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SBS '신의' 촬영장의 불친절과 엉터리

김훤주 2012. 7. 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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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토요일 오후 마산 명주 바닷가 옆에 있는 해양드라마세트장에 들렀습니다.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거기에는 별로 유쾌하지는 않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마음대로 돌아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김수로>를 찍을 때 야철장(요즘으로 치면 제철공장)에 해당되는 앞쪽에 있는 건물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안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돌아나오는 사람들이 이랬습니다. "이거 뭐야, 드라마 찍는다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고."

SBS와 창원시의 무신경함

가서 보니까 출입금지를 알리는 줄이 쳐져 있었고 지키는 사람이 옆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물었습니다. "뭣 때문에 못 들어가게 해요?" "텔레비전 드라마를 찍어서요." "무슨 드라만데요?" "SBS에서 방영 예정인 <신의>예요." "언제까지 못 들어가요?" "내일 오후까지요."

'출입금지'가 적힌 빨간 줄 너머로 촬영 차량이 있습니다.


저는 걸음을 돌려 나왔습니다. 토요일도 많은 사람이 찾았는데 내일 일요일은 더 많은 사람이 여기 올 것입니다. 그 사람들 또한 오늘 저처럼 보람없이 발길을 돌리겠지요. 경우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해양드라마세트장 주인인 창원시가 SBS에 빌려줬을 텐데요, 어느 사전 조치가 있어야 맞겠다는 얘기입니다.

사람들이 타고 자동차로 꽉 찬 해양드라마세트장 주차장.


먼저, 들머리에 안내가 없었습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텔레비전 드라마 촬영이 있는데 이 때문에 어디어디는 오늘 출입이 어렵겠습니다 하는 안내가 없었던 것입니다. 창원시의 책임이기도 하고 SBS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생각됐습니다.

드라마 촬영하는 장소 가까운 데서는 SBS가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친절하게 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양드라마세트장에서 촬영하는 드라마 <신의>는 내용이 이러이러하고 방송은 언제부터 될 테니 기대해 주시라는 소개 정도는 해도 될 텐데, 싶었습니다.

물론 하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그리고 해양드라마세트장이 드라마 촬영용이 먼저지 사람들 구경하는 용도가 먼저가 아니라 해도 그만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이 구경하러 왔다가 헛걸음하는 지역 주민들에 대한 예의는 SBS가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해양드라마세트장 전체가 금연 구역이라는 표지가 있었지만, 촬영하러 함께 온 사람들로 보이는 일행 몇몇은 아무 거리낌없이 세트장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지역 주민을 무시하는 행태로도 비칠 수 있으니 삼가는 편이 훨씬 나을 것입니다.

2. 가야 시대에 민주적인 주민투표를 했다니

이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터무니 없는 안내문이 눈에 거슬리더라는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3이 되는 딸이랑 이번 나들이를 함께 했는데, 거기 적혀 있는 안내문을 보고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정말 가야 시대에 사람들이 주민 투표를 했다는 말이에요?"

딸이 가리키는 데를 보니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김수로> 촬영 당시 이야기였는데, 드라마 속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양 여기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황당했고, 딸은 이상했고, 만약 역사 교과서가 있었다면 속이 뒤집어졌겠지 싶습니다.

제목은 '해반천 야철장 앞 투표 장면'입니다. 내용은 '해반천 야철장과 국읍 야철장을 합치는 문제에 대한 해반천 주민 투표 장면으로 이미 가야시대에 민주적인 투표가 시행되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입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가야 시대 가야 사람이 남긴 기록은 전혀 있지 않습니다. 가야 시대 가야 사람에 대해 남긴 다른 사람들의 기록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고는 듣지 못했습니다. 사실로 확인된 내용이 전혀 없는데도, 드라마 속 이야기를 근거 삼아 이렇게 단정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제가 이렇게 씨부렁거리는 것이 보람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창원시 또는 SBS가 이런 따위 조그만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줄 안다면 보람이 있을 수 있겠고요, 그렇지 않다면 제 씨부렁거림은 헛수고가 되고 말겠지요. 어쨌거나, 저는 제가 보고 듣고 느낀대로 끼적거릴 따름이랍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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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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