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별 의미없는 것

표충사 정문이 예전에는 옆구리에 있었다

김훤주 2011. 7. 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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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에 갈 때마다 늘 궁금한 것이 두 개 있었습니다. 절간에 서원과 사당이 있고 정문에 해당하는 수충루가 유교 형식으로 지어진 것이야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킨 데 따른 산물이니 그러려니 여길 수 있습니다.

반면 일주문·수충루·사천왕문과 삼층석탑이 다른 절간과 다른 자리에 놓인 까닭은 참 알기 어려웠습니다. 보통 절간은 으뜸 전각(대웅전 또는 대광전 또는 비로전)이 가장 높은 데 있고 이를 향해 모든 출입문이 한 줄로 늘어서 있으며 석탑 또한 부처를 상징하기에 으뜸 절간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표충사는, 가서 보신 이는 아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으뜸 절간인 대광전 앞에는 아무 것도 없고 갖은 출입문들 또한 대광전과 일직선으로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주문·수충루·사천왕문은 대광전과 직각으로 만납니다.

이번에 한 의문은 풀렸습니다. 출입문들이 대광전과 일직선으로 있지 않은 까닭을 알았습니다. 삼층석탑이 아래 마당에 있는 까닭은 아직 알지 못했습니다만.

1.대광전 2.영정약수 3.팔상전 4.응진전 5.산신각 6.관음전 7.명부전 8.우화루 9.범종각 10.삼층석탑 11.석등 12.영각 13.삼성각 14.만일루 15.표충사당 16.표충서원 17.수충루 18.가람각 19.영사각 20.일주문 21.유물관 22.사천왕문 23.종무소 24.전시관 25.설법전 26.부도탑


알고 보니 간단했습니다. 원래 문(지금 17건물)은 대광전 앞쪽(8건물과 9건물 다음)에 있었지만 1990년대 또는 2000년대에 지금 위치로 옮긴 것입니다. 그래서 일직선이 아니라 직각으로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1983년 5월 20일 초판이 발행된 <한국의 발견>의 '경상남도'편 227쪽에 나오는 사진이 이를 증명해 줬습니다. 사진을 보면 대광전 맞은편 우화루와 범종루 왼편에 사천왕문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의 발견' '경상남도'편 227쪽에 실려 있는 사진. 오른쪽부터 우화루 범종루, 사천왕문.

2011년 6월에 찍은 사진. 왼쪽 사천왕문은 옮겨가고, 가운데 범종루는 바닥이 높아졌고 오른쪽 우화루는 그대로입니다.


범종루가 지금은 오른편 우화루와 같은 지대에 있지만 여기 사진에서는 좀더 낮은 지대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1983년 이후 어느 시점에 사천왕문은 지금 자리로 옮기면서 바닥을 돋운 다음 범종루를 그 위에 다시 세웠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 원래 출입문이 지금처럼 남쪽에 있지 않았고 오른편 동쪽에 있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를 사실로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바로 기록의 힘입니다. 출판사 '뿌리깊은나무'와 발행인 '한창기'가 없었다면 이뤄지기 어려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편 사천왕문에 걸린 시주록에는 언제 옮겼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기록이 있습니다. 왼편에 국회의원 김용갑과 밀양시장을 지낸 밀양시장 이상조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상조는 1995년부터 2006년까지, 김용갑은 1996년부터 2008년까지 그런 자리에 있었습니다.

또 오른쪽 '사명대사 호국성지 표충사 사대천왕 상조성불사 시주록'이라 적힌 오른편에는 표충사가 말사로 들어 있는 양산 통도사의 방장 월하 대종사(2003년 12월 4일 입적)와 주지 무방 혜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2009년 12월 30일 입적한 무방 혜오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이 절간에서 지주를 했는지는 모릅니다만, 얼핏 여기저기서 기록을 들춰보니 2002년 앞뒤로 표충사 지주였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대충 이렇습니다. 시주록이 작성된 시기는 이르면 1996년부터 늦어도 2003년입니다. 국회의원 김용갑과 밀양시장 이상조와 방장 월하 대종사가 공동으로 표충사와 겹치는 인연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글 내용과는 무관하지만, 표충사 사천왕문에는 이렇게 예쁜 여자가 천왕에게 짓밟히고 있습니다. 예쁘지 않으면 죄가 아닙니다. 예쁘지 않고 유혹도 하지 않는데도 죄를 짓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를 상징한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그냥, 기록 차원에서 이렇게 끼적거려 놓습니다. 뒷날 다른 사람들이 행여나 필요하면 참고하시라고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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