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내년에도 신문의 고민은 지역밀착입니다

기록하는 사람 2010. 12. 3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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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입니다. 제가 편집국장을 맡은 지도 6개월이 되었습니다. 독자들은 잘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저희 나름대로는 6개월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그간의 변화를 되짚어 보고, 그 배경과 취지를 독자들께 설명해 올릴까 합니다.

우선 지면에서 사람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1면에 행정가나 정치인 등 유명인사뿐 아니라 어렵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동네사람'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 '동네이야기' 지면도 선보였고, 기자들이 매일 한 분씩 독자의 이야기를 듣는 '독자와 톡톡'도 생겼습니다.

신문사 논조와 관계없이 이슈와 현안에 대한 독자의 또 다른 시각을 담는 '이런 생각'도 신설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그동안 18면의 '기고'와 '독자투고'에만 용도가 한정돼 있던 독자의 목소리를 1면을 비롯한 다른 지면까지 확대한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주장도 실렸고, 창원페스티벌에 공무원 동원을 옹호하는 김혜경 창원문화재단 상임이사의 시각이 1면에 실려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저희의 이런 시도는 무엇보다 독자와 친근한 신문을 만들기 위한 노력입니다. 흔히 '지역신문에는 볼 게 없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왜 그런 말을 듣게 되었을까요? 물론 서울지(소위 '중앙지')에 비해 취재인력도 적고 지면도 얇기 때문이겠지만, 그보다는 지금까지 지역신문이 '독자의 관심'보다는 '취재원의 관심', 즉 기자들의 출입처인 행정기관 공무원들이 관심 있어하는 뉴스에 치중해왔기 때문이라고 감히 진단했습니다. 그래서 '출입처 중심의 취재시스템'을 바꿔보려고도 했고, 은연중 기자들의 의식 속에 숨어있는 '출입처는 권리구역'이라는 공식을 깨보려 노력도 해봤지만 아직 눈에 띌만한 성과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자 댓글 소통'과 '소셜미디어 의무방어'를 시도했습니다. 기자들이 독자들을 일일이 만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인터넷 기사에 달리는 독자의 댓글만이라도 무시하지 말고 소통 수단으로 삼자는 것입니다. 나아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에 자기가 쓴 기사를 보내고, 거기에서 어떻게 유통되고 소비되는지 반응을 살피자는 취지입니다.


행정기관이 아닌 시민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의제를 제기하고, 각계의 의견과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공공저널리즘을 지향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독자와 밀착한 신문을 만들겠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마창진 통합의 그늘', '방치된 돝섬, 이대로 둘 건가' 같은 기획은 그렇게 해서 나온 것입니다. 19면 하단에 신설된 '자유로운 광고' 지면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밀착보도'뿐 아니라 광고 또한 '독자밀착광고'가 되어야 한다는 고민의 산물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입니다. 이런 변화로 신문사 살림이 나아지거나 구독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성과로 나타나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내년 저희의 고민은 여전히 '독자밀착'입니다. 신문이 어려운 건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걸 다 수입해도 지역신문만은 수입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TV와 인터넷과 서울지역 신문은 결코 우리 지역민의 삶과 고민, 요구를 담아낼 수 없습니다.

내년에도 독자들께 끊임없이 말을 걸겠습니다. 독자의 권리로 당당히 저희에게 요구하십시오. 알리고 싶은 일, 궁금한 일, 불편한 일, 무엇이든 좋습니다. 저희를 맘껏 부려먹어 주십시오. 그리고 좀 마음에 드신다면 이웃에도 지역신문 한 부쯤 권해주십시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신문'이라면서 말입니다.

※경남도민일보에 쓴 칼럼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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