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표충사 주차장은 왜 불법일까?

김훤주 2011. 8. 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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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표충사에 가면 매표소가 있습니다. 문화재 구역 입장료 한 사람당 3000원과 소형 승용차 한 대당 주차권 2000원을 받습니다.

매표소 오른편 대원암 앞에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는데 대체로 텅 비어 있습니다. 지금처럼 피서가 한창이면 좀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매표소에다 어디에 주차하면 좋겠는지 물으면 안내하는 사람은 보통 표충사 절 앞에까지 올라가라고 일러줍니다. 그런데 절 앞 주차장은 불법입니다.

넓이가 1만6586㎡정도 되는데요, 지목을 따지면 임야에 해당되고 그래서 주차장 설치 허가가 날 수 없으니 그렇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오래 된 나무들이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래서 거기 주차를 하게 하면 자동차 배기 가스가 나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게 되고 차량이 오가면서 땅바닥이 딱딱하게 굳어지게 되니까 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런데도 이 같은 불법 주차장 운영은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이틀 된 일도 아니고 적어도 10년 이상 계속돼 온 것이랍니다.

이미 2003년에 밀양시로부터 원상복구를 하라는 행정 조치를 받았는데도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표충사도 대단하지만 행정조치 한 번 내고는 그대로 두고 보는 밀양시도 대단한 존재입니다.

7월 14일 찍은 표충사 앞 숲 속 불법 주차장.


2009년 여기 표충사를 찾아가 이떻게 하겠는지 물었을 때 표충사 종무원의 부장인가 하는 분은 "절 앞 숲 속 주차장의 폐해는 말 안 해도 알고 있다"면서 "대원암 앞 주차장이 만들어지면 절 앞 숲 속 주차장은 주차장으로 쓰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7월 14일 찾아갔을 때도 고쳐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절 앞 숲 속 주차장은 그대로였고, 매표소 오른편 대원암 앞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어디에 쓰려고 무엇 때문에 새로 주차장을 만들었는지가 미심쩍었습니다.

이를 두고 부처님은 어떻게 생각하겠는지 따위를 얘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지나치게 뻔한 얘기이니까요. 다만 하나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부처님 아니라 인간 세계에서도 마음씀을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절간 찾아오는 사람과 그로 말미암아 수익을 올리는 절간은 좋을는지 모르지만 자연 생태를 이루는 것들에게는 좋지 않을 수밖에 없거든요. 이타행(利他行:남을 이롭게 함)은, 불교 또는 부처님만 할 수 있는 특권은 아니거든요.

대적광전 벽면에 그려져 있는 반야용선.


표충사에서 으뜸인 대적광전 바깥 벽에 보면 이처럼 반야용선(般若龍船)이 그려져 있습니다. 반야는 지혜 또는 해탈을 뜻하고 용선은 그리로 중생을 싣고 가는 배를 말한답니다.

설마 지금 세상에 굴러다니는 갖은 자동차를 용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부처님 모시고 있는 절간 가까이 바짝 대도록 그래서 부처님을 좀더 편하게 뵙도록 저렇게 주차장을 운영하고 나무와 자연에 괴로움을 주는 것은 아니겠지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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