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우리가 중국신문에서 배워야 할 것은?

기록하는 사람 2011. 1. 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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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우리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다 홀연히 사표를 내고 중국 유학길에 오른 기자가 있습니다. 이균석 기자였는데요. 그 친구가 중국에서 현지 신문 한 뭉치를 소포로 보내왔습니다. 우리 신문 편집과 제작에 참고하라는 뜻이죠.

그래도 친정이라며 잊지 않고 싸서 보내준 정성이 고맙네요. 그 친구가 보내준 편지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이래저래 모인 신문을 버리기가 아까워 부쳐 보냅니다. 레이아웃 정도는 참고할만 하겠지요.

중국언론은 크게 '체제 내 언론'과 '체제 외 언론'으로 나눕니다. '신화사'나 <인민일보>, <중국청년보> 등은 모두 국가기관이나 중국공산당에서 관리하는 '체제 내 언론'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 외 민간기업이 만든 신문이 체제 외 언론입니다. 체제 내 언론 기자들은 근무환경이 상당히 좋습니다. 돈 이야기가 아니라 어딜 가도 '먹어준다'는 겁니다. 관련자료를 얻거나 인터뷰 따내기도 쉽겠지요. 그래서 체제 외 언론 기자들이 '나 같으면 발로로 기사 쓰겠다'고 비아냥대기도 하지요.

남방주말의 1면. 우리나라의 연평도 포격사건이 헤드라인이다.


실제 민간자본으로 만들어진 신문사들이 꽤 괜찮은 기사를 써내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보낸 것들 중에 <남방주말>이란 신문을 보면, 한 면이나 혹은 두 면을 모두 할애해 한 건의 기사를 싣습니다. 대부분 해설이나 탐사 등등 깊이 있는 내용입니다. 이 신문의 모기업은 광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10종류가 넘는 신문을 찍어내는 언론 대기업이라 할 수 있지요.

중국 언론계는 상당히 활기차 보입니다. 한창 발전 중이어서 그런가요. 열정 가득한 기자들도 꽤 보입니다. 아직은 '신문위기'라는 걸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보는 대학생들이 꽤 많더라구요. 하지만 10대 20대 아이들이 문자보다는 디지털 이미지에 더 익숙한 걸 보면 언젠가는 중국 신문들도 새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겁니다.(후략)"

그 친구가 보내 준 중국신문들을 책상 옆에 두고 틈틈이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좀 특이한 게 있더군요.

남방주말의 2면 상단입니다.

이건 또 다른 신문인데요. 편집자와 미술편집자의 이름을 명기하고 있네요.


모든 지면의 상단 또는 하단에 책임편집(責任編輯)자의 이름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책임편집자뿐 아니라 조리편집(助理編輯)자의 이름도 있고, 미술편집, 책임교열자의 이름도 있더군요. 어떤 지면은 '실습생'의 이름도 상단에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그들의 이름 옆에 이메일과 전화번호까지 적어뒀더군요. 아마도 편집이나 기사배열에 대해 할말이 있는 독자는 메일이나 전화로 연락달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여긴 주편(주편집자), 편집, 미편(미술편집), 책교(책임교열)로 구분해서 명기했습니다.

책임편집과 편집, 판식, 2판 편집자의 이름까지 명기했군요.

이건 남방주말의 시국 섹션인데요. 이 지면 역시 책임편집자와 보조편집자의 이름을 밝혔습니다.

이 신문은 지면 상단이 아닌 하단에 책임편집과 편집, 책임교열자의 이름을 밝혀두었습니다.


어떤 신문은 책편(責編), 편집(編輯), 미편(美編)으로 표기한 경우도 있었는데, 아마도 '책편'은 책임편집자, 즉 데스크를 뜻하는 것 같고, '편집'은 편집기자, '미편'은 미술편집의 줄임말로 보입니다.


반면 '체제 내 언론'인 <인민일보>에는 그런 편집자의 이름을 찾을 수 없더군요. 우리나라 신문 역시 기사를 써낸 기자 이름은 반드시 명기하는 '기자실명제'는 정착되어 있지만, 편집기자나 교열기자의 이름을 명기하는 신문은 없습니다.

흔히 우리는 중국을 우리보다 더 폐쇄적인 사회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회에서도 '체제 외 언론'은 우리나라 신문보다 훨씬 편집도 발랄하고 역동적이었습니다. 또한 편집기자의 이름까지 지면 상단에 표기하고 연락처를 공개함으로써 독자의 피드백을 받겠다는 자세 역시 우리보다 훨씬 개방적으로 보입니다. 특히 <남방주말>은 언론통제가 심한 중국사회에서 가장 반체제적 논조로 탄압을 받는 일도 많은 신문이라더군요.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편집자에게 책임성과 자부심을 부여하는 차원에서 우리 신문도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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