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단감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김훤주 2011. 11. 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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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름을 많이 줄수록 좋을까?

김종출 동호농원 대표 단감밭에 갔더니 감이 모두 알이 굵고 좋더라는 얘기를 했더니 "그거 거름만 듬뿍 주면 되는 것 아니야?" 이런 식으로 되묻는 사람이 전부였습니다. 저도 이번 10월 29일과 30일 창원 단감 블로거 탐방을 하기 전에는 그렇게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거름은 무작정 많이 준다고 좋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김종출 대표는 '알맞게' 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알맞게'를 물량으로 계량해서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야 하는데, 그것은 오래 나무를 돌본 농사꾼의 손 끝이 결정할 것 같았습니다.

많이 줘도 좋지 않은 까닭은 까닭은 단감나무도 '종족 보존 원리' 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데 있었습니다. 거름을 적게 주면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만드는 잎이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일찍 시들어서 그나마 적은 영양분을 일찍 열매로 보낸답니다. 그러면 열매가 일찍 익게 되겠지요. 11월이 수확 적기인 김종출 대표 '부유' 단감에서 10월에 단감이 붉게 익어버린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김종출 동호농원 단감나무.

동호농원 단감나무 모습.


반대로 거름을 지나치게 주면 잎이 자기가 여전히 청춘인 줄 알고 잎 스스로가 웃자라 버린다고 했습니다. 잎이 자기자신을 자라게 하고 빛나게 하는 데에 자기가 만든 영양분을 써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열매에는 때가 지났는데도 영양분을 보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김종출 대표는 이 또한 사람이랑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많이 들었는데도 여전히 건강하면 자식이든 아니든, 그리고 사회를 위해서든 재산을 물려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재산으로 자기가 왕성하고 멋지게 세상을 사는 데 쓰는 이치와 닮았다는 얘기였습니다.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사는 이치도 나름대로 이해가 됐습니다. 이처럼 단감을 따야 하는 적기에 단감이 불그스름하게 익일 수 있도록 잎을 관리하는 근본이 바로 겨울철 거름 주기였습니다.

2. 저녁마다 왕겨를 태운 까닭은 무엇일까?

김종출 대표의 단감밭에 가서 보니 나무 아래에 시커멓게 타고 남은 자취가 보였습니다. 군데군데 곳곳에 있었습니다. 김종출 대표는 저녁마다 왕겨를 태웠다고 했습니다. 까닭을 물었더니 서리를 막기 위해서라고 답했습니다.

왕겨를 태운 자취. 잎에는 윤기가 흐릅니다.


다시 서리를 왜 막느냐고 물었더니 서리를 맞으면 잎이 시들고 말라버리기 때문이라 말했습니다. 잎이 말라 버리면 나무가 광합성을 못합니다. 광합성을 못하면 영양분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영양분이 없으면 열매가 자라지 못합니다.

왕겨는 불이 한꺼번에 확 피어 오르지 않고 조금씩조금씩 꾸준하게 밤새도록 탑니다. 그렇게 타면서 연기와 열기를 지펴 올립니다. 타는 왕겨가 내뿜는 따뜻함이 과수원 단감나무 사이를 맴돌면서 서리 피해를 막습니다.

사람들이 보통 '서리가 내린다'고 표현하지만, 실제 서리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날씨가 추워짐에 따라 공중에 떠 있던 수증기 같은 물기가 얼어붙는 현상이 서리(霜)입니다.

특히 된서리가 내리면 대책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와 달리 무서리는 그럭저럭 견딜 수 있다고 합니다. 보통은 되게 내리는 서리라 해서 된서리라 하고 물렁한 서리라 해서 무서리라 합니다.

하지만 좀더 정확하게 하자면, 물기가 언다 해도 얼음 결정까지는 생기지 않는 서리가 무(물)서리이고 얼음 결정까지 생겨 버리는 서리가 된서리입니다.

이런 된서리를 맞으면 단감나무는 대책없이 잎이 말라버린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김종출 대표의 동호농원은 주남저수지 가까운 들판에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물기가 많아서 된서리로 말미암은 타격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끄떡없었습니다. 왕겨를 나무 아래 듬뿍 뿌리고 저녁마다 불을 지피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잎이 마른 나무도 몇몇 보였지만 대부분은 나뭇잎이 싱싱하게 달려 있었습니다.

다른 과수원은 그렇지 않은 데가 많았습니다. 잎이 말라버린 과수원과 김종출 대표 동호농원을 견줘 보니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잎이 마른 나무에는 열매가 많이 달리지 않았고 크기도 작았습니다.

서리를 못 막아 잎이 말라버린 다른 과수원의 단감나무.


하지만 김종출 대표의 과수원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잎이 마른 과수원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윤기도 자르르 흘렀습니다. 저녁마다 4000평 너른 과수원 곳곳에서 왕겨에다 불을 지폈을 노고를 생각하니 굵다란 그이 단감이 예사롭게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김종출 대표는 주소가 창원시 의창구 동읍 다호리 220-2번지입니다. 다호리 고분군 유적으로 이름난 바로 그 다호리랍니다. 전화번호는 017-588-7828이고요. 자기 얼굴과 이름을 걸고 명품 단감 농사를 하는 인물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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