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김두관 응원광고'가 부담스러운 이유

기록하는 사람 2010. 11. 3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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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부담스럽다.'

요즘 <경남도민일보> 19면 하단 '자유로운 광고'란에 나가고 있는 '김두관 응원광고'를 보는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평소 저는 '지역밀착보도'와 '공공저널리즘'이야말로 지역신문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리고 편집국장을 맡은 직후, 아예 광고부서가 아닌 편집국에서 광고접수와 편집까지 도맡아 하는 '독자 의견광고' 또는 '생활광고'를 시도해보자는 뜻을 경영진에게 말해왔고, 그게 이번에 '자유로운 광고'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것입니다. 이는 지역신문이 정말 독자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지역밀착 '보도' 뿐 아니라, '광고' 또한 '지역밀착광고' '독자밀착광고'가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입니다.

'자유로운 광고'는 그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기존의 정형화한 광고와는 많이 다릅니다. 우선 크기나 글자 수에 따라 정해진 광고료가 없습니다. 최소 1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광고주의 형편대로 '알아서' 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광고의 성격이나 내용에 따라 '알아서' 적당한 크기로 실어드립니다. 그야말로 '복불복(福不福)' 또는 '랜덤(random : 일정하지 않음)'입니다. 다만 그 내용이 특정상대에 대한 명예훼손만 아니면 됩니다.


'독자밀착광고'로 선보인 '자유로운 광고'


이 광고지면은 신문사의 수익을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닙니다. 아니, 수익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지만, 어쩌면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종종 광고란에 등장하는 동창회 체육대회나 향우회 광고가 그것입니다. 그런 광고는 소위 '5단 통' 기준으로 광고료가 200만 원에 육박합니다. 그러나 동창회에서 20만~30만 원을 내고 '자유로운 광고'에 내겠다면 거절할 명분이 없습니다. 시민사회단체나 노동조합 등의 성명서 광고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신문사 광고부서는 오히려 이 때문에 광고 수입이 줄어들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 '독자밀착광고'의 취지대로 '기사 뿐 아니라 광고 보는 재미도 쏠쏠한 신문'을 추구해보려 합니다. 실제로 지난 25일자에 나갔던 '아버지 생신 축하 광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Twitter)를 통해서만 적어도 수십만 명의 누리꾼을 울렸습니다. 이 광고를 본 누리꾼들은 '감동이다', '눈물이 난다'는 말을 연발하며 줄잡아 300회가 넘는 RT(Retweet : 재배포)를 날렸습니다. 광고를 낸 강일성 씨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문의도 줄을 이었습니다.

이 외에 '결혼 30주년을 기념하는 야외이벤트를 열고 싶다'며 행사 견적을 보내달라는 강정철 씨의 광고도 화제가 되었고, '4대강을 지키는 당신을 보면 제 가슴은 두관두관거립니다'라는 재치있는 '김두관 응원광고' 문안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좀 더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지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첫머리에서 말씀드린대로 '김두관 응원광고'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너무 많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신문사의 시민사회부장직을 맡고 있는 김훤주 기자가 개인블로그를 통해 이 응원광고를 제안했다는 것도 부담입니다. 물론 그는 이전에도 칼럼이나 블로그를 통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주장해왔고, 이번 제안도 그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는 건 아닙니다. 또한 <경남도민일보> 역시 사설을 통해 '정부의 낙동강 사업권 회수는 부당하다'는 논지를 펴왔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이 신문사의 논조를 거스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김두관 응원광고'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사안에 따라 김두관 도정(道政)의 시시비비를 확실히 가리겠다는 저희 신문사의 입장이 자칫 이번 광고 릴레이로 말미암아 퇴색할 지도 모르겠다는 걱정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이 광고가 지나친 주목을 받아 현 정부와 4대강 찬성론자들에게 미운 털이 박힐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김훤주 기자의 블로그를 통한 광고 제안을 중단시켰습니다. 저는 '자유로운 광고'란이 '아버지 생신 축하'와 '수능 공부로 고생했던 자녀에 대한 부모의 격려'와 같은 다채롭고 인간적인 내용으로 넘치기를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의 이런 부담과 걱정이 너무 소심한 걸까요?

※경남도민일보에 썼던 칼럼입니다. 지면 때문에 생략된 부분도 살렸습니다. 벌써 이 글에 대한 달그리메 님의 반론(☞김두관 응원광고가 부담스럽다는 김주완)도 있더군요. 다양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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