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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요즘 와불상에는 왜 차별과 욕심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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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의 백천사에 가면 자칭 '세계 최대 와불'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세계 최대 세계최고 세계 최다 세계 최초 좋아하는 나라는 없다는 말도 있지만, 부처님 세상에 최대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머리에 '와불(臥佛)'이 들어와 자리잡은 것은, 아무래도 전남 화순 운주사 와불 덕분인 것 같습니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런저런 풍문으로 전해들은 운주사 천불천탑과 그에 어린 전설이 그것입니다.

운주사 으뜸 와불이 일어서면 세상이 뒤바뀐다 했습니다. 없고 가난한 이들이 지어낸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희망이 아니라 절망의 이야기입니다.

돌로 만든 와불이, 그것도 땅 속 깊이 뿌리가 박힌 바위에 새긴 와불이 일어설 리는 없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이런 와불이 일어설 정도로 경천동지를 한다면 그것은 천재지변 수준입니다. 이렇게 이중으로 절망인 이야기입니다.

운주사 와불. 달그리메 사진.


절망을 절망스럽지 않은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것이 부처의 힘입니다. 세상에 기대를 하면 절망밖에 돌아오지 않으니 그냥 기대 없이 최대한 누리면서 즐겁게 살아라, 나 말고 남 또한 그렇게 누리고 즐겁게 살도록 배려해라, 이런 것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거기에는 삿되거나 삿되지 않거나 상관없이 욕심이랄까 하는 것은 어디에도 끼여 있지 않습니다. 그냥 운주사터에 와불이 있고, 있는 와불을 두고 임의롭게 한두 마디 상상을 보탠 것일 따름입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와불을 자랑하는 사천 백천사에 가면 돈 욕심이 드글드글합니다. 물론 와불은 아무 말이 없지만 둘레 환경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돈 1만원을 시주하면 한 해 동안 축원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1만원, 참 좋습니다. 좀 가진 사람은 물론이고 보통 사람들조차도 전혀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는 액수입니다.

그러니까 서슴없이 돈 1만원을 내고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합니다. 또 2만원을 내고 합장을 두 번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소원 두 개를 들어줄는지도 모르니까 말씀입니다. 부산까지 오가는 버스도 있습니다. 선전하는 홈페이지도 있습니다.

백천사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은 와불 사진.


2010년 텔레비전에서도 와불을 본 적이 있습니다. 경북 어디에 있는 절이라 했는데, 금빛을 입힌 와불을 모시는 절간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에는 차별이 있었습니다.

이 와불은 자기 몸을 닦아주는 이들에게 복을 내리고 소원을 들어주는데, 화면에서는 여성 신도('보살'이라 하지요)들이 와불 발을 닦아주고 있었습니다.

화면이 다가가 말을 겁니다. 왜 발만 닦나요? 답이 돌아옵니다. 얼굴은 스님들만 닦을 수 있어요. 조금 있다 잘 차려 입은 스님들이 무리지어 와서는 얼굴을 닦습니다.

물론 텔레비전은 화면은, 이런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뿐 이러쿵저러쿵 해석을 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차별입니다. 스님과 대중을 구분지어 차별하고 얼굴과 발을 구분지어 차별합니다.

부처 세상은 이런 차별과 구분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화순 운주사 와불처럼, 그냥 그대로 있을 뿐이고 그리 있으면서 세상 사람들 이런저런 얘기 지어내면 또 그대로 있게 할 뿐인 세상이 부처의 세상입니다.

이처럼 차별과 구분이 없으니 욕심 또한 부처 세상에서는 있을 자리가 없습니다.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뿐 아니라 있으면 있는 만큼 없고 없으면 없는 만큼 있는 세상이 부처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깊이 그리고 정확하게 깨우치지는 못했지만, 있음과 있지 않음, 없음과 없지 않음 그런 구분조차 나눔과 나뉨이 없는 데가 부처 세상입니다.

그런데도 부처를 앞장서 모시는 스님과 절간이 먼저 저리 나서 차별을 짓고 욕심을 차리니 과연 백천사와 경북 어느 절간에 누워 있는 그 부처님들은 속이 편할는지 어떨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 와불께서는 자기를 대상화해서 받들어 모신다면서 우쭐거리는 그 스님과 그 절간조차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수도 있겠습니다만.

실로 알고 보면 그 와불께서는 자체가 아무 짝에 쓸모가 있거나 없거나 그냥 나무이거나 돌이거나 쇠붙이이거나…… 할 뿐이고. 그냥 넘거나 지나서 가다가 돌아보면 없음 그 자체일 수도 있겠고……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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