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토론 거부 새누리 후보, 경남에 많은 까닭

김훤주 2012. 4. 3. 09:30
반응형

4·11 총선에 나선 후보들의 방송토론회나 합동 인터뷰 불참·거부가 새삼스레 사람들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후보들 대부분은 토론이나 인터뷰에 참여하지만 일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불참·거부하는 후보는 대부분 새누리당 소속입니다. 경남도민일보·100인닷컴과 경남블로그공동체가 공동 주최한 후보 초청 블로거 합동 인터뷰의 경우 김해을은 김태호 새누리당 후보가 먼저 불참하는 바람에 무산됐습니다.

김태호 후보가 "현장을 중심으로 뛰겠다"며 블로거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그러니까 김경수 민주통합당 후보도 그렇다면 별로 의미가 없다는 취지로 불참하겠다고 했고 야권 단일화가 안 된 상황이던 당시, 박봉열 통합진보당 후보는 그래도 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못하고 말았습니다.
 

김태호 후보. 경남도민일보 사진.


물론 진주을 선거구인 김재경 새누리당 후보는 3월 22일 통합진보당 강병기 후보와 무소속 강갑중 후보와 함께 이 인터뷰를 거부하지 않고 나와 자기 정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만, 사천·남해·하동 선거구에서도 새누리당 소속 후보는 일찌감치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당시 여상규 새누리당 후보는 앞서 김태호 김해을 새누리당 후보가 내세웠던 것과 비슷한 이유로 인터뷰 참여를 거부했고 이어서 이방호 무소속 후보도 인터뷰 불참을 알려왔습니다. 이방호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하니까 무소속으로 나선 사람입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후보만 사천·남해·하동 선거구에서 인터뷰를 하기로 했으나 이는 다른 까닭으로 불발이 되고 말았습니다. 강후보 쪽에서는 "선본(선거대책본부)의 실무적 착오"로 무산됐다고 밝혔습니다.


어쨌거나 인터뷰를 하기로 한 3월 28일 약속한 오후 6시 30분에 맞춰 사천시 좌룡동 강기갑 후보 선거사무실에 도착한 블로거 등 일행은 황당스럽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본부장이라는 사람이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나마 하려면 9시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루겠습니다.)


그렇다고 새누리당 모든 후보들이 토론회를 거부하고 불참하지는 않았습니다. 블로거 인터뷰에는 불참했던 김태호 새누리당 김해을 후보도 3월 31일 KBS창원총국 초청 토론회에는 참여했습니다. 거제에서는 진성진 새누리당 후보가 진보신당 김한주·무소속 김한표 후보와 나란히 3월 30일 방송토론회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실이 있기는 하지만 토론회 거부·불참은 새누리당에서 대세임은 분명합니다. 적어도 경남에서는 그렇습니다. 민주노동당 시절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권영길 국회의원 선거구인 창원성산에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강기윤 후보는 3월 28일 KNN이 마련한 토론회를 거부했습니다.


이렇게 강기윤 후보가  "시간 제약으로 참여할 수 없다"고 하자 곧바로 통합진보당에 빌미로 작용해 이 정당 소속 손석형 후보도 "강기윤 후보가 불참하면 의미가 없다"며 불참했고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는 이를 두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물론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가 참여한 방송토론도 있기는 합니다. 3월 30일 마련됐던  CJ 경남방송·CBS 초청토론회에는 강기윤 후보도 손석형·김창근 두 후보와 함께 참여했습니다.

안홍준 후보.


같은 창원의 마산회원 선거구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는 3월 27일 방송토론회에 불참했습니다. 하귀남 민주통합당 후보는 "판단 기회를 뺏고 새누리당 간판 뒤에 안주해 유권자들을 현혹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안홍준 새누리당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공식 토론회만 참여하기로 했다. 여타 토론회는 시간 한계 때문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안홍준 후보는 한나라당 간판으로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는 시민운동이라고 보일 수 있는 활동을 했던 사람입니다.
지역에서 산부인과 의사를 하면서 중앙자모의원을 운영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마산·창원 시민연합 대표를 했습니다.

청소년의 전화 비슷한 데에도 이사 등으로 참여했고 마산창원공명선거운동협의회에도 참여를 했습지요.
안홍준 후보는 그런데도 이렇게 방송토론회를 피해 다닙니다.

자기가 공명선거운동을 할 때로 돌아가 지금 자기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할까요?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는 얄팍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윤영석 후보.

경남 양산에서도 새누리당 후보의 이런 거부·불참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경남블로그공동체·100인닷컴이 공동 주최하는 블로거 합동 인터뷰에 윤영석 새누리당 후보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윤영석 후보는 주최하는 쪽에서 3월 31일로 일정을 잡기도 전에 "일정 때문에"라는 핑계를 대며 불참을 알려왔습니다. 때문에 블로거 합동 인터뷰는 송인배 민주통합당 후보만을 대상으로 송인배 후보 사무실에서 치러졌습니다.

윤영석 후보는 다른 토론회도 거부하는 모양입니다.
3월 29일 CJ 경남방송 대담도 거부했다고 하며 4월 2일 KNN 토론회, 4월 4일 CJ-CBS 토론회는 모두 거부·불참하고 4월 7일 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하는 방송토론회에만 참여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방송토론 합동 인터뷰 불참·거부는 유권자 알 권리를 무시하는 노릇입니다. 자기 정견을 밝히는 것은 제대로 된 선거운동의 기본 가운데서도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본에도 못 미치고 유권자에 대한 예의도 없는 후보가 새누리당에 많이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 창원 의창 선거구에서는 방송토론 불참 거부의 절정이 짠 나타났습니다. 주인공은 박성호 새누리당 후보입니다. 창원대학교 총장까지 지냈다는데요, 불참하겠다 했다가 다시 참여하겠다 했다가 다시 한 번 불참하겠다 했답니다.

창원대 총장 시절 박성호 후보. 오른쪽은 박오나수 창원시장. 경남도민일보 사진.


덕분에 경쟁 상대인 문성현 통합진보당 후보는 '도랑 치고 가재 잡고'를 잘 했습니다. 2일 낮 12시부터, 경남CBS-CJ헬로비전이 함께 마련한 토론회에 문성현 후보 혼자 나와 마음껏 자기 소신과 정견을 밝힐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박성호 후보는 이런 과정에서 후보로서 자질을 제대로 갖추기나 했는지 미심쩍은 발언도 해댔다고 합니다. CBS 노컷뉴스 보도를 따르면, 3월 20일 합의에 따라 마련된 공통 질문 가운데 '4대강 사업과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해고 문제에 대한 후보의 견해'를 빼달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후보 상호 자유토론 시간도 줄여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자유토론이 후보 자신에게 불리하리라고 예단을 했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럴 때 딱 걸맞은 속담이 바로 '도둑놈이 제 발 저린다'라고 저는 봅니다만.

경남 지역 총선 현황. 경남도민일보 그림.


경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새누리당이 방송토론을 거부·불참하는 일이 없지는 않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경남에서만큼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경남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의 토론 거부·불참이 이렇게 많은 데는 나름대로 까닭이 있을 텐데요, 그게 과연 무엇일까요?


대체로 세 갈래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새누리당 조직이나 지지도에 기대기만 해도 당선될 텐데 무엇하러 하느냐, 다른 하나는 나가면 자질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음이 드러날 텐데 무엇하러 하느냐, 마지막으로는 국회의원 등 권력을 누리면서 했던 여태까지 언행에 대해 비판을 받을 수 있는데 무엇하러 하느냐.


아닐까요? 저는 이렇게 봅니다. 새누리당 후보든 아니든, 자신이 있으면 토론이나 합동 인터뷰에 나오지 않을 까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세 가지 까닭 가운데 셋 모두에 해당되느냐 아니면 하나만 해당되느냐 하는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새누리당 출정식 모습. 경남도민일보 사진.


양산 윤영석 후보는 어디에 해당될까요? 창원성산 강기윤 후보는 어디에 해당될까요? 창원 의창 박성호 후보는 어디에 해당될까요? 마산회원 안홍준 후보는 어디에 해당될까요? 김해을 김태호 후보는 또 어디에 해당될까요? 여상규·이방호 후보는 또 어떤 경우일까요?


김훤주

진보와보수를넘어
카테고리 정치/사회 > 정치/외교
지은이 김대호 (백산서당, 2007년)
상세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