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천정배가 '서울 패권주의'에 맞설 수 있을까?

김훤주 2011. 8. 4. 07:24
반응형

1. 지역주의는 영남 패권주의였다

7월 25일 부산 중구 영주동 부산민주공원에서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과 블로거들의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민주당 2012년 대선 후보군에 들어 있는 사람입니다.

이날 그이는 지역주의가 나날이 깨어지고 있으며 넘지 못할 장벽이 아니라 했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와 올해 4·27 재·보선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나라당 무풍지대였던 경남과 강원에서 야권 도지사가 탄생했던 것입니다.

그이의 이 같은 분석과 판단은 "호남 지지만으로는 정권 찾기 어렵다. 내년 대선에서 영남 출신이면서도 호남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나서면 어떨까?" 하고 물은 데 대한 대답으로 나왔습니다.

이어서 "어느 지역 출신이냐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된다. 지역주의 바탕 세력은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이다. 낡은 관념과 낡은 지역주의와 헤어져야 한다. 정체성을 확실히 견지하고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는 그런 것들을 실천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스스로를 일러 '정의 천배 천정배'라 하더군요.


저는 천정배 최고위원의 이런 발언이 한편으로는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본인 현재 입지와도 관련돼 있다고 봅니다. 알려진대로 그이는 전남 신안 암태도 출신으로 경기도 안산시 단안구 갑이 지역구인 국회의원입니다.

그러니까 "어느 지역 출신이냐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라 한 배경에는 "나도 내년에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이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이는 간담회 말미에 스스로를 일러 "큰 꿈이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그이는 '허물어지고 있는' 지역주의에 대해 말을 계속했습니다. 그 뿌리는 군사독재였고 목적은 집권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정치적 지역주의는 박정희가 일부러 만들었다. 지역 감정을 부추기고 선동한 것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수구 세력에 투항하는 바람에 민주 세력이 영남에서 근거를 잃는 그런 상황이 계속됐다."

2. 영남 패권주의는 영남이 아니라 서울 기득권층에 패권을 줬다

이 지역주의는 말하자면 영남 패권주의입니다. 영남이 호남을 누르고 다해 먹겠다는 주의입니다. 그런데 '호남을 누르고 다해 먹겠다는 영남'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출신만 영남이지 죄다 서울에 있습니다.

영남 출신인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같은 전직 대통령은 물론 현직 대통령인 이명박도 그렇습니다. 다만 이 같은 지역주의에 맞섰던 노무현 선수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천정배-블로거 간담회 모습


죄다 서울에 모여 있는 것은 전직과 현직 대통령뿐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낱낱이 따지지 않더라도 사회·정치·문화·경제 모든 측면에서 서울 집중은 엄청납니다. 대학과 같은 교육도, 병원과 같은 의료도 서울에 몰려 있습니다. 재미있고 수준높은 예술이나 공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는 사이 비수도권은 빼빼 말라갔습니다. 정도 차이는 있을지라도 이런 고갈이나 황폐는 영남도 호남도 똑같이 겪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덜떨어진 촌놈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현실뿐 아니라 사람 마음까지도 서울 중심으로 재편돼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시절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개념이 나왔고 이를 위해 공공기관의 비수도권 이전이 추진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 들어 지지부진해지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렇게 됩니다. '지역주의=영남 패권주의'가 사실은 서울에 있는 기득권 집단의 지배와 패권 유지를 위해 동원된 지역 감정입니다. 그렇게 해서 이뤄진 것은 '영남의 패권'이 아니라 '서울의 패권'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3. '서울 패권주의'에 맞설 용기가 그이에게 있을까?

블로거 간담회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 지지 선언 10주년 기념 행사를 치르고 있는 천정배 최고위원 일행.


그러므로 지금 현실에서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은 "지역주의=영남 패권주의를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실천하는 데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영남 패권주의는 서울 기득권층의 지배·독점을 위한 속임수였다, 이런 서울 패권을 깨고 비수도권도 고루 나눠가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입니다.

천정배 최고위원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서울은 아니지만 수도권인 경기도 안산에서만 네 번씩이나 당선된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보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7월 25일 블로거 간담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 만들어낸 훌륭한 지표 가운데 하나가 국가 균형 발전"이라 말한 데 비추면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표현은 점잖지만 두루뭉술해서 좋지 않고 '서울 기득권층 패권주의 저지'가 훨씬 정확하고 힘차게 느껴져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 읽으시는 여러 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