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수학여행을 보람없게 만드는 것들

김훤주 2012. 4.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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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나 이제나 달라지지 않은 수학여행

어린 시절 소풍이나 수학여행에 얽힌 재미있는 기억을 다들 하나쯤은 품고 있겠지요. 그 때는 그것이 나름대로 즐겁고 보람도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제대로 된 수업이라 하기는 어려웠습지요.


그냥 학교 교실을 벗어나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다 오는 정도였습니다. 요즘 아이들 얘기를 들어봐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때보다 더 못해져서 소풍은 그냥 도시락도 갖고 가지 않은 채로 놀다가 점심은 사먹고 곧바로 마쳐지면 노래방에나 가서 노는 정도가 됐습니다.

수학여행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어서 이번에 고3이 된 딸한테서 지난해 들었는데요, 선생님 몰래 여관 방에서 술을 마시면서 놀았답니다. 아이들이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바람에 잠자리까지 낱낱이 챙겨줬다고요. 하하. 제가 고등학교 시절 지냈던 모습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현장체험학습을 제대로 듣고 보고 느끼고 배우는 수업이라는 근본 목적을 살리면서도 재미나게 진행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는지 따져보는 토론회를 경남도민일보가 마련했습니다.

오는 25일(수) 오후 2~4시 경남도민일보(마산 사보이호텔 맞은편) 3층 강당에서 합니다. 제목은 '현장체험활동의 현황과 개선 방안'으로 정했습니다.

2. 25일 열리는 현장체험활동 현황과 개선 방안 토론회

취지는 이렇습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는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 소풍은 이를테면 학교 수업의 연장입니다. 그런데도 학생은 물론 선생님조차도 체험학습을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련활동에 와서 단체로 벌받고 있는 학생들. 경남도민일보 사진.


교육·학습 차원에서 이런저런 목적이 세워져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진행되는 이들 활동은 그런 목적과는 거리가 멀기만 합니다. 선생님에게는 정해진 규정대로 치르는 연례행사일 뿐이고 학생들로서는 그냥 하루 또는 이틀이나 사나흘 정도 꽉 막힌 교실을 벗어나 놀다 돌아오는 그런 것일 따름이지요.

이런 현장체험학습의 문제점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을 비롯해 선생님 그리고 이런저런 관계자들은 오래 전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근본에서까지 달라진 것은 거의 또는 별로 없습니다.

수학여행과 수련활동과 소풍을 이렇게 틀에 박혀서 벗어나기 어렵도록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현장체험활동이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조금이라도 더 보람있게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이들 행사가 좀 더 목적에 충실해지도록 만들 수 있을까요? 그리고 모범으로 삼을만한 보기는 어디에 있을까요? 문제 제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실행한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습니다.

3. 전교조 경남지부와 경남교육포럼이 발제, 경남교육청과 참학 경남지부는 토론


경남도민일보와 더불어 공동 주최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의 진영욱 학생국장이 '관광이냐? 여행이냐? - 수학여행? 수학관광?'이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하고 마찬가지 공동 주최하는 경남교육포럼의 박종훈 상임대표가 '학생 체험 활동 운영 현황 - 2011년 창원·창녕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를 발표합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한중권 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 정책실장이 '학부모가 생각하는 수련활동'을, 김대수 경남교육청 학생안전과 장학사가 '현장체험활동(수학여행 등) 운영에 관하여'를 갖고 얘기를 풀어 나갑니다. 처음에는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경남지부'도 함께하려 했으나 그 쪽에 다른 사정이 생겨서 함께할 수 없게 됐습니다.

진영욱 국장은 학생들과 함께 작은 규모로 제주도에서 3박4일 일정으로 재미나고 보람차게 수학여행을 보낸 과정과 결과를 보여줍니다. 반면 박종훈 대표는 수학여행·수련활동·소풍이 아무 특징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수학여행이 그냥 관광으로, 체험활동이 극기 훈련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짚었습니다.

통영에 수학여행 와서 케이블카를 타려고 기다리는 학생들. 경남도민일보 사진.


박 대표는 한 때 수학여행을 주제별로 나눠 해보기도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시 원래 방식대로 돌아오고 말았는데 좀 더 교육적이고 바람직한, 학생 의견도 충분히 담기는 문화를 꿈꿀 때가 됐다고 일러줍니다.

김대수 장학사는 또 현장체험활동 운영 지침을 일러주면서 ①수학여행은 소규모(100명 이하)로 테마형(주제중심)의 현장학습으로 ②수련활동은 프로그램 문제점을 넘어서기 위해 자체 준비할 필요가 있고 ③소풍은 창의적 체험 활동을 중시하는 쪽으로 하면 좋겠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한중권 실장은 음식이나 프로그램 그리고 청소년 지도사의 자질 등등 수련활동이나 수학여행에 불만이 생기는 근본 이유를 짚으면서 대안을 아홉 가지 내놓았습니다. 여기서 대안까지 말씀드리면 '천기누설'이 돼서 벼락을 맞을 것 같습니다. 하하.

어쨌든 관심 있는 분들 많이많이 오셔서 한중권 실장이 내어놓은 대안들을 비롯해 여러 말씀과 생각 함께 나누면서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되고 선생님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고 학부모들도 함께 좋아할 수 있는 그런 것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김훤주
소풍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성석제 (창비,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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