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낙동강 제1비경 망가져도 슬프진 않아라

김훤주 2010. 11. 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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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제1비경이라는 경북 상주 경천대 앞 모래톱과 반달 모양 둥근 둔치에 포클레인의 삽질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됐습니다.

10월 22일 지율 스님 요청으로 상주에 갔을 때 1주일 전에 공사가 시작됐다고 했으니까요. 아직은 진출입로 확보 같은 공사에 그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지만 저는 슬프지도 않고 화가 나지도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결국 우리가 2007년 대통령을 잘못 뽑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화낼 대상이 없는 것입지요. ^^

경천대에서 하류 쪽 모습을 찍고 있는 지율 스님.


우리에게 낙동강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제대로 몰라서 저런 대통령을 뽑았고, 저런 대통령이라면 이런 정도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리라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습니다.

결국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우리가 우리 도끼로 우리 발등을 찍은 꼴밖에는 다른 식으로 얘기하고 정의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이렇게 낙동강이 망가지고 파헤쳐지면서, 우리가 낙동강이 무엇인지를 실감나게 알게 됐다는 것이 오히려 소중한 성과로 꼽혀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 드는 마당입니다.

낙동강은 이처럼 우리의 일부이고 우리도 또한 낙동강의 일부입니다.

앞에 놓인 못 쓰는 고무신 한 짝도 사람과 낙동강의 관계를 증언하는 듯합니다.


우리에게 낙동강이 도대체 무엇인지 지금 이런 일을 겪으면서 조금이라도 알게 됐다면 다가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같은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슬퍼하지 않는 까닭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른바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제 아무리 벌여도, 강의 겉모습만 바꿀 수 있지 낙동강 물줄기가 끊임없이 흘러간다는 사실에는 손끝 하나 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강물이 흐르면 에너지도 함께 흐릅니다. 강물과 함께 흐르는 에너지는 모래와 자갈과 바위를 굴리고 강변 언덕 여기저기 설치돼 있을 인공구조물을 변형시킬 것입니다.

그러면서 낙동강은 조금씩이나마 제 모습을 되찾아 갈 것입니다. 물론, 쓸데없고 분별없는 간섭을 사람이 멈춘다면 낙동강은 더욱 빠르게 제 모습을 되찾을 것입니다.

경천대 앞 저 꽃봉오리 같은 모래톱이 얼마 안 가 사라지겠지만 그래서 아쉽기는 하지만 낙동강 물줄기가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면 함께 쓸려내려올 모래와 함께 다시 피어날 것입니다.

경천대 앞 저 반달 모양 둔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저것을 통째로 다 파내고 아래 6m 깊이까지 들어낸다 해도 저기 인간이 파헤친 빈 자리가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지는 않습니다.

경천대 앞 둔치는 이 붉은 깃발을 기준으로 준설되는 데와 그렇지 앟은 데로 나뉠 것입니다. 그러나 괴로움은 똑같이 겪을 것입니다.


자연의 힘은 사람이 생각하고 짐작하는 이상으로 강력하니까요.

지금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낙동강이 상처받는다고 슬퍼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 아닙니다.

2012년 이후에는 이와 같이 대책없는 삽질이 절대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 가운데 가장 으뜸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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