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윤학송 함양군수 후보가 무소속인 까닭

김훤주 2011. 10.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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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치러지는 함양군수 재선거에 나선 후보는 모두 네 사람입니다. 이 가운데 정당 소속은 한나라당 후보 한 명뿐이고 나머지 셋은 모두 무소속입니다.

최완식 한나라당 후보는 올해 초부터 출마설이 떠돌다가 부부가 동반해 공무원직을 사퇴한 뒤 한나라당에 입당해 공천을 따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소속 셋은 무소속인 까닭이 저마다 다릅니다.

서춘수 무소속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군수 후보 공천에 떨어지자 탈당했습니다. 그러고는 무소속으로 도의원 선거에 나서 당선됐습니다. 다시 그러고는 이번에 도의원 자리를 한 해 남짓만에 팽개치고 군수 선거에 나섰습니다.

다른 무소속 정현태 후보는 경남도민일보 보도를 따르면 이번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하니까 무소속으로 나선 후보입니다. 함양군 생활체육회 현직 회장이라고 합니다.

이런 데 견주면 윤학송 후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소속이었습니다. 윤학송 후보는 1991년과 1995년 같은 함양에서 도의원으로 당선된 적이 있는데 그 때도 무소속이었고 2002년 떨어지는 군수 선거를 치를 때도 무소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무소속으로 나왔습니다.


소속된 정당이 있으면 자금과 조직에서 커다란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도 무소속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당에 그것도 힘있는 여당에다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지니까 무소속을 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까닭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단순하게 자기가 비서실장을 맡아 직전까지 보좌했던 김두관 도지사가 무소속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12일 윤학송 후보 블로거 간담회 때 물었습니다.

"제가 중앙 정치를 한다면 저랑 가치와 철학이 부합하는 정당을 선택해 가입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초자치는 생활정치입니다. 생활정치는 정당과 무관해야 합니다. 저는 기초자치를 하고 있습니다. 광역시·도라면 몰라도 생활정치에는 정당이 간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소속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기초자치에도 정당 공천을 하는 등 정당의 참여 또는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당이 개입해 기초자치를 망쳐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 보기가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해당 지역 시장·군수나 도·시·군의원을 자기 선거 조직책으로 부리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되면 지방자치는 사라지고 중앙정치 논리 또는 일개 국회의원의 성향에 따라 지역 행정과 의정이 좌지우지되기 십상입니다.

윤학송 후보는 바로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윤학송 후보의 지방자치에 대한 관점은 뚜렷했습니다. '기초자치는 쪼개고 광역자치는 키우자'는 것이었습니다.

기초를 쪼개자는 까닭은 민주주의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기초자치는 쪼갤수록 좋아집니다. (지금은 시·군 단위가 기초지만) 읍·면 단위도 준자치단체 지위를 주고 이장을 두셋 정도 묶어서 읍·면의원에 준하는 지위를 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읍·면·동 단위로 들어서 있는 '주민자치센터 전면 활성화'를 얘기했습니다. "주민자치센터가 지금 있는데 이게 지금 모양이 무슨 문화센터도 아니고 평생교육원도 아니고 어정쩡합니다. 지역 주민의 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도록 만들겠습니다."

광역을 키우자는 까닭은 '자생력과 독립성 확보'에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인구가 800만 명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남·부산·울산을 묶어서 단일한 광역자치단체로 만들자는 제안이 그래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행정체계를 한 번 바꾸면 적어도 100년은 가는데, 그러면 통일 대비도 해야 하고 그러려면 광역을 키워 준영방제로 나갈 필요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번 함양군수 재선거에 나선 네 후보 가운데 진짜 무소속은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정현태·서춘수·최완식 후보는 '사실상' 한나라당 소속입니다.

이렇게 보면 이번 함양군수 재선거에 나선 네 후보 가운데 진짜 기초자치를 하겠다는 후보는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정현태·서춘수·최완식 후보는 중앙 정치에 예속된 '사실상' '지방행정'을 하겠다는 사람입니다.

함양군은 유권자가 3만4462명밖에 되지 않는 경남의 조그마한 산촌 고을입니다. 이런 선거구에 한나라당 박근혜 국회의원이 17일 장날을 맞아 한나라당 후보 지원을 위해 찾아왔습니다. 또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같은 날 윤학송 무소속 후보 지원을 위해 함양을 다녀갔습니다.

이렇게 조그마한 산촌 고을 군수 재선거에 전국 차원에서까지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진짜 무소속과 한나라당의 대결, 진짜 기초자치와 사실상 지방행정의 대결이 함양군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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