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시내버스로 가는 명물 탁족처 마산 골옥방

김훤주 2011. 8.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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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옥방을 지나가는 75-1번과 76번 시내버스는 이토록 좁은 길에도 저토록 커다란 버스가 다닐 수 있음을 실증하고 있습니다. 도로 너비가 눈으로 봤을 때 3m정도밖에 안 되고 양쪽 길섶으로 잘 자란 풀들이 넘실거리지만 우리 용감한 시내버스는 조심조심 씩씩하게 잘도 다닌답니다.

대정마을에서 옛 국도 2호선과 갈라져 들어오는 1029번 지방도는 처음에는 그래도 왕복 2차로 너비를 유지하다가 의산마을에서부터 왕복 1차로도 안 되는 정도로 좁아집니다.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가도 양옆으로 풀들이 차체를 간질일 정도인데 여기를 대형 시내버스가 다니는 것입니다. 어쩌다 맞은편에서 크든 작든 자동차가 한 대 들어오면 길섶이 넓은 데까지 어느 한 차가 후진을 해야 할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스콘으로 포장된 길인데도 마치 들판에 난 오솔길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안겨줍니다. 앞서 대정 마을 지나고 나서 의산 마을 이르기까지 2km가량 오른편 진전천을 따라 높이 자란 채 줄줄이 늘어서 있는 거락 마을숲을 즐기는 눈맛도 상큼하지만 여기 '오솔길'도 그 못지 않습니다.

길섶과 들판과 논밭 두렁 따위에는 달맞이꽃 개망초 지칭개 같은 들풀과 호박꽃 참깨꽃 도라지꽃 같은 것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차창밖으로 손을 내밀면 바로 잡을 듯이 가까이서 이것들이 흔들리는 것입니다.

눈길을 들어 보면 한여름이다보니 들판과 산과 골짜기는 온통 푸릅니다. 그 푸름 속에서 가까운 푸름과 멀리 있는 푸름이 제대로 구분이 잘 안 되기도 하지만 인공 구조물이 없다시피 한 산천이라 여기서 뿜어나오는 싱싱한 기운이 햇살이 뿌리는 열기조차 떨어뜨릴 기세입니다.

버스는 이렇게 들판을 누비다가 술인방과 옥방과 들담을 거친 다음 오른쪽에 나 있는 옥방교를 건너더니 골옥방으로 치올랐습니다. 500m정도 올라 밀양 박씨 재실 앞 널찍한 자리에서 커다란 차체를 돌려 도로 내려나갑니다.

위에서 본 골옥방 앞 개울 풍경.

아래에서 쳐다보는 골옥방 마을과 개울.


27일 아침 진동환승장에서 8시 30분 출발하는 75-1번 시내버스를 탔더니 여기 골옥방에는 9시 30분 즈음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75-1번은 골옥방에서 다시 옥방교로 내려가 여항산 골짜기 가장 위에 있는 둔덕마을 종점까지 한 5분 정도 걸려 올라갑니다.

마을 바로 앞에 있는 개울이 이번에 골옥방을 찾은 까닭입니다. 여기 골옥방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가을에 단풍이 무척 아름답고 여름에 어지간해서는 개울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개울 500m 위에는 울타리를 쳐서 마을 사람들의 상수원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바로 그 아래에서부터 마을을 지나 800m쯤 되는 거리가 사람들에게 자신을 탁족처(濯足處)로 내어주고 있는 셈입니다.

지리산처럼 깊은 골짜기에 있는 개울이라면 장하게 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살이 거세어 때로는 위험에 이르기도 할 정도지만 여기 그다지 높지 않은 여항산에 소속된 산자락 하나에 발원을 둔 여기 이 개울물은 흐르는 소리가 크지도 않고 물살이 거세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건너기 어려운 여울이나 소(沼)처럼 깊게 패인 바닥도 없답니다.

그늘이 그윽하고 은은합니다.


게다가 마을 한가운데 있는 다리를 기준으로 위쪽으로는 나무그늘이 없어 파라솔 따위 햇살가리개를 준비해야 하지만 아래쪽 한 300m는 그런 따위가 전혀 필요없을 정도로 나무들이 가지와 이파리를 개울 위로 늘어뜨리고 있는 점도 여느 개울들과 다른 장점이랍니다.

마산 도심에서 거리가 그다지 멀지도 않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여기 골옥방 마을 앞 개울은, 식구끼리 벗들끼리 아니면 혼자서 먹을거리와 마실거리를 조금 장만해 배낭에 담고 나서서, 시끄럽지 않고 '속닥하게' 한 나절을 시원하게 누릴 수 있는 좋은 자리인 것입니다.

또 해거름까지 머무를 생각이면 그 즈음 해서 아래로 내려가 들판을 거닐며 시원한 바람을 안아보고 벼포기들의 흔들림을 눈에 담아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골짜기 들머리라 내려가도 심하게 덥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물론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는 없는 법입지요. 여기는 그늘과 물만 좋을 뿐이지 그럴 듯한 정자 또는 그에 버금가는 놀이터는 아예 있지 않습니다. 앞에서도 일러드렸듯이 개울 자체가 너르지 않아 헤엄이나 물놀이 따위를 왕성하게 할 수 없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바위와 물살이 좋습니다.


사람들이 여기 간다면 먼저 콩이나 옥수수나 들깨 같은 마을 사람들 농작물이 손을 타거나 해코지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합니다. 노는 자리 바로 옆에 그런 것들이 자라는 밭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이런 작물이 손을 타면 여기 주민들에게는 크게 타격이 될 것입니다.

하나 더, 여기로는 절대 자가용 자동차를 몰고 갈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골옥방 마을 앞에 공터가 있지만 승용차 10대도 세우기 어려운 넓이랍니다. 게다가 도로까지 좁아 어떤 길섶에 주차해도 길이 막혀 버릴 정도입니다.

하기야, 술도 한 잔 하고 들판 거닐기도 한 번 해 볼 작정이라면 거추장스럽게 자가용을 끌고 나설 까닭이 없겠습니다. 게다가 75-1번과 76번 시내버스가 띄엄띄엄 있어주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김훤주

시내 버스 교통 정보는 이렇습니다.

76번 마산역~진동환승장~골옥방~둔덕 마을 : 1시간 30분 걸림
마산역 출발 오전 8시 11시 35분 오후 3시 6시 30분 9시 50분
둔덕 출발 오전 6시 9시 40분 오후 1시 10분 4시 30분 8시 10시 55분

75-1번 진동환승장~골옥방~둔덕 : 40분 걸림
진동환승장 출발 오전 6시 35분 8시 30분 11시 오후 1시 20분 3시 30분 6시 7시 50분 9시 50분
둔덕 출발 오전 7시 30분 11시 40분 오후 2시 7시 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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