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광암 등대에서 해일 필요성을 생각했다

김훤주 2012. 3. 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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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광암항을 3월 9일 찾았습니다. 단행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사진을 찍으려고 갔습지요. 다른 데랑 뚜렷하게 차이가 나도록 썩 빼어난 풍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럴 듯한 바다와 횟집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다시 등대를 찾았습니다. 멀리서 보면 등대는 언제나 그럴 듯한 그림을 만들어 내면서 무언지 모를 아련한 느낌을 찾는 사람들한테 안겨줍니다.

조그만 배 한 척이 붉은 빛을 바다로 뿌리며 뉘엿뉘엿 지고 있는 해를 뒤로 한 채 물살을 가르며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 또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 모습을 사진에 담다가 등대가 서 있는 방파제 끝자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방파제 바깥쪽에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잔뜩 놓여 있었습니다. 네 가지 방향으로 뭉툭하게 튀어나온 물건인데 파도의 충격을 줄이는 데 쓰는 모양입니다.
광암항을 배경으로 삼아 등대 모습을 온전하게 담아 보려고 방파제 울타리를 넘어 그 물건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펼쳐진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아무리 해도 등대가 통째로 담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돌아나오기 위해 발을 제대로 딛으려고 아래를 내려다봤는데 아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습니다.

신기한 노릇이었습니다. 아까 울타리를 넘어 들어갈 때도 발 밑을 살폈고 지금 울타리를 넘어 나갈 때도 발 밑을 살폈는데 아까는 보이지 않았고 지금은 보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무성한 쓰레기였습니다.

아까 들어갈 때는 등대를 찍어야겠다는 마음에 가려 쓰레기가 보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등대를 찍어야겠다는 마음도 사라지고 다른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떠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보니 있는 것들이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쓰레기는 대단했습니다. 모든 방파제나 등대 둘레가 다 이렇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여기 광암항 등대가 다른 데보다 특별하게 심하다고 할 수 있는 근거도 별로 없다고 본다면, 우리나라 바닷가 곳곳에 쳐박혀 있는 쓰레기를 다 걷어내면 엄청나겠다 싶었습니다.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할 때 쓰는 물건도 많았고요, 콜라나 사이다 따위 음료수나 물을 담았던 병들도 무지하게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낚시할 때 썼겠다 싶은, 얼음 담았던 비닐봉지도 눈에 띄었고요, 박하사탕은 뜯기지도 않은 채 비닐봉지째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이를 어쩌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걱정을 했습니다. 제가 치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다른 사람이나 단체 또는 행정기관이 나선다 해도 위에 놓여 있는 육중한 콘크리트 덩어리들을 들어내지 않고서는 치울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래서 태풍이나 홍수나 해일 따위가 한 번씩 필요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바닷물이 방파제를 넘을 정도로 불어나면 저 아래 떨어져 있는 쓰레기들도 함께 떠오를 테니까요. 그렇게 바다가 한 번씩 뒤집어져야지 사람이 더럽혀 놓은 것들이 정화가 될 수 있는 모양입니다.

김훤주
바다로간플라스틱쓰레기와떠나는슬픈항해
카테고리 과학 > 지구과학
지은이 홍선욱 (지성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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