인의 노력이나 인식에도 문제가 있지만 나라나 자치단체의 관심이나 노력에도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해안 감시원' 제도를 두면 어떨까?

엉뚱한 얘기로 들릴는지도 모르지만, '해안 감시원' 제도를 실행하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것은 산불 감시원 제도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물론 제게 소유권이 있는 생각이 아니고, 그날 연대도에 동행했던 그 이에게 소유권이 있는 생각입니다.

그이는 오랫동안 바닷가에서 살아왔습니다. 그이가 살던 집은 바닷가에 좁다란 오솔길 하나를 두고 바짝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이는 바닷가가 얼마나 더러워져 있는지를 잘 아는 사람입니다. 저도 한 번씩 바닷가에 나가 조금 걸어보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이 많은 쓰레기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지? 하는 궁금증이 절로 들더군요.

이런 바다쓰레기의 종류와 원천을 여기서 따지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렇게 바다쓰레기 때문에 바다랑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이 겪는 고통이 적지 않음을 인정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 앞에 말씀드린 해안 감시원을 두자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이들로 하여금 일정하게 구간을 정해주고 그 안에서 생겨나는 갖은 쓰레기를 치우게 하는 한편으로 쓰레기를 생겨나게 하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입니다.

그러면 바다도 바닷가도 깨끗해지고 바다에 사는 갖은 생물들의 수난도 줄어들고 또 해안 감시원이라는 일자리도 생겨나 여러모로 좋을 것 같습니다.


4. 대선 후보들이 여기 관심을 두면 좋을 텐데

때마침 대통령 선거가 눈 앞에 닥쳐 있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우리가 사는 땅이 바다로 빙 둘러싸여 있어 해안선이 무척 길다는 사실을 눈여겨본다면, 바다쓰레기 문제가 절대 작지 않음도 함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뒤늦은 느낌이 많지만, 어쨌든 일단 말문은 한 번 열어봅니다. 나중에라도 누군가가 여기에 좋고 고운 눈길을 두게 된다면 언젠가는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말씀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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