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희망버스가 영도 주민에게 나쁜 존재일까

김훤주 2011. 8.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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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3차 희망버스를 부산 영도 사람들이 반대를 했습니다. 물론 주민 대다수는 아니었고 일부 관변단체로 조직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영도구 주민자치위원장 협의회 같은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단체도 3자 개입을 했습니다. 이들은 '좌익 척결'을 외쳤습니다. 자기네 눈에는 노동자 편들면 죄다 '좌빨'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아주 훌륭한 색안경입니다.

어쨌거나 부산시와 영도구청 그리고 일부 관변단체들은 3차 희망버스를 반대하는 이유로 지역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점과 생활상 불편을 가져온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 가운데 생활상 불편은 희망버스의 책임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3차 희망버스 행사에서 불편을 끼친 집단은 경찰과 어버이연합과 주민자치위원장 협의회 따위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엉터리 검문을 하지 않고 이들이 시내버스 같은 통행을 막지 않았다면 주민들이 겪어야 했던 불편은 전혀 없었음이 분명합니다.

7월 30일 밤 영도 들머리에서 경찰이 사람들 지나다니는 통행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지역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은 어떨까요? 피서철이라 관광이 한창인데 희망버스로 시위대가 몰려 방해가 된다면 그 정도는 인정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부산서 쓴 돈도 적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아니 제대로만 보면 희망버스는 부산과 영도에 도움이 되는 행사입니다.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막자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희망 퇴직을 포함한 400명 구조조정은 물론 앞으로 벌어질 추가 해고도 막자는 것입니다.

장담하지만 지금 이대로 두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문을 닫고 맙니다. 여태 전체의 80% 넘는 인원이 공장을 그만둬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사회 전체 차원의 저항을 통해 정리 해고를 막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는 것입니다.

임금이 영도조선소 노동자의 10분의1밖에 안 되는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가 이미 2007년 완공돼 지금 2만 명 넘는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한진중공업이 1998년 인수했던 마산의 코리아타코마를 1999년 한진중 마산조선소로 삼았다가 2007년 1269억원 엄청난 돈을 받고 성동조선에 넘긴 역사가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윤을 향한, 브레이크 없는 질주입니다.

공장이 문닫으면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7월호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칠고 메마른 풍경이 펼쳐지는 장소는 미국의 포스토리아라는 작은 지역이지만 영도의 미래도 이처럼 되고 말 것입니다.

7월호 14쪽에 나오는 '나프타 17년, 텅 빈 미국 공장들'입니다.

"포스토리아(인구 1만3441명)를 관통하는 두 개의 레일 위로는 여전히 이따금 화물열차들이 긴 꼬리를 끌며 지나가곤 한다. 철도 덕분에 곳곳에 공장이 들어서던 번영기(19세기 말~20세기 중반)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제는 기차가 포스토리아에 정차해 상품을 부려놓고 가는 모습은 구경하기 힘들다.

지역 상공회의소는 기차 애호가들이나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기차가 지나가는 장면이 일품이라며 거짓말일 수도 있는 선전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이틀 동안 포스토리아에는 한 대의 기차도-다른 어떤 것도- 지나가지 않았다.

이 도시의 유일한 서점은 폐업을 위해 모든 책을 반값으로 처분하고 있었다. 가동이 멈춘 공장의 텅 빈 주차장들이 광활한 들판처럼 펼쳐져 있었다. 포스토리아 인더스티리스(특수 오븐), 티센크루프 아틀라스(크랭크축)의 공장 건물과 자동차 판매점 그래프 오토몰 등의 전물이 황량하게 서 있었다.

한때는 '황무지 한가운데에 우뚝 선 작은 도시'라고 불리던 시절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다음 지도에서 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어떻습니까? 영도조선소가 들어선 영도구 봉래동은 이렇게 되지 않는다고요? 정말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어쩌면 포스토리아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영도조선소가 사라진 다음에는 말입니다.

영도조선소가 문을 닫고 나면 여기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지역 경제에 떨어뜨리는 돈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납품을 하거나 발주를 하거나 등등으로 드나드는 사람들이 없어지게 됩니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이 지역 사회에 뿌리는 돈도 없어집니다.

그렇다면 재개발이 가능할까요? 잘은 모르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영도조선소 지도를 살펴봤습니다. 바다에 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일부는 뭍이지만 대부분은 바다더군요. 이런 사정은 대부분 조선소가 비슷합니다.

또 재개발이 된다 해도 그것이 지역 경제와 관련이 있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그런 재개발이 될 소지는 크지 않다고 저는 봅니다. 육지 쪽 면적이 넓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선소 말고 다른 업종이 들어서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니까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문을 닫지 않고 정리 해고도 하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는 것이 영도나 봉래동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방안이 아닐까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위해 모여드는 희망버스가 바로 영도와 봉래동 주민들에게도 희망이 된다는 말씀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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