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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 경북대학교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대구 복현동에 있는 경북대 교정은, 크지는 않지만 잘 가꿔져 있기로는 이름이 나 있는 곳입니다.
이날 저는 조금 일찍 도착한 덕분에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날씨가 지나치게 더웠던 탓에 많이 돌아보지 못하고 그냥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바로 이 의자입니다. 나무 그늘에 놓여 있고 앞에는 담배 꽁초를 버릴 수 있는 깡통도 하나 있어서 제게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아들이면서 앉아서 뒤로 기대려는데, 의자가 넘어갈 듯이 삐거덕거렸습니다. 물론 제 느낌이 그랬지만, 실제로 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살펴보니 의자 두 개가 밧줄로 묶여 있었습니다. 이렇게 꽁꽁 묶이는 바람에 한쪽 의자가 발이 들려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묶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녀석들 바라보니까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거리'와 '사이'입니다. 어쩌면 결국 '관계'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는 어느 정도가 알맞을까 뭐 이런, 보기에 따라서는 터무니없는 생각입지요.
제 머리를 감돈 생각은 간단합니다. 아무리 좋아도 떨어질 수 없거나 떨어지지 못할 정도로 붙어 있으면 좋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사람이든 무엇이든 바닥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지 흔들려도 덜 흔들릴 텐데 공중에 조금이라도 뜨게 만드는 그런 붙어 있음이라면 불편하겠다는 것입니다.
사소한 다른 인연이나 관계야 말할 것도 없겠다 싶고요, 이른바 천륜(天倫)이라는 부모-자식 관계, 세상 다른 모든 인연을 더한 것보다 무게가 더하다는 부부관계도 마땅히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식을 감싸고 사랑하는 부모도 자식을 지나치게 묶어 둬서 자식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할 줄 모르게 되면 그것이 무슨 보람이 있겠습니까?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여서, 아내에게 바깥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남편에게 집안일을 하지 못하게 하면 서로가 독립된 존재로 남게 될 때 무척이나 불편하고 적응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이런 얘기가 어떤 분들에게는 낯설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사별이든 생이별이든 남편과 헤어지고 나서 남은 아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돈벌이를 비롯한 바깥 활동입니다.
또 마찬가지 아내와 헤어지고 남은 남편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 집안일입니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자식 키우고 돌보는 일이 주로 여자 몫이어서, 집안에서 여자가 사라진 뒤 자녀 양육 때문에 겪어야 하는 남편들 고달픔과 어려움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랍니다.
마음으로든 몸으로든 적당한 거리 두기와 그를 통한 스스로 발 딛고 서기가 우리 사람살이에서 기본이라는 생각을, 이 엉성한 플라스틱 의자를 보면서 한 번 더 할 수 있는 보람을 저는 이 날 누렸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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