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영국의 지역신문이 우리와 다른 점은?

기록하는 사람 2011. 7. 1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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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9만 명의 영국 레스터 지방에서 발행되는 <레스터 머큐리>도 앞서 소개했던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이 신문 역시 매일 타블로이드 50~68페이지에 이르는 일간지 <레스터 머큐리>와 20~60페이지에 이르는 요일별 섹션신문, 5개 소지역별 무료주간지 <메일>(28~36면), 그리고 월 1회 스패셜 에디션 <레스터셔 역사이야기>(24면), 월간잡지 <라이프>(130면) 등을 발행한다. 여기에다 모기업인 데일리 메일 미디어그룹의 자매지인 무료일간지 <메트로>도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발행해 배포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총 종업원 129명 중 이들 매체를 모두 제작하는 편집국 인력은 62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무료주간지인 <메일>의 경우, 본지인 <레스터 머큐리>에 실렸던 기사를 재활용하고, <메트로>의 경우 일부 지면만 지역뉴스로 편집하므로 기사를 추가생산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 그래도 그 정도 인력으로 매일 타블로이드 평균 100페이지와 월간잡지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레스터머큐리의 뉴스룸. 한국의 여느 신문사 편집국과 다를 바 없다.


"우리도 항상 인력부족에 시달리죠. 그러나 편집국장으로서 가장 큰 고민이 비용절감입니다. 비용은 줄이고 수익은 유지하는 게 회사 방침이거든요. 당초 저널리스트만 100명이 넘었는데, 본사(데일리 메일 미디어그룹) 경영진에서 55명으로 줄이라고 했지만, 내가 고집을 부려 62명으로 유지한 겁니다. 저널리즘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력이죠."

이 신문사의 편집국장 키스 퍼치(Keith Perch)의 말이다. 우리와 다른 점은 웹사이트를 관리하는 뉴미디어 분야의 인력이 딱 1명뿐이라는 것이었다. 웹사이트는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레스터 머큐리>의 하루 판매부수는 6만 부에 약간 못미친다. 2001년까지만 해도 11만 부가 넘었는데, 2005년 8만 부, 2009년 6만 부로 뚝뚝 떨어져왔다. 키스 퍼치는 "그래프만 본다면 신문 보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일주일에 여섯 번 모두 사보는 사람이 줄었을 뿐, 오히려 일주일에 한 번 사보는 사람은 많이 늘었다"며 "신문의 소비방식이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독자가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충성독자는 많기 때문에 1부에 40펜스(800원 정도)하는 가격을 1파운드(1700원 정도)로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무료 주간지인 <메일>은 10만 4000부를 발행해 각 가정에 투입한다. 배포는 에이전시(대행사)를 이용한다.

소지역별로 발행 배포하는 무료주간지 메일.


가장 특이한 것은 <레스터셔 역사이야기>라는 스페셜 에디션이었다. 영어로는 'Leicestershire Chronicle'이 제호였고, 아래에는 'The county's nostalgia and local history monthly'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말 그대로 지역 역사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으로 꾸미는 월간 섹션이었다. 24페이지에 불과했지만, 65펜스라는 높은 가격이 붙어 있었다. 일간지가 100페이지 남짓에 40펜스인데 비하면 그만큼 비싸도 팔린다는 뜻이다.

또 다른 월간잡지인 <라이프>는 '사람'과 '집', '정원', '패션' '건강과 화장', '생활', '자동차', '여행' 등의 내용으로 전면 컬러로 발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월간잡지 또한 '풀타임 스태프(전담 인력)'가 없다. 편집장도 키스 퍼치 국장이 겸하고 있었다.

"일간지 기자들에게 수당을 더 주고 기사를 쓰게 하거나 프리랜서를 쓰죠."

<라이프>는 원래 한 권에 2파운드 95펜스(5000원 정도)의 책값을 매겼지만, 지금은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 무료로 끼워넣고 있다. 광고수익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연간 10만 파운드(1억 7000만 원) 정도 번다고 한다. 신문사의 전체 매출액은 3000만 파운드(약510억 원).

레스터 머큐리의 요일별 섹션들.


일간지의 요일별 섹션은 sport, jobsite, Find a property, the week, the wave, business 등이다. 적게는 20페이지, 많게는 60페이지 정도로 제작한다. 가장 인기가 높은 섹션은 아무래도 부동산(Find a property)이다. 스포츠의 경우 시즌에 따라 발행면수를 달리한다. 눈여겨 볼 섹션은 'the wave'라는 건데, 어린이와 학부모들에게 취재와 편집을 거의 전적으로 맡긴다고 한다. 기자는 그야말로 도와주는 역할만 한다.

키스 퍼치 편집국장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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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 머리기사가 대개 범죄 사건인데, 피고인과 피해자의 실명은 물론 사진까지 쓰고 있는데, 이렇게 해도 문제가 없나?

"법정이 오픈되어 있으므로 시민이나 저널리스트나 모두 방청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관련자가 신문에 자신의 실명이 보도되지 않도록 신청할 수 있다. 그래서 실명보도를 못할 땐 답답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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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지면에 사진이 인물사진을 쓰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표정과 말투로) 일반적으로 독자들이 인물을 원하지 않느냐?"

레스터머큐리 키스 퍼치 편집국장이 월간지 라이프를 설명하고 있다.


-지역밀착, 주민밀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편집국장이 주민들을 자주 만난다. 행사에서 연설도 하고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

-레스터 머큐리의 정치적 성향은?

"레스터시의 전 시장이었던 울트라 폭스가 트위터를 통해 나(편집국장)의 성향을 보수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의 편집방침은 런던 본사에 있는 최고경영자에게만 이야기할 뿐 누구에게도 드러낸 적이 없다. 물론 최고경영자도 여기에 대해선 개입하지 않는다. 신문은 편집국장이 모든 권한을 갖는데, 우린 보수당이 맞으면 보수당 편을 들고, 노동당이 옳으면 노동당의 입장을 든다. 우린 레스터를 위해 올바른 것을 추구할 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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