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신문사 임원이 된 것이 착잡한 까닭

기록하는 사람 2010. 12. 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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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30일) 저녁 7시 제가 재직 중인 (주)경남도민일보 임시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6300여 명의 시민주주로 구성된 주식회사인데요.

올 상반기 신임 구주모 대표이사가 선임되면서 그동안 미뤄지고 있었던 새 이사진과 감사 선출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이뤄졌습니다.

여기서 저는 구주모 대표이사와 함께 상근 이사로 선임되었습니다. 저희와 임기를 함께 할 사외이사로는 김홍양 전 경남의사회장(동마산병원 원장), 전형두 경남축구협회장(경남FC 대표이사), 박재영 창원시 약사회 총무위원장(조은약국 대표), 김종숙 변호사(경남민언련 이사) 등입니다. 그리고 감사는 이인식 따오기자연학교 교장(한국습지네트워크 공동대표), 이성철 노동사회교육원 부소장(창원대 사회학과 교수)이 선임되었습니다.

저로서는 현직 편집국장 겸 이사로서 경영진의 일원이 된 셈인데, 개인적으로 생각할 땐 평생 노동자로 살아온 제가 노동자 자격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착잡하기 짝이 없습니다. 또한 내·외부의 압력에 맞서 편집권을 수호해야 할 편집국장으로서 경영진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 또한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사로 선임돼 노동자 자격을 상실하다

물론 경남도민일보에서 편집국장이 이사를 겸임한 것은 제가 처음이 아닙니다. 예전의 편집국장들도 그래왔습니다. 경남도민일보의 편집국장이 이사를 겸임하는 전통이 생긴 배경은 이렇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단체협약이나 정관, 사규 등에서 경영과 편집이 거의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습니다. 사장이 편집국장 후보를 지명할 권한은 있지만, 최종 선택권은 편집국 기자들에게 있습니다. 기자들이 투표에서 거부하면 사장은 다른 후보를 다시 추천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편집국장이 선출되면, 그 때부터 사장은 편집국장을 '통제'할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습니다. 신문 지면에 대해서도 사장은 '의견'을 말할 권리만 있습니다. 편집국 기자들에 대한 인사권도 사실상 편집국장에게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편집국과 경영국의 관계가 유기적이거나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건 편집권 독립을 위해선 좋은 일이지만, 경영 차원에서 보자면 참 답답한 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편집국장이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경영과 편집의 중간자 내지는 윤활유 역할을 하라는 취지에서 이사직을 겸임케 하는 게 전통처럼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편집국 기자들을 대표하여 편집권을 수호해야 할 역할과 더불어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회사 경영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다시 현장기자로 복귀할 수 있을까


1인 2역의 결코 쉽지 않은 역할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정작 제가 착잡한 생각이 들었던 건 노동자의 자격을 상실했다는 것입니다. 노동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것도 섭섭한 일이지만, 제가 꿈꿨던 '현장기자로의 복귀'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게 가장 아쉬운 대목입니다.

편집국장을 맡으면서 저희 기자들에게도 말했지만, 저는 임기를 잘 마친 후 다시 일선 기자로 현장에 복귀하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과연 그 때 가서도 일선기자 생활을 잘 할 수 있을 지 자신은 없지만, 일간지에서 그런 선례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어제 주총이 끝난 후 뒤풀이 자리에서 사장과 이사·감사들께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이사가 되었다고 해서 그렇게 하지 말란 법이 있느냐"고 저를 위로하더군요. 그러나 미래는 불투명한 법입니다. 노동자로 있을 땐 기본적으로 '해고되지 않을 권리'라도 보장되지만, 노동자 자격이 상실되면 그런 보장도 없어집니다. '임원'은 그야말로 '임시직원'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 같습니다.

과연 나중에라도 제 꿈이 실현될 수 있을까요? 그걸 작금의 우리 신문 현실이, 또 우리 구성원들이 용납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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