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원주투데이> 오원집 대표이사(바른지역언론연대 회장)가 미국의 한 지역신문사에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다. 신문의 1면 머리기사가 동네 빵집 주인의 죽음이었다. 한국 신문에서는 볼 수 없는 기사였다. 오 대표가 물었다.

"이 기사가 1면 톱이 될 만큼 중요한 건가요?"

미국인 편집국장의 대답은 이랬다.

"이제 다시는 그 분이 만든 빵을 먹을 수 없으니까요."

내가 이번에 영국에서 사온 신문들도 그랬다. 아일랜드공화국에서 나오는 전국지 <아이리시 타임스>는 우리나라의 신문대판과 거의 같은 판형인데, 12면 전체를 털어 'Obituaries'라는 사망기사를 싣고 있다.

모두 5명의 사진과 기사가 실렸는데,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사회적 활동을 했으며, 그에 대한 주변인물들의 평판은 어땠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일종의 '짧은 평전'인 셈이다.

강의 중인 원주투데이 오원집 대표.


영국의 북웨일스에서 나오는 <에코>라는 지역신문 27면은 결혼기사를 싣고 있었다.

△부부의 이름·나이·직업 △결혼식은 언제, 어디서 했나 △어떻게 만났나 △프러포즈는 언제, 누가, 어떻게 했으며, 프러포즈 받았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 △몇 년간 연애를 했고, 결혼식 때는 어떤 옷을 입었으며, 하객은 얼마나 왔나. 그리고 주례와 사회는 누가 맡았고, 축가는 누가 불렀는지, 신혼여행은 어디로 갔으며 어떤 추억을 만들었는지 등의 내용이 기사에 담겨 있다.

영국 웨일스 지역의 일간지 사우스웨일즈 에코에 실린 웨딩 기사.


한때 <경남도민일보>도 '우리 결혼해요'라는 지면이 있었다. 찾아보니 2006년까지 실리다 어느 순간 사라졌다. 당시 글은 예비신랑이나 신부가 기고 형식으로 보낸 글과 사진을 지면에 실어주는 방식이었다. 다시 이 지면을 되살릴 수 있는 묘책을 찾은 것 같아 반가웠다.

사망기사도 마찬가지다. <경남도민일보> 역시 지역주민의 사망을 중요하게 다루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장례식장과 제휴도 시도해봤고, 부음이 들어오면 유족에게 전화를 걸어 고인의 삶을 취재해 싣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실패했다. 슬픔에 빠진 유족들이 기자의 취재에 일일이 응대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신문사 인물DB에 이미 프로필이 확보되어 있는 분에 한해 '떠난 이의 향기'라는 코너에 담아왔다.

하지만 이들 미국과 영국, 아일랜드의 신문을 벤치마킹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던 것이다.

이들 신문과 한국 신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이리시 타임스>와 같은 전국단위의 신문에서부터 <레스터 머큐리> 같은 광역 일간지, 그리고 <메일>과 같은 소지역신문에 이르기까지 다들 '생활정보지'를 겸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동안 '한국 지역일간지가 어려움에 처한 것은 벼룩신문이나 교차로 등 생활정보지에게 소액광고 시장을 빼앗겨버렸기 때문'이라고 종종 이야기해왔다. 이번 영국연수 과정에서도 이 같은 믿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생활정보지를 겸하고 있는 영국의 지역신문들.


또 하나의 뼈아픈 사실은 한국 신문이, 아니 우리가 고비용을 들여 어렵게 생산한 콘텐츠를 너무 허무하게 일회성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흔히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OSMU)'라는 말을 하면서도 그걸 '신문 지면에도 쓰고, 인터넷에도 제공하는 것' 정도의 의미로만 자족해왔다. 그러나 영국을 포함한 유럽 신문들은 하나의 콘텐츠를 일간지와 인터넷은 물론, 무료 주간지, 커뮤니티 페이퍼, 전문 주간지, 전문 월간지까지 타깃층을 달리해가며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하여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영국 신문들뿐 아니라 오원집 대표가 조사해온 독일 신문들도 그랬다. 2만 5000부를 발행하는 <베르게도르퍼 차이퉁>은 전체 직원 중 기자가 26명에 불과하지만, 부족한 인력은 프리랜서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면의 경우 기자 1명과 자유기고가 1명이 1개 면을 담당하는 식이다. 이 신문도 생활정보지 3개를 주간으로 발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투입된 기자는 5명에 불과했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일간지인 <힐데스하임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전체 직원 250명 가운데 40명이 편집국 소속이고, 인쇄 80명, 출판 50명, 마케팅 인력이 80명이다. 인쇄와 출판에 인력이 많은 것은 이 회사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출판사이기 때문이다. 이 신문사도 일간지(4만 5000부)와 생활정보지 2개(수요일판, 일요일판)를 발행한다.

영국 신문협회 조사 결과 독자들은 '지역신문의 지역뉴스'에 가장 관심이 높다고 한다. 또 '지역과 지역인물에 초점을 둔 기사'를 가장 선호한다는 미국신문연구소 조사 결과도 있다. 이쯤 되면 지역신문이 가야할 길은 명확해졌다.

바로 '더 지역 속으로, 더 사람 속으로', 좀 유식한 척 한다면 '하이퍼 로컬'이다. <끝>

카카오톡으로 친구맺기




김주완이 최근에 산 상품을 보여드립니다
아이몰 아이폰용 이동식 OTG 젠더 B타입 외장메모리 + C PIN 커넥터 + 5 PIN 커넥터 + 벨벳 파우치, 32GB 오뚜기 고시히카리... 아디다스 쿼드큐브 운동화 EH3096 유한킴벌리 덴탈 마스크, 50매입, 1개 샌디스크 iXpand Mini 아이폰 OTG USB, 256GB
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korealand2011.tistory.com korealand2011 2011.07.21 16: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웃끼리 각박하게 살고 있는데 이런 따뜻한 소식 올라오면 좋을것 같네요~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yufei21 옥가실 2011.07.22 0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들에게 저러한 생활형 신문이 어려운 이유는 신문의 출발 목적이 달랐던 데 있었을겁니다.
    예컨대 중국이나 한국에서 초기 신문은 분명하게 국가, 민족, 계몽, 자강, 국부, 사회진화 등 거대 담론을 논의하기 위한 장이었지, 일상 생활을 위한 지면은 아니었거든요. 심지어 사회면이나 문화면에도 그런 성격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여하튼 신문도 저런 담론들을 양분삼아 중앙권력의 한 부분으로 성장해 나갔습니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강하구요. 물론 그에 내재한 강렬한 상업성이나 당파성은 은근히 감추어두고 말이지요. 게다가 독자들도 이런 구조에 익숙해져 있고...

    유럽의 신문은 마치 각 도시의 축구팀에 대한 지역민의 애정을 보는 듯하군요. 그건 아무래도 유럽도시의 자치적 봉건적 분권적 전통에서 유래할 겁니다.

    저런 전통은 우리에게 매우 취햑하거든요. 지역 신문은 사실 그 점에서 특색을 갖추기가 어렵지요. 여하튼 종래의 신문구조를 따라가서는 승부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이 때문에 도민일보가 생활영역을 신문의 중심 테제로 잡고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신문역사에서 의미가 있을 겁니다. 한번 해보지요.김국장. 성원해 줄 테니...^^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기록하는 사람 2011.07.25 12: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생님의 분석과 설명이 가장 명쾌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더 힘을 내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