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김태호 후보의 엉터리 주장과 섬찟한 발상

김훤주 2012. 4. 8. 14:00
반응형

4월 5일 밤 김해 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태호 새누리당 후보와 김경수 민주통합당 후보의 방송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김해시선거관리위원회 주최였다고 하는데, 생방송으로 MBC경남에서 벌인 이날 토론을 저는 우연하게 보게 됐습니다.

자세히 꼼꼼하게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흘러가는 내용 가운데 귀에 거슬리는 대목이 몇몇 있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길지 않게 해볼까 합니다. 전체로 봤을 때 김태호 후보도 김경수 후보도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1. 노무현 정부가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김경수 후보는 먼저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 사찰을 두고  "이명박 정부는 불통과 색깔론, 거짓말과 반칙이며 불법사찰을 은폐하고 참여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태호 후보는 이에 맞서 "사찰은 인권유린인 만큼 책임자를 처벌하고 이명박 정부가 사과를 해야 한다"면서도 "참여정부 때도 민간인 사찰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현 정권과 전 정권 모두 잘못했다"고 받았습니다.
 

선거운동 중인 김태호 후보. 경남도민일보 사진.


일단 저는 제 귀가 의심스러웠습니다. 여태껏 밝혀진 내용 가운데 노무현 정부가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부분은 없었는데도 김태호 후보가 "노무현 정부도 민간인 사찰이 있었음이 밝혀졌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김경수 후보가 답답했습니다. 이런 거짓말을 확실하게 깨뜨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천성이 고와서 그런지 김태호 후보가 이리 말하는데도 김경수 후보는 조금 반박하다가 분명하게 못박지 못하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2. 부자 감세에서는 두 후보 모두 헛발질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를 두고 벌인 토론에서도 저는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태호 후보는 엉터리 주장을 했고 김경수 후보는 이를 제대로 짚지 못했습니다. 김태호 후보의 "대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말은 현실에서 검증되지 않은 엉터리였습니다. 김경수 후보는 이를 똑바로 짚지 못했는데, 이는 김태호 후보와 바탕 논리가 같았기 때문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태호 후보는 "감세 조치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수익을 만들면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다"면서 이런 대기업 우선론을 폈습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정책 성과가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기는 했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앞서 김경수 후보는 "김해시를 비롯해 자치단체가 재정난에 시달리고 서민 삶이 어려워진 까닭은 부자 감세·4대강 사업 정책 등을 폈기 때문이다. 부자 감세를 해도 다시 경제·사회로 선순환이 되지 않는다"고 했으며 김태호 후보의 대기업 우선론에 대해서는 "서민들 주머니에 돈이 들어가야 경기가 사는데 재벌은 감세를 받아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는 잘못입니다. 부자감세 혜택을 본 재벌들이 투자를 하지 않을 까닭이 없습니다. 투자를 해야 더 많이 이윤을 벌어들일 수 있으니까요. 지금 문제는, 대기업=재벌이 아무리 투자를 해도 고용이 제대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4월 7일치 보도 내용.


3. 투자해도 고용 늘지 않는 현실을 모르나?

이는 삼성 재벌의 삼성경제연구소 발표에서도 확인이 됩니다. 2011년 10월 발표된 자료입니다. 한국 2000대 기업 10년간 변화를 다뤘습니다. 2000년과 2010년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매출액은 209.9% 늘었지만 고용은 겨우 103.2%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매출액은 2000년 815조원에서 2010년 1711조원으로 896조원이나 많아졌지만 종업원은 156만명에서 161만명으로 5만명이 많아졌을 따름입니다. 매출액 대비 고용 인원은 2000년 5억2243만6000원에 1명에서 2010년에는 10억6273만3000원에 1명 꼴로 바뀌었습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고용 규모는 오히려 절반으로 줄어든 셈입니다.

또 2000대 대기업의 매출액 1711조원은 우리나라 GDP의 30%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부(富) 가운데 30%를 독차지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도 이들 2000대 대기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취업자 2360만명의 6.8%밖에 안 됩니다.

그러므로 "대기업이 투자를 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기가 살아난다"는 김태호 후보의 주장은 틀렸습니다. 아울러 "(부자 감세를 해도) 대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김경수 후보의 지적은 헛다리 짚기였습니다. 이러니 두 후보 모두에게서 갑갑함을 느꼈던 것입니다.

4. 김태호 후보. 천안함 폭발 정부 발표 관련서는 어거지

경남도민일보 사진.

마지막으로, 이른바 천안함 폭발에 대한 정부 발표를 갖고 김경수 후보를 몰아친 김태호 후보의 발언은 그야말로 경악스러웠습니다. 앞서 다른 방송사 주관 토론에서도 같은 부분이 있었는데 당시 김경수 후보의 대답은 "정부 발표를 믿지 않을 까닭은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정부 발표를 못 믿고 있는데 이는 정부 책임이 크다"였습니다.


김경수 후보의 이런 발언은 보기에 따라서 여러 갈래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나름대로 사실과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김태호 후보는 이 날 토론에서 "(정부 발표를) 믿는다, 안 믿는다 둘 가운데 하나로 답하라"고 다그쳤습니다.

이는 보기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100+100은 200입니다. 이에 대한 물음에서 한 사람이 이미 200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질문을 하는 사람이 다시 "150이다, 250이다 둘 가운데 하나로 답하라"고 어거지를 부린 셈입니다.

김경수 후보는 이 날도 듣기에 "정부 발표를 믿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게 정부가 만들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여기서도 김경수 후보는 밀리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김태호 후보가 거세게 나온 탓도 있겠지만, 김경수 후보 본인이 꺼냈던 핵심을 슬그머니 놓친 탓도 있다고 저는 봅니다.

김경수 후보는 이런 공격을 두고 천안함 폭발의 핵심은 정부 발표를 믿느냐 안 믿느냐가 아니라 정부의 안보 무능에 있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이는 제가 알기로 정확한 지적입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우리 영해 한가운데로 북한 잠수정이 들어와 천안함을 폭파하고 아무 탈 없이 돌아갔는데 이런 무능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저는 압니다.

가벼운 징계는 빼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책임선에 있던 일부 간부는 승진까지 했다고 들었습니다. 안보에 심각한 구멍이 생겼고 그 때문에 마흔여섯 장병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북한 소행"이다, 하나로 묻어버리고 어디서 무엇이 누구 때문에 이런 잘못이 일어났는지는 흐지부지 됐습니다.

물론 생방송인데다 시간이 제한돼 있는 등 방송토론에 여러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김경수 후보가 이날 토론을 잘했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김태호 후보의 엉터리 주장을 뚜렷하게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말씀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5. 김태호 후보, 자기가 '희생' 대상이어도 이렇게 말할까


여기에 하나만 더해 놓고 싶습니다. 김경수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안보에 무능하다"며 "(자기가 참여했던) 참여정부 시절에는 희생자가 한 명도 없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52명(제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이나 희생됐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한 김태호 후보의 답변이 경악스러웠습니다.

냉전적 사고에 찌든, 섬찟한 발상이었습니다. "희생이 필요한 때도 있다. 잠시 편하자고 희생을 피할 수는 없다." 이런 요지였는데요, 희생을 하면 오랜 편함(=평화)이 보장된다는 것을 뚜렷하게 증명해 내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미심쩍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자기와 관련없는 남의 죽음이라 해도 이렇게 함부로 말해도 괜찮은 것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천안함 46명의 죽음은 희생이 아니라 영문도 모르고 억울한 죽음일 따름입니다. 게다가, 나중에 통일되든 말든 그것은 그 때 가서 따져볼 문제고 지금 당장은 남북 사이 평화 정착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여기는 저로서는 듣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소리였습니다.


아울러 자기 입으로 필요하다고 말한 그 희생이, 바로 자기자신의 몫으로 돌아왔을 때도 김태호 후보는 같은 소리를 할 수 있겠는지 또한 미심쩍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천안함 장병 46명의 죽음이, 김태호 후보가 말하는 '필요한 희생'이라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