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함안보 공사 재개 끝장토론으로 결정하자

김훤주 2010. 7. 1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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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경남에 있는 낙동강 살리기 보(湺) 공사 현장 두곳이 모두 불어난 강물에 잠겼습니다. 합천보와 함안보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면서 공사도 석 달 동안 중단이 됐습니다.

상류에 있는 합천보(합천군 청덕면~창녕군 이방면)는 새벽 4시 전후해 물이 넘쳐 흘러들기 시작했고요, 하류에 있는 함안보(함안군 칠북면~창녕군 길곡면)은 아침 10시 30분 전후 물이 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에 앞서서, 아무 대비 없이 지금 있는 그대로 임시 물막이 위에서 바닥으로 물이 쏟아지면 낙차(落差)가 커서 현장이 충격을 받아 변형이나 망가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물을 채워넣는다고 했습니다.

함안보 상류쪽에서 임시 물막이 위로 강물이 흘러넘치는 모습.

함안보 하류 쪽 임시 물막이에서 충수 시설을 통해 수자원공사가 물을 채워넣고 있는 모습.


15일부터 내린 비로 말미암은 이런 침수는 일찍이 예견된 것이고요, 그래서 이것이 그동안 해온 이른바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잘못됐다거나 아니면 잘한 일이라거나 하는 증거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합니다.

이를테면 함안보 임시 물막이가 처음 설치할 때는 해발 11.5m로 지금 높이인 해발 5m보다 6.5m씩이나 높았는데요, 만약 원래대로 뒀다면 이번 비에 물이 흘러넘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이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1년 수위(한 차례 물이 차오르는 수위)인 해발 11.5m로 임시 물막이 높이를 유지해도 공학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그렇게 할 경우 사회적 비난과 걱정이 쏟아질까봐 5m로 낮췄다고 합니다.

그리고 장마가 지거나 태풍이 부는 기간에는 임시 물막이 높이가 낮든 높든 실제 공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풍수위(한 해 95일 정도 물이 차오르는 수위)인 5m로 해서 물이 흘러들게 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판단을 했다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한국수자원공사는 그동안 이들 두 군데 보(湺) 공사 현장 둘레에 임시 물막이를 치고 작업해 왔는데 물이 막 넘치려 하자 합천보는 하루 전날에, 함안보는 당일 오전 8시 미리 물을 채워넣기 시작했답니다.

이로써 낙동강 살리기 사업 합천보 함안보 건설 공사는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석 달 동안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도 장마철이기는 했지만 비가 심하지 않아 공사는 계속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물이 들어차 앞으로 9월까지는 공사를 하지 않게 됐습니다.".

물이 들어차고 난 다음 전망대에서 바라본 17일 오후 함안보.

물이 넘치기 직전인 16일 오후 7시 30분 전망대에서 바라본 함안보.


중단 범위는 이렇습니다. "합천보와 함안보 등 보 건설 공사는 전면 중단되지만 둔치에서 작업은 계속됩니다. 하지만 둔치에서 하는 강바닥 준설이나 준설토 적치, 농지 리모델링 등도 장마 태풍 때문에 선택적·부분적으로 합니다."

잘 됐습니다. 낙동강은 불어난 물로 말미암아 겉으로나마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합천보나 함안보 둘레 논이 물에 잠겨 농민들이 손해를 보게 된 것은 슬픈 일이지만, 공사가 쉴 수밖에 없는 이 참에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사업이 과연 합당한지 전체 국민 차원에서 한 번 토론을 해 보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청와대도 7월 들어서면서 "7∼9월은 호우와 태풍으로 공사를 못하기 때문에 6월까지 기초 공사를 서둘렀다. 이 시기에 토론도 하고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지역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습니다.

생색내기 말고, 형식에 치우친 토론 말고, 국민투표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국민 전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끝장 토론'을 진행하고, 그에 따라 4대강 사업 재개 여부를 결정하면 어떨까 싶은 상상을 한 번 해 봅니다.

이런 상상이 상상으로만 그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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