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명품 단감 만드는 '감미로운 마을'의 옥에 티

김훤주 2010. 11. 1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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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樹勢) 수관(樹冠) 편원(扁圓)이 무슨 말?

세계적인 명품 단감을 생산하는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감미로운 마을'에도 '옥에 티'는 있었습니다. 별것은 아니지만, 요것만 고치면 더욱 좋을 텐데……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감미로운 마을 팜스테이를 하는 식당에 붙어 있는, 단감 종류를 소개하는 액자입니다. 식당에는 이런 액자가 앞뒤로 세 개와 네 개씩 모두 일곱 개가 붙어 있습니다.

여기 쓰인 글자가 모두 한글이기는 했지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여기 찾아와서 액자를 들여다보는 사람 중심이 아니라, 여기 있으면서 액자를 보여주는 사람 중심으로 돼 있었습니다.


여기서 단감을 생산하는 사람이야 이런 정도로만 적어 놓아도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찾아와 체험을 하는 사람(특히 어린이)들은 어쩌면 암호처럼 여길 수밖에 없는 그런 문장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보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전천차랑'입니다. 무슨 일본 사람 이름 같은데 아마 이 품종을 처음 만든 사람의 이름이겠지요. 죽 적겠습니다.

"일본이 원산지인 품종이다. 수세는 일목계차랑이나 차랑 품종보다 약간 강한 편이다. 수관확대는 느린편이나 개장성이다. 과실무게는 200~250g 정도로 차랑과 같다. 과실 모양은 편원형이고 측면의 골은 넓고 얇다. 과피색은 차랑품종보다 매끄럽고 광택이 난다. 전천차랑은 착색이 잘되고 당도는 16~18° Brix 이다. 가을에 강우량이 적고 온난한 기간이 길며, 특히 10월의 기온이 비교적 높은 지방이 아니면 고품질의 과실을 생산하기 어렵다. 전천차랑의 수확기는 10월 중순경으로 약간 추운 곳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꼭지 쪽이 등황색일 때 수확을 한다. 과정부는 착색이 되고 꼭지 쪽에 녹색이 남아 있는 과실은 미숙과로 식미가 떨어지므로 완전히 착색된 후에 수확하도록 한다."


200자 원고지로 2매도 채 안 되는 이 문장에서 뜻을 알 수 없는 낱말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겠습니다.

'수세' = 나무의 형세 또는 세력일까요? 한자로 樹勢가 되는가요?

'수관' = 처음에는 물관을 가리키는 말인줄 알았습니다. 찾아봤더니 나무 줄기의 윗부분을 이르는 것 같습니다. 한자로 樹冠이 됩니다.

'개장성' = 이 낱말만 봐서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앞에 나온 '수관'과 관련지어 보니까, 넓게 길게라고 이해가 됐습니다. 이 짐작이 물론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한자로 開長性입니다.


'편원형' = 한자로 扁圓일 것입니다. 그냥 둥글고 납작하다고 하거나 둥글납작하다고 하면 될 텐데 왜 이랬을까요?


'과피색' = 이것은 또 무엇입니까? 여기서 '색'은 쓸모없는 덧말입니다. 한자말 果皮도 그냥 과일 껍질이라 하면 좋았겠습니다.


'착색' = 한자말 '着色'이겠습니다. 착색만 따로 쓰면 이상하니까, "착색이 잘 되고"를 통째로 "색깔이 잘 들고" 정도로 고치면 안성맞춤일 것 같습니다만.


'등황색' = 제가 어휘력이 모자란 탓일까요? 왜 이리 어려운 낱말만 골라 쓰는지 모르겠네요. 찾아보니 한자가 橙黃色입니다. 뭉뚱거려 말씀하자면 '붉은빛을 띤 누런색'입니다.


'과정부' = 마찬가지 알 수 없는 낱말입니다. 찾아봐도 나오지 않습니다. 짐작건대 과일 꼭대기 부분 그러니까 한자로 '果頂部'가 아닐까 싶기는 한데요.


'미숙과' = 한자 '未熟'이 자주 쓰이니까 미숙과 정도는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식미' =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食味는 사전에서 입맛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입맛으로 옮길 수 없습니다. 그냥 '맛'이라거나 '먹는 맛'으로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렇습니다. 액자가 일곱 개니까 어렵거나 알 수 없는 말도 일곱 배가 되겠지요. 그러나 이런 정도 고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마음가짐만 조금 바꾸면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감미로운 마을의 감미가 더욱 살아날 것 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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