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막걸리 많이 마시면 무엇이 가장 늘어날까?

김훤주 2012. 4. 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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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 전통주 막걸리가 잘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정통주 막걸리를 우리가 많이 마시면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가장 많이 늘어날까요? 그게 우리한테 좋은 것일까요? 아니면 좋지 않은 것일까요?

1. 갈수록 늘어나는 막걸리 소비

앞서서 막걸리 소비 추세를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2011년 7월 국세청이 발표한 '2010년 주류 출고 동향'을 따르면 막걸리 출고량은 41만 2269㎘였습니다. 전체 출고량 343만 4000㎘의 12%에 해당되는데 1994년 10.3%를 보인 뒤로 처음 기록한 두 자릿수랍니다.

한 해 전인 2009년보다는 58.1% 늘어났다고 합니다. 막걸리 수출은 이보다 더욱 많아졌습니다. 2010년은 1만 9407㎘에 1558만 5000달러어치였습니다. 2009년의 6978㎘ 826만 3500달러어치보다 제각각 178.1%와 188.6% 늘었습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올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1년 막걸리 출하량은 38만 6000㎘로 2010년보다 9.9%만 늘어났지만 관세청 자료에서는 같은 해 막걸리 수출액이 5273만 5000달러에 이르러 한 해 전보다 3배 넘게 많아졌거든요.
 

산청에서 나는 신선 막걸리.


2. 돈벌이에 눈밝은 대기업도 뛰어들고
 
이러니 돈벌이에 눈이 밝은 대기업이 가만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진로나 롯데주류처럼 지금껏 술을 생산해 온 업체 말고도 CJ제일제당이나 오리온 같이 술과 관련이 없던 대기업도 막걸리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입니다.

이들은 막걸리를 직접 만들기보다는 중소 규모 업체를 인수하거나 유통을 대행해주는 방법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기업의 이런 막걸리 관심이 막걸리를 살리는 쪽보다는 그렇지 못한 쪽으로 영향력이 행사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3. 그지없이 초라한 경남 막걸리 산업

그런데 이런 막걸리 산업도 경남으로 좁혀보면 그지없이 초라하기만 합니다. 올해 우리나라 막걸리 시장 규모는 1조 원대로 짐작되지만 경남 막걸리가 전국서 차지하는 비율은 1.5%밖에 안 됩니다.

수출은 더 참담합니다. 작년 경남 막걸리 수출액은 30만 달러를 밑돌아 전체 5273만 5000달러의 0.57%에 머물렀습니다. 창원 '맑은내일'·'무학', 창녕 '우포의 아침', 남해 '초록보물섬'이 일본에 수출한 것이 전부라고 합니다.
 

경남 막걸리는 경남에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합니다. 경남 막걸리가 경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뿐이라고 합니다. 반면 50%는 '부산합동양조'의 몫이고요 나머지 30%는 서울에 본사가 있는 '국순당' 차지라고 합니다.
 

80%가 미국쌀인 부산 생탁 상표 앞쪽.

80%가 미국쌀인 부산 생탁 상표 뒤쪽.


 4. 경남도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경남 막걸리를 살리는 방법이 있을까요? 있다면 무엇일까요? 경남도의 지원을 먼저 꼽을 수 있겠습니다. 사실 경남도의 막걸리 산업 지원 정책은 없다시피 합니다. 경기도나 전남도는 이와 달리 막걸리 전담 부서도 만들고 공동 브랜드도 개발했습니다.
 
경남도가 막걸리 산업을 제대로 지원할 필요는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연관 효과가 작지 않기 때문입지요. 당장 고용 창출 효과가 날 수 있고 세금 수입도 늘게 됩니다. 또 한미 한중 등등 이런저런 FTA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쌀 산업에도 힘이 될 수 있습니다.

5. 전통성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지원을 하면서도 이런 두 가지 역설은 넘어서야 하겠습니다. 먼저 지금은 막걸리를 마시면 마실수록 국산 쌀 소비보다는 외국산 쌀과 밀의 수입이 늘어난다는 역설이 현실로 있습니다.

2009년 현황을 보면 국산 쌀은 13.6%뿐이고 수입 밀은 58.4%, 수입 쌀이 23.8%였습니다. 아는 범위에서 말한다면, 경남에 있는 '우포의 아침'의 '창원 생탁주'는 원료가 100% 국산 쌀이지만 '부산합동양조'의 '생탁'은 80% 미국 쌀을 씁니다.(새로 나온 '우리햅쌀 100%'는 다르더군요.)
 

100% 국산쌀인 창원 생탁 상표 앞면.

100% 국산쌀인 창원 생탁 상표 뒷면.


 한 가지 더, 겉만 한국 전통주일 뿐 속은 일본 술인 경우도 많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한 2011년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막걸리 업체 510곳 남짓 가운데 발효제로 전통 누룩을 쓴 비중은 7%뿐이고 일본식인 입국이 70%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사실에 기대어 볼 때 자치단체가 지원을 할 때 무엇을 중점으로 삼아야 맞겠는지는 분명하다 싶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지원하든 결과는 우리 막걸리의 정통성을 지키고 높이는 것이어야 하겠다는 말씀입니다.

김훤주
※ 2012년 4월 17일치 경남도민일보 데스크칼럼에 실은 글을 조금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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