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영국신문, 적은 인력으로 매체다각화 비결은?

기록하는 사람 2011. 7. 19. 11:55
반응형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 인력으로 그렇게 많은 매체를 생산할 수 있는지. 영국 맨체스터 지방의 유일한 지역신문 <맨체스터 이브닝뉴스> 이야기다.

이 신문은 주 6일동안 하루 64면(타블로이드 판형)의 일간지를 찍는다. 게다가 맨체스터 주변 23개 소지역 단위의 커뮤니티 주간신문도 매주 찍어낸다. 뿐만 아니다. <비즈니스 위크>라는 40페이지짜리 주간지도 발행한다. 이렇게 매체만 스물 다섯 개다. 일간지와 주간지의 한 부당 가격은 약 500~1000원이고, <비즈니스 위크>는 3400원 정도에 판매한다.

그런데 이걸 만들어내는 편집국의 취재 및 편집인력은 54명에 불과하다. 전체 인력 100명 중 54명이 저널리스트이고, 나머지 46명은 행정과 총무, 비서, 그래픽 디자이너, 그리고 소수의 관리자들이다. 사진기자는 전적으로 프리랜서만 쓴다고 한다.

저널리스트가 54명이라면 우리 경남도민일보와 비슷한 인력이다. 믿기지 않아 두 번, 세 번 다시 확인했다. 물론 본사 근무인력 외에 거리에서 판매에 종사하는 비정규직까지 모두 합치면 400여 명이라고 했다. 영국의 신문은 정기구독이라는 개념이 없다. 가정으로 배달도 하지 않는다. 모두 거리에서 판매한다. 그러다 보니 판매 쪽 인력이 많을 법도 했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왼쪽), 비즈니스 위크(가운데)와 이 신문사가 발행하는 각 지역별 주간지들(오른쪽).


그래도 저널리스트가 54명이라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일행 중 언론노조 간부를 겸하고 있는 한 기자가 물었다.

그 인력으로 그만한 매체를 제작하려면 노동강도가 엄청날텐데, 기자들의 불만은 없나?

"물론 하드워킹이긴 하다. 당연히 스트레스가 심하지만, 모두들 여기서 일하고 있는 데 대해 행복해한다."

취재시스템은 지역별로 6~7명이 팀을 이루는 방식이다. 54명이라는 타이트한 인력은 2년 전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절반으로 감원된 결과라는 말도 덧붙였다. 영국 언론도 한국, 아니 전세계적인 종이신문의 위기에서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맨체스터 인구는 39만 명, 인근지역까지 포함한 '그레이트 맨체스터'(우리나라의 광역자치단체 정도의 규모)의 인구는 200만 명이 조금 넘는다. 그런데, 하루 판매부수는 약 2만 부(월 50만 부) 정도로, 23개 주간지와 <비즈니스 위크>까지 합쳐 총판매부수는 월 150만 부 정도라고 한다. 전성기에 비해 3분의 1 정도 줄어든 숫자다.

이안 우드 편집부국장은 "6개월 전에 창간한 비즈니스 위크의 경우 1만 2000부만 찍어 2파운드에 판매하는데, 주로 상류층과 지식인을 타깃층으로 하여 지면을 제작한다"면서 "독자층이 누구인지 분명한 매체라서 광고료도 가장 비싸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비즈니스 위크>는 몇 명이 만들까? 8명이었다. 이안 우드 부국장은 "처음엔 일간지 비즈니스 섹션면을 2명의 기자가 담당했지만, 비즈니스 위크 창간을 계기로 8명으로 스페셜 팀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 8명이 일간지와 다른 주간지의 비스니스 섹션도 함께 맡고 있으므로 잡지 전담인력이라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8명의 인력에는 데스크와 편집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한겨레 신문사처럼 팀별 에디터제였던 것이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에서 이안 우드 부국장과 대화 중인 한국 언론인 연수단. /윤창빈 언론진흥재단 차장


영국 신문사의 이런 인력 운용은 따로 방문했던 <레스터 머큐리>라는 지역일간지에서도 역시 같았다. 거기도 <라이프>라는 월간지를 내고 있는데, 일간지 편집국장이 월간지 편집장을 겸임하는 것은 물론 콘텐츠도 모두 일간지 기자들이 함께 생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안 우드 부국장은 "비즈니스 위크에 이어 다음 프로젝트는 다운타운을 누비는 젊은 층을 겨냥한 패셔너블한 잡지"라고 계획을 밝혔다.

특이한 것은 1면 머리기사가 대부분 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한 범죄기사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피고인과 피해자의 실명과 사진까지 넣어 사건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었다. 이안 우드 부국장은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편집국장이 항상 강조하는 게 '베스트 스토리를 만드는 베스트 웨이(way)가 뭔지를 항상 고민하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마친 후 뉴스룸(편집국)을 둘러봤다. 편집국장실만 따로 칸막이가 있었을 뿐, 기다란 편집국에는 칸막이 하나 없이 탁 트여 있었다. 일간지와 주간지, 온라인 기자들은 물론 편집기자까지 모두 한 공간에서 일하고 있었다. 칸막이가 없는 것은 편집국 전체가 유기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