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간장·고추장 같은 전통 장을 되살리는 한편 몸에 약이 되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자는 운동을 벌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은정씨랍니다. 고은정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들에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 먹는 음식을 실제보다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랍니다. 수입 농·축산물과 화학조미료와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 좋지 않고 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랍니다. 사람이 자신이 자기가 먹는 음식물의 결과임을 알지 못하는 데 진짜 문제가 있습니다.

약선(藥膳)식생활연구센터 소장과 지리산학교 남원·함양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함양에서 살고 있습니다. 함양에는 2008년에 백전면에 있는 녹색대학(온배움터)에서 일하기 위해 들어왔답니다. 2학기였는데, 생명살림학과를 맡고 있다가 지금은 거기를 떠나 일하고 있습니다.

그이는 어머니에게서 배우고 일상에서 배우고 농사를 지으며 자연에서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학교에서도 배웠습니다. 그이는 이렇게 배운 바들을 지역사회에 다시 내어놓고 있습니다.

1. 음식을 약보다 앞에 놓는 '팔의론'

"팔의론(八醫論)이 있어요. 조선 세조 임금이 한 말입니다. 첫째 심의(心醫) 마음으로 병을 다스리는 의사, 둘째 식의(食醫) 음식으로 병을 다스리는 의사, 셋째 약의(藥醫) 약으로 병을 다스리는 의사입니다."

음식이 약보다 중요하다는 말이었습니다. 팔의론을 찾아보니 '약의' 아래로는 허둥대는 혼의(昏醫) 함부로 하는 광의(狂醫) 망령되이 하는 망의(妄醫) 사기 치는 사의(詐醫) 사람 잡는 살의(殺醫)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의사만 놓고 본다면 약의가 가장 아래인 셈입니다.

"또 있어요. 조선 시대 벼슬 직제를 보면 상선(尙膳)은 종2품인 반면 내의원은 정3품입니다. 상선보다 한 단계 아래지요. 그러니까 음식을 끼니 때우기가 아니라 건강이나 병을 중요하게 책임지고 감당하는 것으로 높이 여겼던 것입니다." 상선을 사전에서 찾아봤더니 '궁중에서 식찬(食饌=밥과 반찬) 만드는 재료를 준비하는 책임자'였습니다.

전통 장과 음식과 관련한 일을 처음부터 하셨느냐고 물으니 아니라 했습니다. 1978년 대학에 들어가 가정교육학과를 나온 다음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정 과목을 가르쳤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있을 때인 1989년 어느 날 교무실에서 책상이 치워지고 없었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한 때문이었지요. "학교로 출근투쟁을 하려 했지만, 나약했다고 해야 하나요…… 학생들을 앞에 놓고 싸우기가 힘들었어요."

저희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죄다 박영주 사진.


"당시 딸이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유치원에 갔더니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자원봉사로 그런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소문이 나서 집에서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20~30명을 가르치게 됐어요. 개중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있었지요.

70년대 말 대학 다닐 때부터 야학을 한 경험도 있고 해서 낯설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달라졌지만 그 때는 서울에 구로공단이 있었고 거기서 일요학교라고 주말마다 여성 근로자들을 상대로 검정고시 치는 공부를 10년 정도 가르쳤어요.


하다 보니 재미가 나서 나중에 학원을 정식으로 차렸습니다. 참 잘 됐습니다. 그래서 1997년 무리를 해서 학원을 확장하자마자 IMF가 터졌습니다. 월세 500만원과 한 달 강사료 2000만원을 감당할 수가 없었지요."


2. 아버지의 대장암을 이긴 어머니의 음식

이런 와중에 그이가 음식에 관심을 두게 만든 일이 있었습니다. 1994년 친정아버지에게 찾아온 대장암을 친정어머니가 음식으로 이겨낸 것입니다.

다양하게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수술을 두 번 했어요. 의사는 2~3년밖에 못 산다 했는데 지금도 살아 계십니다. 어머니가 수술하고 나서 병원 밥은 한 끼도 안 드리고 집에서 해다 날랐습니다. 음식이 암을 이기려면 정성껏 잘해 드려야 한다고 하셨지요.

집안 형편 때문에 유기농 음식을 할 정도는 못 됐고요, 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물건들, 일상의 것들을 갖고 바로바로 만들어 드렸어요. 끼니 거르지 않게 과식하지 않게 하면서 간식도 만들어 드렸지요. 이렇게 섭생을 잘해 주셔서 아버지가 지금도 살아 계세요."

채소가 위주였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했습니다. "치료를 하면서 아버지는 육류도 많이 드셨어요." 그러면서 (학교에서 배운) 식품영양학이나 과학에서 얘기하는 '영양'이랑 갈등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한국은 오미(五味)로 이야기합니다. 단맛 쓴맛 신맛 매운맛 짠맛. 이를테면 매운맛은 스트레스를 풀어준다고 하지요. 또 영양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나는 시기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제철인 늦봄에 나는 딸기 대신 겨울에 온실에서 자란 딸기를 먹으면 소화불량이 될 때가 많습니다. 함께 갈아 마신 우유 때문이라 여기기 십상이지만 실은 딸기가 원인입니다."


3. IMF로 망한 뒤 찾아든 강원도 춘천

1998년 가을, 이런 기억을 바탕삼아 고은정씨는 고향이 있는 강원도 춘천으로 들어갔습니다. 고향 마을보다 더 시골로 가 농사를 지었는데 텔레비전·라디오는 나오지만 전화도 안 터지고 인터넷도 되지 않는 그런 데였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장 담그기와 음식 만들기를 잘 하십니다. 아파트에 살면서도 장을 손수 잘 담가서 열 집 정도 나눠 먹었습니다. 저도 콩이랑 농사를 지어 장을 담가 보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4000평 농사를 지었는데 콩은 물론 옥수수 고추 감자 등등 벼 말고는 다 했습니다.

해 뜨면 일어나고 낮에는 농사짓고 해지면 집에 들어가고 밤에는 쉬거나 책 보는 식으로 지냈지요. 아침에 밭을 둘러볼 때는 새순을 땄다가 현미에 넣어 죽을 끓여 먹기도 했습니다. 도시에서는 달고 살았던 두통이나 소화불량이 싹 가셨습니다.

도시에서는 생활 자체가 야행성이었고 강의하다 보면 시간을 놓쳐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거든요. 생활 패턴을 어떻게 하느냐가 사람에게 엄청나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나중에 피부병 위통 두통 변비 아토피 등등 갖은 질병을 달고 사는 후배가 저를 따라 들어왔어요. 그 친구에게 '해가 뜨고 지는 데 맞춰 살아라, 이를테면 봄철에는 일찍 일어나 늦게 자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하루 한 끼는 현미로 밥을 먹게 했고요. 그 갖은 질병들이 하나같이 사라졌어요."


그이는 어머니한테 보고 배운 바를 바탕으로 삼고 대학 가정교육학과에서 배운 경험에 기대어 시골 들어간 지 한 달만에 음식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물론 혼자서 책을 보면서 하는 독학이었습니다.

그렇게 2004년까지 하다가 2005년 원광디지털대학교에 들어가 4년 동안 공부했답니다. 그러면서 그이에게 달라진 것이 있었습니다. 세상이 좋다고 하는 음식이 어떤 사람한테는 좋지 않을 수 있고 어떤 증상에는 나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 했습니다.

"시골 분들이 거의 다 환자입니다. 혈압이나 당뇨 따위를 달고 사십니다. 그러면서도 들판에 널린 산야초들을 제초제 쳐서 다 죽입니다. 그래서 저는 산야초들을 밭에 옮겨다 심어 기르면서 '왜 이것들을 먹지 않고 아파 골골거릴까?' 여기면서 곰보배추나 민들레를 드셔 보시라며 주고 했습니다. 이제는 그러지 않습니다. '약이 되는 음식'을 강의할 때 좋다는 음식이 나한테도 좋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합니다."

4. 인연 따라 들어온 함양에서 '장 담그기 교육'을 결심

고은정씨가 처음부터 강의를 하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인연이 닿아 온 데가 함양이고 녹색대학이었습니다. 그이를 따르면 녹색대학은 도시 청년의 농촌 정착을 돕는 일을 하는 데였습니다.

그이는 농사일, 채취와 농사를 통해 얻은 것들을 가공해서 자립하는 일을 잘 알기는 하지만 그것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어서 많이 부대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녹색대학을 떠나 전남 화순이나 전북 진안 등에 가서 약선 강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식당을 하는 사람들이 지금 하는 방식을 바꾸고 싶다고 하면 자치단체 차원에서 그런 사람들을 모셔 놓고 강의를 하는 식이었습니다. 지금은 함양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식당을 하는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태도가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물론 그것이 식당 하는 이들의 잘못은 아니랍니다. 음식재료를 대량 생산해서 대량 판매하는 대기업의 잘못이었습니다. 수업할 때 쓰는 음식재료들이 '너무' 엉망이었던 것입니다.

"대기업에서 나오는 고추장 15kg짜리 하나가 2만~3만원이고 비싸야 5만원입니다. 그런데 이런 데 대한 고민들이 (식당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없더라고요." 고은정씨가 생각할 때 이런 가격대는 전혀 있을 수 없습니다. 국산 아니라 중국산으로도 이렇게는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고추장이라면 20%(15kg 기준으로 3kg) 정도는 최소 고춧가루가 들어가고 30~50%(4.5~7.5kg)는 조청이고 천일염도 10%(1.5kg) 이상은 돼야 합니다. 그런데 고추 3kg은 시판되는 고추 6근인데 근당 가격이 화학농업으로 지은 고추가 최소 2만원이니 고추값만 12만원입니다. 조청도 마트에서 kg당 5000원에 파니까 6kg으로 셈하면 3만원입니다. 천일염도 kg당 3000원이니 합계 15만3000원입니다. 그러니 아예 얘기가 안 됩니다."

식당 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일반인 등 소비자에 대한 교육이 없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계기였습니다. 대기업이 잘 팔린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 구성원 입맛과 건강을 통째 버려 놓았다고 보는 것입니다.

5. "음식이 바뀌면 세상만사가 다 바뀐다"

처음에는 의무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재미가 더 크다고 했다. '음식을 바꾸면 사람도 바뀌고 세상도 바뀐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느끼기 때문이라 했다. 날아갈 것 같고 힘든 줄 모르겠다고 했다. 실감이 나지 않아 자세하게 말씀해 달라고 했더니 이랬습니다.


"고추장 담그는 시연을 한 다음, '메주는 포장해서 파니까 그것을 사서 오늘 해드린 방법으로 담그세요' 합니다. 그러면 다음 주에 대부분이 그렇게 해서 옵니다. 사람이 바뀌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교육 과정을 마치고 나서도 다음 교육 과정을 시작할 때는 앞에 받았던 분들이 절반가량 다시 오고 그런 분들과 소통하면서 장 담그기를 일상에서 진행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만 조금 바뀌었을 뿐이지 세상이 바뀐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더니 이번에는 이랬답니다.

"전북 남원 산내면에서 오신 몇 분이 이런 마음을 냈습니다. '우리가 담근 장으로 학교 급식을 하자.' 산내초등학교 학부모 일곱 분이 움직이셨어요. 아이들마다 집에서 콩을 1kg씩 갖고 오게 하고는 아이들과 함께 삶고 밟고 만들고 해서 장을 만들고 장 가르기(된장과 간장을 구분해 나누는 일)까지 마쳤습니다. 산내초교 운동장에 장독대가 생긴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나가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조금씩 바뀌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앞으로 언젠가는 '집집마다 장독대, 학교 운동장마다 장독대, 식당마다 장독대……'가 되리라고 했습니다.

과연 그렇겠습니다. 장을 담가 먹는 사람이 많아지면 대기업 상표가 달린 '말도 안 되는' 고추장도 줄어들겠지 싶었던 것입니다.

그이는 고추장 담그기가 어렵다는 생각은 잘못된 편견이라 했습니다. 대기업의 판매 촉진을 위한 상술이 나름대로 작용했으리라는 짐작도 했습니다.

무슨 온도를 맞추고 해야 한다는 것들이 죄다 그렇다고 했습니다. 누구나 조금만 배우면 집에서도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최근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말하며 음식과 음식을 만드는 정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답니다.
 

"인천에 시어머니가 계십니다. 올해 3월에 위중하셔서 의사가 '초상 치를 준비를 하세요'라고 했대요. 남편이랑 가서 어머니 손을 잡고 안 드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고는 집에서 가까운 남원의료원에 모셔 와서는 홍삼 달여 드리고 과일 간식 두 시간마다 해 드렸어요. 지금은 휠체어에 앉아서 얘기도 나누실 수 있을 정도가 됐어요."

아마 시어머니한테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했습니다. 이태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입니다. 건강하던 시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말도 못할 정도로 쇠약해진 것입니다. 그 때도 함양으로 모시고 와서 세 끼 밥을 꼬박꼬박 차려 드렸고 한 달만에 일어나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는 것입니다.
 

"건강한 밥상의 조건은 제철 음식이고 지역 음식입니다. 지금 로컬푸드는 이보다 반경을 넓게 잡고 있지만 <향약집성방>은 반경 10리(4km) 안에 나는 음식을 먹어라고 했어요. 고사리만 봐도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꺾어서 바로 손질해 데친 고사리와 그렇지 않은 고사리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그 새 뻣뻣해져서 먹을 수 없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그이는 고추장 담그기 교육은 물론, 제철 음식이나 지역 음식, 약이 되는 음식 등등에 대해서도 언제나 어디서나 교육해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함양에서 장 담그기 운동을 시작한 그이는 언젠가는 집집마다 학교마다 식당마다 장독대가 자리 잡는 날이 올 것이라고 꿈꾸고 있습니다.

그이가 일러주는 찹쌀고추장 담그는 방법

-전통 방법

1. 고춧가루 소금 메줏가루 엿기름 찹쌀가루를 준비한다.
2. 엿기름을 물에 풀어서 가라앉히고 윗물만 따라서 찹쌀가루에 부은 다음 하루 저녁 정도 삭혀서 가루는 전혀 안 보이고 노랗게 되도록 삭힌다.
3. 엿기름물을 펄펄 끓여 식혜와 조청의 중간 농도가 될 때까지 끓인다.
4. 식힌 다음 나머지 재료를 넣고 잘 버무린다.

-초(超)간단 방법

1. 고춧가루 메줏가루 소금 조청을 준비한다.
2. 맹물을 펄펄 끓이고 여기에 조청을 넣어 푼다.
3. 식힌 다음 나머지 재료를 넣고 잘 버무린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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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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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yahoe.tistory.com 금정산 2012.07.19 08: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연의 음식이 최고죠 잘 보고 갑니다. 태풍이라 바람이 엄청 부네요. 피해 없이 넘어 가면 좋은데 말입니다. 즐거운 목욜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